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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군 예멘 후티반군 거점 공격, 확전으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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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군(RAF) 타이푼 전투기가 12일(현지시간) 예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근거지를 공격하기 위해 키프로스 아크로티리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후티가 홍해에서 벌여온 상선 공격에 대한 직접 보복으로 이날 예멘 내 반군 거점에 폭격을 가했다. [영국 국방부 제공] 2024.01.12. 로이터 연합뉴스 예멘의 후티 반군 군사거점들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지난 11일 공격으로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촉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가자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따라 세계 해상교역 물동량의 15%를 차지하는 수에즈 운하를 통한 국제 교역이 위험에 처하면서 세계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 주도 연합군, 예멘 반군 거점 10여곳 폭격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예멘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반정부 무장집단 후티가 수에즈 운하의 길목인 홍해에서 상선들을 20여 차례 공격한 뒤, 미국과 영국이 지난 11일 밤 예멘의 후티 반군 군사거점 10여 곳을 공격했다. 미군과 영국군은 이날 공군 전폭기와 항공모함, 잠수함 등 해군 함정들을 동원해 후티 반군의 레이더 기지 등 방공 시스템, 미사일 발사시설과 무기 보관소 등 군사거점 10여 곳을 순항 미사일인 토마호크 등 정밀유도 폭탄으로 공격했다. 이날 공격은 네덜란드와 호주, 캐나다, 바레인이 병참과 정보, 기타 후방지원을 통해 동참한 미군 주도 ‘연합군’의 형태로 진행됐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공격은 후티 반군에 대한 미국의 공격으로는 최근 약 10년 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미군은 2016년에 후티 반군이 미 해군 함정과 상선들을 공격한 뒤 토마호크 미사일로 후티 반군 미사일기지 3곳에 보복공격을 가했다.   미국과 영국이 12일(현지시간)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와 관련한 예멘 내 표적에 공습을 시작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해 7월 11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이사회(NAC) 회의에서 대화하는 모습. [자료사진] 2024.01.12. AP 연합뉴스 미국이 공표한 공격 이유 “세계경제 위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후시 반군의 상선 공격으로 50여개 국이 그 영향을 받고 있고, 20개 국 이상의 선원들이 위협을 받거나 감금됐으며, 홍해를 통과하는 2000척 이상의 선박들이 이 때문에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가는 우회로를 택할 수밖에 없어 운송시간이 몇 주일 지연되고 운항비용과 보험료가 늘어나는 등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어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공격 이유를 밝혔다. 바이든은 이날 공격이 “미국과 우리 파트너들(협력국들)이 세계의 가장 중요한 상업 루트 가운데 하나(홍해)에서 우리 국민들에 대한 공격이나 항행의 자유를 위험에 빠뜨리는 적대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면서 “우리 국민과 국제 상업 물동량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하는대 주저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12일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미국과 영국 군의 예멘 후티 반군의 군사거점에 대한 공습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 들고 있는 피켓에는 아랍어로 쓴 "알라는 가장 위대하다"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유대인들에 저주를" "이슬람에 승리를" 등의 구호들이 담겨 있다. 2024.1.12. EPA 연합뉴스 후티 반군 “이스라엘과 미국의 가자공격 저지” 이에 대해 후티 반군 쪽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공격과 이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비난하면서, 자신들의 미국과 서방 상선들에 대한 공격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저지하고 가자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파괴를 멈추지 않는 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영국 군의 공격 하루 전인 지난 10일 후티 반군 지도자 압둘 말리크 알 후티는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우리 예멘 국민들은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에 기꺼이 대적하겠다”고 말했다. 