【박란희의 TalkTalk】 테슬라와 심해채굴, 워런버핏 이후 리스크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칼럼을 열었습니다. ‘Writer’s block’이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원고 마감을 피해 어디로든 숨고 싶은, 도저히 글이 나오지 않는 그런 현상이지요. 2월부터 5월까지는 3개월이라는 꽤 긴 시간 동안 칼럼을 쓰지 못했습니다. 독자들에 대한 부담감도 Writer’s block을 이기지 못하더군요. 만나는 분들마다 “왜 요즘 칼럼 안 쓰느냐”고 물었지만, “곧 쓰겠다”는 말밖에 딱히 대답할 꺼리가 없었습니다. 유튜브를 하는 분들이 잠시 쉬고 복귀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사실 제 칼럼은 칼럼이라기보다는 뉴스레터에 가까운, 정보성 콘텐츠의 결합에 저의 가벼운 인사이트를 곁들이는 것이어서, 그렇게 부담스러운 작업은 아님에도 그렇습니다. 그냥 생각해보면, Writer’s block이 온 이유는 글의 가치에 대한 회의 때문이라고 할까요? 챗GPT를 포함해 번역AI가 탑재된 브라우즈에서 외신 번역을 너무 잘하는 것을 보니, 임팩트온이 주로 다루는 국제뉴스의 존재가치는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또 기자들이 쓴 노동의 대가인 기사든 칼럼이든 이런 글은 마치 스낵처럼 취급되는 지금의 콘텐츠 시장에 대한 회의도 느껴졌습니다. 전날 우리 기자들이 팩트 체크하고, 자료 찾아서, 5~6시간씩 고생해서 쓴 글은, 다음날 아침 누군가의 아카이빙을 통해 다른 매체의 여러 상품과 마찬가지로 그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는 소비자(독자)들에 의해, 스낵처럼 취급되고 있는 현실이 좀 싫었습니다. 텔레그램과 단톡방 덕분에 뉴스 콘텐츠 유통시장이 다양해지는 것이 감사함에도, 뭔가 불편한 걸 보면 제가 꼰대인가 봅니다.
ESG 전문 단톡방에서 가끔 특정기사의 링크가 올라오고, 이에 대한 비평이 쏟아지면서 ‘요즘 기레기들이 다 그렇지’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혐오발언을 볼 때면, 분노가 치솟습니다. 누군가의 직업이고, 누군가의 자녀의 직업이고, 누군가의 부모의 직업을 왜 함부로 조롱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회의이지요. 지식노동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에선, 지식노동자들의 자존감은 떨어지고, 지식노동 시장은 점점 황폐화되고 악순환이 반복되지요. 누가 기레기 소리를 듣는 직업 현장에서 뼈를 묻으려 하겠습니까? 뉴욕타임즈가 오픈AI와 소송전을 벌이는 것은, 어쩌면 인터넷 시대 이후에 빼앗겼던 지난 20년의 지식노동시장을 바로잡고 싶은 마지막 발악인지도 모릅니다. 그게 성공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각설하고, 왜 다시 글을 시작했느냐고요? 2주에 한번씩, 칼럼을 쓰라는 저희 직원들의 명령 때문입니다. 아예 당번이 정해졌고, 2주에 한번씩 월요일 아침 8시에 칼럼 마감을 칼같이 ‘쪼는’ 담당자가 정해졌습니다. 대표로서 조직에 도움이 될지언정, 피해를 주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무서운 직원 얼굴이 생각나서, 밤새 소파에서 쪼그려 뒤척이다가, 결국 새벽 5시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테슬라와 심해광물 채굴
오늘은 3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테슬라의 심해채굴을 포함한 광물 문제입니다. 다가오는 테슬라의 연례주주총회 때, 테슬라의 심해광물 채굴에 대한 주주제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애즈유소우(As You Sow)는 테슬라에 “심해채굴 모라토리엄을 약속하라”는 주주제안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에 테슬라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이러한 주주제안을 생략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테슬라는 “공급업체 선정 및 원자재 소싱과 같은 일반 비즈니스 운영에 해당하며, 주주의 직접적인 감독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요. 하지만 지난 4월초 SEC는 “이 제안은 원자재 소싱과 협력업체 관계라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문제를 초월하는 광범위한 사회적 영향을 다룬다”면서, 테슬라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애즈유소우가 말한 ‘심해채굴 모라토리엄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약속(Business Statement Supporting a Moratorium on Deep See Mining)은 BMW, 볼보, 폭스바겐과 같은 자동차 제조업체, 구글, 삼성SDI, 금융기관 및 그린피스와 같은 NGO를 포함한 다양한 기업으로부터 지지를 얻은 심해 채굴 모라토리엄입니다. 즉, 심해채굴의 환경적 안정성이 확인될 때까지 심해채굴을 연기하자는 약속입니다. 자동차기업 중 GM과 테슬라는 이 약속에 서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애즈유소우는 “테슬라 이사회에 심해 광물에 대한 예상 필요성을 평가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심해채굴 모라토리엄을 지지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테슬라와 GM은 지지하지 않고 있다./애즈유소우
