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식 주장이 허위? 휴대폰을 통째 입수했습니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왼쪽)이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오른쪽)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9.6. 국회방송 갈무리
권성동 의원이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귀국을 종용하면서 이재명, 이화영 이름을 대라고 했다.
조경식 전 KH 그룹 부회장이 지난 5일 국회 청문회에 나와 한 폭로가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자 조 전 부회장에 대한 각종 흠집내기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조 전 부회장의 주장을 검증하고 보도를 주도해 온 기자로서 적절한 반박을 해야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이 글을 씁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권성동·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등이 조 전 부회장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있는 대략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조경식 주장은 모두 거짓이다 ▲조경식은 사기 전과가 있다 ▲조경식의 KH그룹 부회장 직함도 가짜다.
먼저 밝힙니다. 당연히 조 전 부회장의 주장 역시 언론의 검증 대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의 주장이 사실인지 철저한 조사 또는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밟기도 전에 그의 주장과 언론 보도를 거짓으로 몰고가거나, 보도 전에 제대로 반론권을 행사하지 않고 고소 으름장부터 놓는 것에 심심한 유감을 표합니다.
조 전 부회장의 주장을 처음 제보 받았을 때 취재진도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러움을 느꼈습니다. 조 전 부회장은 지금까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었고, 제보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취재진이 입수한 조 전 부회장과 지인이 나눈 대화 녹취록은 엄연히 그의 육성이었고,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을 일관되고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또한 취재진이 1년여 넘게 추적해 온 검찰의 대북송금 사건 조작수사 의혹 보도들의 내용과도 맥이 닿는 내용이었습니다.
25일 뉴탐사가 공개한 권성동 의원과 KH그룹 부회장 출신 조경식 씨의 통화 녹취. 2025.6.27. 뉴탐사 보도 갈무리
그럼에도 좀더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조 전 부회장은 현재 구치소에 있습니다. 김광민 변호사가 그를 수시로 접견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전하고 추가 확인을 해줬습니다. 조 전 부회장이 어느 정도 수위로 추가 설명을 해오는지 살폈습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취재진은 조 전 부회장이 사용하던 휴대폰을 통째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조 전 부회장의 지인이 그저 진실만을 밝혀달라며 건네줬습니다. 기자로서 십수년간 다양한 탐사보도를 해왔지만 제보자의 주장을 검증하려는 목적으로 그가 쓰던 휴대폰을 통째로 입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취재진은 그 덕에 흡사 수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조 전 부회장의 각종 주장들을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 기록 등은 제외하고 조 전 부회장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정보들만 샅샅이 추렸습니다. 수년간의 문자, 통화기록, 각종 사진 등을 추렸습니다. 통화녹취는 모두 활자화하여 빠짐없이 다 읽었습니다. 필요한 경우 당사자들을 찾아가고 전화를 걸고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결과는 저희가 보도한 내용 그대로입니다. ▲권성동 의원이 조 전 부회장과 지난해 7월 검찰과의 거래를 암시하는 대화를 나누는 통화 녹취록을 확인했고, ▲ 이화영 관련 정보를 더 검찰에 넘겨주고 김성태 석방을 위해 검찰 로비를 펴자 는 취지로 2023년 10월 말 조 전 부회장과 지인이 나누는 대화 녹취도 찾았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신진우 부장판사를 움직이기 위해 로비스트를 접촉한 문자 등을 찾았습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석방 직후 조 전 부회장과 어떤 일을 도모했는지 추정할 수 있는 문자 메시지도 대량 확인했습니다. ▲배상윤 회장을 대신해 현재 KH그룹을 이끌고 있는 장철원 알펜시아 대표가 지난해 중반 이후까지 조 전 부회장을 부회장님 이라고 호칭하며 그룹의 사법 리스크 관련 업무 관련 대화를 하는 문자도 다수 확인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와 조 전 부회장이 만난 흔적도 찾았습니다.
장철원 KH강원개발 대표이사가 KH그룹의 조경식 전 부회장으로부터 호텔 객실 예약을 부탁받고 직접 예약번호까지 건네며 저희가 여력이 없어서 의전하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분명 좋은 날 올 거라 확신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이라며 깍듯하게 문자를 보낸 장면. 조 전 부회장은 감사합니다 화이팅입니다 대표이사님 이라며 노고를 치하하듯 답장했다. 2025.9.10.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그래도 조 전 부회장이 국회에 나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요? 그러나 그가 수년간 써왔던 휴대폰에 담긴 흔적들은 거짓말을 할 수 없습니다. 조 전 부회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고 주장하는 김성태 전 회장 등은 하나같이 그의 휴대폰에 담긴 내용들을 보도한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 반박을 못하고 있습니다.
조 전 부회장의 각종 사기 전과 논란에 대해선 당연히 취재 과정에서 접했습니다. 그의 휴대폰에는 금전대차 관련 각종 항의성 문자 등이 있었고, 취재진이 만난 조 전 부회장 지인들 역시 자신이 얼마의 돈을 떼였는지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조 전 부회장의 대북송금 사건 검찰수사 관련 폭로 내용입니다. 조 전 부회장은 자신의 과거 전과 사실 등에 대해 취재진에게 억울함을 주장해 온 적이 없고 저희는 보도에서 이와 관련한 논란을 일체 담지 않았습니다. 사인간의 다툼은 그 다툼대로 살펴볼 일이지 대북송금 사건과 연관해 들여다볼 이유가 없습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과거에 주가조작 사건으로 처벌을 받았더라도, 검찰이 대북송금 사건 관련 그의 진술을 받아 재판에 증거로 제출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탐사보도는 복어 요리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독이 있는 식재료는 반드시 능숙한 요리사가 독을 잘 발라 내어 요리를 해내야 합니다. 독을 잘 발라낸 복어 요리는 몸에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큰 문제가 터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복어 요리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핵심은 식재료에 묻은 독이 아니라, 얼마나 독을 잘 발라내는가입니다.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VIP로 표기)과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2025.9.6.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거듭 밝히지만, 조 전 부회장의 각종 주장은 그의 휴대폰에 이미 그 증거가 대체로 다 담겨있어 신빙성이 상당합니다. 조 전 부회장의 휴대폰까지 입수된 상황에서 그 주장의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거나 이해 당사자가 부인한다는 이유만으로 보도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조 전 부회장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와 증거 등은 저희의 기사에 넘칠 만큼 다 담았습니다. 다소간의 부정확한 내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은 어쩌면 수사기관의 몫입니다. 언론의 영역을 넘어서는 범위까지 입증을 요구하는 것은 권력 감시보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합니다. 물론, 저희 보도에 일부 사실이 아닌 내용이 추후 확인되면 정정해 나가겠습니다.
민주당이 권성동 이철규 의원 등에 대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16일 각각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을 했습니다. 만약 수사기관에서 취재진에게 공익제보를 요청하면 성실히 응하겠습니다. 진실을 확인하고 싶은 것은 저희 취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허재현·김성진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기자 watchdog@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