후티 반군은 자신들이 감행한 공격의 유일한 목적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저지하고 가자지구로 지원물자들이 반입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간) 후티족 반군들이 예멘 수도 사나에서 총을 들고 행진하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들은 12일 후티 반군이 장악한 사나 등지의 반군 거점을 집중 공격했다. 2024.01.12. AFP 연합뉴스 여론전에서 불리한 이스라엘과 미국 미국 등 서방은 후티 반군의 공격이 항행의 자유 위협과 세계경제에 끼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끼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그 정당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후티 반군 쪽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과 이를 지원하는 미국의 반인도적 전쟁범죄와 가자지구 주민들의 수난을 강조함으로써 미국과 서방 쪽의 전쟁개입 명분을 허물어뜨리려 한다. 서방 상선들에 대한 후티 반군의 공격은 국제여론전에서 당연히 후티 반군 쪽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교역 당사자들과 운송업체들, 그리고 위협받는 국제무역이 야기할 세계경제에 대한 악영향으로 피해를 볼 다수가 자신들의 공격에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후티 반군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끈질기게 서방 상업선박들과 미군에 대한 공격을 계속한 것은,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가자지구 공격이 세계의 다수 여론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고, 그런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미국 또한 글로벌 사우스를 비롯한 세계 인구의 절대 다수로부터 비판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조차 절대적인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채 내부 분열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후티 반군은 자신들의 상업선박 공격이 이스라엘과 미국에 적대적이거나 호의적이지 않은 아랍세계 내의 다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이나 비난 여론조차 종국적으로 자신들의 그런 공격을 야기한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가자지구 공격과 이를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미국에 대한 비판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것은 현실에서 상당 부분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후티 반군이 세계의 교역과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후티 반군은 자신들을 그렇게 하도록 만든 게 누구냐, 이스라엘과 미국이 아니냐며 맞받아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여론전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은 유리하지 못하다.   12일 미국과 영국 군이 예멘의 수도 사나의 국제공항 인근에 있는 레이더 기지를 공습하기 전(위)과 공습 뒤의 모습을 찍은 인공위성 사진. 2024. 1.12. AFP 연합뉴스 확전 가능성에 대한 불안 고조 이렇게 되면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의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이 그들의 홍해상 상업 선박들에 대한 공격을 멈추게 만들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오히려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과 이라크 및 시리아, 레바논 등 아랍세계 이슬람 시아파 연합세력의 결속과 반격을 불러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확전 가능성이야말로 미국이 가장 우려하며 피하려 애써 온 것인데, 이번 공격이 오히려 그 물꼬를 트는 결과가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확전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 상선들이 수에즈 운하 통과를 꺼리게 돼, 가뭄으로 운하를 채울 물이 부족해 상선 통과를 크게 제한하고 있는 파나마 운하 사정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팔 전쟁으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무역과 세계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영군이 예멘 내의 후티 반군 군사거점들을 공격한 날 오만에서 석유를 선적한 마셜제도의 석유 수송함 ‘센트 이콜라스’가 무장괴한들에 나포돼 이란 쪽으로 항로를 변경했다. 미국 내 여론도 분열 미국 내에서는 연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이를 지원하는 미국정부와 미군을 비판하는 시위들이 벌어지고 있다. 의회에서는 이번 후티 반군 군사거점 공격을 지시한 미국 대통령의 헌법상의 권한 문제를 놓고 의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회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구분 없이 초당파적으로 의회와의 사전 논의나 동의 없이 대외 전쟁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시한 사실이 헌법 위반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전쟁수행 권한을 둘러싼 오래된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하고 있다.   12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관 앞에서 전날 미국 영국 군의 예멘 후티 반군 군사거점 공습에 항의하며 이스라엘 국기를 태우는 이란의 항의시위자들.  2024.1.12. AP 연합뉴스 후티 반군의 등장 아라비아반도 서남단 홍해 입구에 위치한 예멘에는 2개의 이슬람 종파가 있는데, 하나는 자이드파(시아파 계열)로 북부 산악지대에 거점을 둔 부족세력이다. 