얼마 전 벌어진 중국산 ‘흑연’ 논란에서도 보이듯, 광물은 탈탄소화의 계륵과 같은 존재입니다. 지난 5월초 발표된 PwC의 보고서를 보면, 청정에너지 전환에 중요한 구리, 코발트, 리튬의 경우 고배출 시나리오에서 2050년까지 70% 이상이 가뭄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급격히 감소하더라도(저배출 시나리오) 2050년에는 전 세계 쌀 생산량의 87%, 코발트와 리튬 생산량의 70% 이상, 보크사이트와 철 생산량의 60% 안팎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 저장장치(ESS) 등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핵심 광물을 친환경적·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심해 채굴이 필수적”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IEA에 따르면, 대표적인 부족 광물인 니켈만 해도 2040년까지 현재의 생산량보다 약 19배나 많이 필요합니다. 심해저에 매장된 망간단괴는 폭증하는 배터리 광물 수요를 충당할 대안으로 여겨지면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현재 국제해저기구(ISA)는 31건의 계약을 승인했으며, 그 중 30건은 활동 중이며, 각각 15년 동안 지속된다고 합니다. ISA 웹사이트에 나오는 계약 중에는 인도, 폴란드 및 한국 등 정부 기관이 포함된 계약도 여럿 있지만, 대부분의 계약은 심해 채굴 활동을 위해 ISA와 직접 거래한 민간 기업이 많습니다. 중국이 5건으로 가장 많고, 러시아와 한국이 각각 3건이며, 일본, 인도, 독일, 폴란드, 프랑스, 영국은 각각 2건의 계약을, 브라질, 자메이카, 키리바시, 쿡 제도, 싱가포르, 통가, 나우루는 각각 1건의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심해채굴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점이 마련되지가 실질적으로 쉽지 않은 상태에서, 심해채굴이 우후죽순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테슬라의 심해채굴에 대한 주총 논의가 어떨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워런 버핏과 버크셔, 에너지 투자 리스크
두 번째 이슈는 파이낸셜타임즈(FT)에서 본 특집기사 중 가장 흥미로웠던 ‘버핏 이후 버크셔’에 관한 기사 시리즈입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알다시피, 1380억달러(약 189조원)의 에너지 관련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미국 28개 주에서 천연가스 15%를 수송하고, 1300만명에게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그의 에너지 포트폴리오가 강력한 위기에 처해있다는 겁니다. 93세의 워런 버핏이 지휘봉을 잡지 않았을 때, 그의 후계자인 61세의 그레그 아벨에게 버크셔의 28개의 석탄화력발전소 및 최근의 천연가스 투자 등에 대해 대중의 비난이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겁니다.
평판 리스크보다 더 큰 문제는 재무 리스크입니다. 버크셔가 소유가 최대 전기 유틸리티인 퍼시픽코프(PacifiCorp)는 지난해 여름 오레곤에서 이뤄진 배심원의 산불 판결책임으로 큰 리스크에 처해있습니다. 퍼시픽코프는 미 오레곤과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서부 6개주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2020년 송전선을 차단하지 못해 캘리포니아 산불을 키웠다는 혐의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버크셔가 소유가 최대 전기 유틸리티인 퍼시픽코프(PacifiCorp)는 지난해 여름 오레곤에서 이뤄진 배심원의 산불 판결책임으로 큰 리스크에 처해있다./ 픽사베이
퍼시픽코프의 손해배상금이 80억달러(약 10조9000억원) 추정됐지만, 지난해 변호사들은 이 금액이 450억달러(약 61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5월 초에는 오레곤 판결을 계기로 최대 300억달러(약 41조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으로 기존 집단소송이 확대되기도 했습니다.
