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예우는 부당한 특혜 …법치주의 훼손 주범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민주당이 법 왜곡죄 신설법,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 등 ‘사법 3법’ 강행 처리에 이어 고위 법조인에 대해 퇴직 후 3년 간 변호사 활동 금지를 골자로 하는 ‘사법부 장악법 2탄’을 추진하고 있다며 맹비난하는 보수언론의 보도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전관예우, 비리와 범죄 차원의 사법농단
전관예우란 전관(前官) 출신의 변호사가 법률 사무를 취급함에 있어서 현직에 있는 후배들인 판사와 검사들로부터 부당한 혜택을 받고 사건을 유리하게 이끄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법조계에 공공연하게 만연된 이러한 전관예우는 불공정한 처분, 판결을 초래함으로써 사법의 공정성을 노골적으로 저해하고, 국가권력의 법률 적합성을 심각하게 훼손함으로써 법치주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해치며, 국민 권리 보호의 최후 보루인 법원, 검찰 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크게 저하시키고 좌절감과 분노를 초래하고 결국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적 회의를 만연시키게 된다.
지난 5일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2005.12 5 연합뉴스
특히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경우 전관예우의 현상은 극명히 드러난다. 예를 들어, 2005년 이후 퇴임한 대법관 출신 변호사 7명이 2006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수임한 사건은 모두 534건이었는데, 그 중 88%인 470건이 대법원 사건이었다. 1년에 3만 5천 건 넘게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른바 심리불속행 결정에 막혀 대법원의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좌절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소송대리인 명단에 퇴임 대법관 이름이 올라가야 이 심리불속행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고 믿는 국민들로서는 비싼 수임료를 감당하고서라도 전직 대법관을 찾을 수밖에 없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수임료는 보통 다른 변호사 수임료의 최대 수십 배에 달한다. 대법관 출신 전관이 대법원 상고심 사건에 이름만 올려주는 대가로 받는 ‘도장값’은 3000~5000만 원, 담당 판·검사에게 전화 한 통 넣어주는 ‘전화 변론’ 시세가 5000만 원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은 이른바 ‘제왕적 전관’으로 불리며, 로펌이 이들의 영입에 승부를 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퇴임 후 3년 간 100억을 못 벌면 바보라는 게 법조계 속설이다. 관운이 끝나고 재운이 시작된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대법관 이상의 고위직 법관들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것은 이들의 후배 법관들에 대한 명성(reputation)의 형성과 그것의 사법부 상층부에의 전달을 통해 법관인사에도 직간접적이나마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전관예우의 문제를 낳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당연히 금지되어야 마땅하다. 퇴임 대법관들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통해 그것이 상고심 사건에 한정되든, 혹은 항소심 사건까지를 포함하든 소송대리에 관여한다는 것은 사법부의 권위와 위상을 결정적으로 깎아내리게 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들어볼 수조차 없는 ‘전관예우’라는 해괴한 이 말이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회자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 나라에 과연 법치주의가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으며 ‘사법 정의’는 철저하게 실종될 수밖에 없다. 전관예우라는 사법농단이 만연해 있는 한,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말은 한낱 공염불일 뿐이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법률 허무주의가 일상화된다.
전관예우를 핵심으로 하는 ‘사법개혁 2탄’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에는 대법관 등 고위 법관들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다. 독일의 경우 연방법관의 임기제는 인정되지 않으며 정년만 68세로 규정하고 있고, 프랑스도 모든 법관의 임기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정년만 일반 법관의 경우 65세, 최고법원 법관의 경우는 68세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연방대법관뿐만 아니라 모든 연방법원 판사의 임기가 행장(行狀)이 선량한” 종신으로 헌법에 규정되어 있으며, 일본의 경우 최고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는 없고 정년만 70세로 규정되어 있다. 아일랜드는 퇴직 전 근무했던 법원 등에 대한 소송대리를 영구 제한하며, 홍콩은 종심법원 법관의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이 영구 금지 된다. 싱가포르도 상급법원 판사는 3년 이상 근무 후 퇴직하면 모든 법원에서 소송대리가 영구 제한된다.
한편, 다른 나라들은 사전에 공직 내부의 엄격한 윤리 심사와 변호사업계의 자정작용으로 부정, 탈법 소지를 줄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62년 미국연방법전의 「이해충돌방지법」(Bribery, Graft and Conflict of Interest: Chapter 11)이 제정된 이래, 공직자는 퇴직 후 자신이 경험한 공직과 관련된 일에 사안의 경중에 따라 1~2년간 또는 영구적으로 업무관여・개입, 영리활동 등이 금지된다. 영국은 「일반공무원관리규정」・「각료규정」 상 공직자의 윤리규정이 엄격하고 고위공직자의 취업심사가 무척 까다로워 판・검사의 재취업이나 전관 변호사 활동이 드물다. 독일은 판・검사가 변호사로 전직하는 예가 많지 않고, 「연방공무원법」에서도 퇴직공무원의 취업 제한과 업무취급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일본은 평생법관제가 정착돼 있고 비리를 저지른 판・검사에게 엄중한 징계 및 처벌을 내린다.
오직 우리 사회에서만 창궐하고 있는 전관예우라는 이 비정상적 사법농단 현상이 청산되지 않고서는 법의 정의”나 사회 정의”를 결코 운위할 수 없다. 전관예우의 청산이야말로 국민주권의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이 시대의 이정표이다. 이제 이러한 전관예우는 비리와 범죄의 차원에서 행위라는 관점에서 바로잡아야 할 시점이며, 그러므로 전관예우 근절을 핵심으로 하는 ‘사법개혁 2탄’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