이미 2019년 산불 소송으로 인해 캘리포니아 지역 최대 전력회사인 PG&E는 파산에 빠졌고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지난해 마우이 섬의 화재 소송이 증가하면서 주가가 폭락한 사례가 있습니다.
FT에 따르면, 버크셔는 와이오밍과 아이다호주를 포함한 여러 주에서 산불 발생시 전력회사의 책임이 인정될 경우, 지급액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키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타주는 최근 산불 피해비용의 일부를 고객들에게도 분담토록 하고, 피해액 상한선을 두는 법을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영업이익이 전년의 39억 달러(약 5조3000억원)에서 23억달러(약 3조1500억원)로 크게 감소한 것도, 그룹이 손해배상 충당금을 마련함에 따라 벌어진 일입니다. 버크셔는 미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기금(캘퍼스), 블랙록, 스테이트스트리트 등으로부터 기후변화로 인해 회사가 직면한 위험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라는 주주 압력에 직면했지만, 버크셔는 이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습니다. 지난해 버크셔 해서웨이는 CA100+로부터 기후변화 관여도가 가장 낮은 등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우디 아람코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기후가 변하면서, 금융 및 소비자, 주주들의 인식도 모두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워런 버핏 이후 버크셔 해서웨이의 행보가 어떻게 이뤄질지 또한 관전 포인트일 것으로 보입니다.
탈탄소 기술에 투입되는 공적자금, 기업의 책무는?
세번째는 거대한 기업의 탈탄소화 경쟁과 정부 보조금에 대한 테리 F.요시 전 세계환경센터 대표의 칼럼 내용을 소개합니다. 현재 전 세계는 다양한 탈탄소화 기술이 실험 중입니다. 예를 들어, 탄소포집및 저장(CCS)의 경우,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기다리며 민간부문이 자체자본을 투자하기 꺼리고 있습니다. 기술개발의 성공 확률 대비, 개발 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입니다. DAC의 경우, 현재 아이슬란드에서는 DAC 상업공장이 운영을 시작했고, 텍사스에서는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이 2025년 운영을 시작할 예정인 DAC 시설을 짓고 있습니다. 두 곳 모두 각각 1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격리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은 연방 세액공제혜택을 받으며, 블랙록의 투자도 받았습니다.
다우케미칼 및 X에너지 리액터(X-Energy Reactor)는 미국 에너지부와 함께 모듈식 원자로(SMR)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텍사스 빅토리아 공장 인근에서 화학물질 제조를 위한 저탄소 공정의 열과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는 바스프와 몇몇 사업체는 화학물질 제조를 위한 스팀 크래커 장비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실증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90% 감축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기술 경쟁에서, 이해관계자들에게 직면한 질문이 있다는 것입니다. 과연 민간기업이 탈탄소화 기술을 투자하는 비중과 이러한 민간기업의 기술투자에 대한 공적자금은 어느 정도까지 투입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지난 몇 세대 동안 공적자금은 인터넷, 휴대전화, 검색기술, 의약품 기초연구 개발에 사용됐는데, 이제 에너지와 교통시스템 등 탄소중립으로의 산업전환을 위해 투입되고 있습니다. 과연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둘째,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은 이를 통해 기술개발을 고도화하고 상업화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따른 책임은 무엇일까요? 투명성을 더 강화하고, 환경 성과를 더 높일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할까요?
셋째, 탈탄소화 기술에는 제2차, 제3차 환경영향은 없을까요? 오염 폐수, SMR(모듈식 원자로)의 폐기물 문제 등의 위험에 대한, 사회적 영향은 충분히 고려되고 있나요? 그의 질문은 매우 날카롭고, 심오하네요.
자, 이제 이번 칼럼을 마무리짓겠습니다. 털어버리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네요. 개리 채프먼 박사의 책 '5가지 사랑의 언어'는 결혼을 막 시작했거나, 결혼생활로 어려움을 겪는 후배들한테 개인적으로 강추하는 책인데요. 우리는 누구나 사랑의 언어통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5가지는 인정하는 말, 함께 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입니다.
ESG 업무가 조직 내에서 워낙 힘들고 고되다보니, 익명의 단톡방에서 쏟아지는 고충을 보니 우린 모두 ‘인정하는 말’이 듣고 싶은가 봅니다. 그러니 힘내세요. 조직에서 낯설고 서툰, 아직 정규 업무 트랙으로 인정받지 못한 이 업무를 해내고 있는 여러분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그러니, 지치지 마세요. 저한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번 한주도 평안하세요.
박란희 대표 &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