다른 하나는 샤피파(수니파 계열)로 남부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 두 개의 파는 원래 대립하지 않고 공존해 왔다. 그런데 1990년대에 이슬람 와하비파(수니파 계열)를 국교로 한 사우디아라비다(이하 사우디로 약칭)가 포교를 위해 예멘 북부(사우디 쪽에 가깝다)의 자이드파 지역에 모스크를 세우고 전도사들을 파견했다. 이에 위협을 느낀 자이드파 종교학자가 북부의 후트(Houth)라는 지역에서 사우디 비판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후티 반군(Houthis)의 시작이다. 그 구성원은 수천명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지도자가 압둘 말리크 알 후티다. 이름 끝에 붙은 ‘후티’는 출신지를 나타낸다. 사우디는 당시 중동 역내의 라이벌로, 1979년 ‘호메이니 혁명’ 이후 ‘이슬람 혁명’을 수출하려 했던 이란에 대항하기 위해 전 세계에 모스크를 짓고 자파인 와하비파(수니파 계열) 확장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이에 대항하고 있던 자이드파는 그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보고 반미 목소리도 냈다. 당시 예멘을 통치하고 있던 부패한 압둘라 살레 정권은 북부지역 개발에 무관심했다. 가난했던 북부지역 사람들은 그런 정권을 비판했던 자이드파 후티를 지지했다. 2004년에 살레 정권이 정부 비판적인 후티 지도자를 살해했고, 이때부터 후티의 반정부 활동이 본격화했다. 후티의 반정부활동이 이때부터 무장투쟁 쪽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지대공 미사일까지 보유한 그들의 무기는 밀수하거나 사우디군에서 불법적으로 흘러나온 것들을 입수한 것이다. 2011년 중동지역에서 민주화 물결이 퍼져나간 ‘아랍의 봄’으로 살레 정권이 물러나고 만수르 하디 정권이 들어섰으나 실정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그때 수도 사나에서 저항운동을 벌이던 젊은이들이 북부에 국한돼 있던 후티 반정부무장세력의 활동에 공감하면서 후티 반군의 세력이 확대됐다. “미국에게 죽음을!”이란 구호를 내건 후티 반군은 2014년에 수도 사나를 장악했다. 얼마간 후티는 하디 정권과 공존했으나 지배영역을 두고 알력을 빚다가 하디를 연금했다. 하디 정권 관계자들은 남부 아덴 쪽으로 도피하면서 사우디 쪽에 후티 반군을 무너뜨려 달라며 공격을 요청했다. 이후 지금까지 8년간 예멘의 사실상의 통치세력인 후티 반군과 사우디 간의 전쟁이 계속돼 왔다. 그러나 사우디는 2022년 4월 이후 후티 반군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중단하고 불안정한 휴전상태를 유지하려 애써 왔다. 이번 미·영군의 공격으로 휴전 상태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12일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전날 미국 영국 군의 예멘 반군 군사거점에 대한 공습에 항의하며 공습을 멈추라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  2024.1.12. 로이터 연합뉴스 문제의 출발점은 후티 반군과 사우디의 관계 이렇게 보면, 문제는 후티 반군과 사우디 간의 관계이지, 후티 반군 배경에 있다는 이란은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2015년에 사우디가 주도한 아랍의 반이란 연합세력이 후티 반군에 대해 공습을 가하면서 후티 반군은 같은 시아파가 지배하는 이란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란으로서는 사우디가 남쪽의 후티 반군 진압에 군사력을 집중하면 북쪽에 대해 소홀해지면서 자국에 유리한 정세가 펼쳐진다. 시아파 세력 확대에 관심이 있는 이란은 이런 정세를 활용하고 있다. 후티(자이드파)와 이란은 같은 시아파 계열이지만 교의가 달라서 이란이 예멘의 북부 산악지대에 밀고 들어올 여지는 별로 없다고 보고 있다. 두 세력은 반사우디라는 점에선 이해가 일치하지만, 이란이 예멘 내전에 직접 깊이 관여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사토 히로시 일본무역진흥기구 아시아경제연구소 연구원, <아사히신문> 1월 12일) 미국-이란 갈등의 핵심 ‘시아파 초승달’ 2020년 1월 3일 이란의 혁명수비대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국제공항 부근에서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이란 관계는 전면전을 우려할 정도로 심각한 긴장상태가 조성됐다. 그날 미군이 살해한 사람들에는 솔레이마니뿐만 아니라 이라크의 민병대 ‘인민동원군’(PMF, Popular Movement Force) 지도자들도 들어 있었다. 2019년 말 이라크에서 미군 거점들이 공격당하고 미국 대사관이 습격을 받았다. 미국은 그것을 PMF의 소행으로 보고, 그 뒤에 솔레이마니가 있다고 봤다. 솔레이마니는 이란 정예 이슬람혁명수비대 사령관으로 대외공작 전문인 ‘쿠즈 부대’를 이끌면서 이라크와 시리아, 레바논 등 친이란세력 지원과 훈련을 맡고 있었다. 이들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의 시아파 친이란계 세력이 이란이 얘기하는 미국과 이스라엘 침략에 맞서는 협력체제요 ‘저항의 추축’인 ‘시아파 초승달’이다. 미국은 이 ‘시아파 초승달’을 미국의 중동정책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간주했고, 솔레이마니가 그것을 만들고 움직이는데 깊이 관여했다고 봤다. 이란으로서는 ‘시아파 초승달’은 이란을 비롯한 중동 석유 이권을 둘러싼 서방열강의 간섭과 침략에서 벗어나기 위한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존재다. 미국·영국 군의 이번 공격으로 '시아파 초승달'이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12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미국과 영국 군의 후티 반군 군사거점들에 대한 전날의 공습에 항의하는 후티 반군 지지자들. 2024.1.12. 로이터 연합뉴스 ‘시아파 초승달’ 결성 계기를 만든 건 미국 ‘시아파 초승달’이 결성되는 계기를 만든 것은 역설적이게도 미국이다. 2001년 ‘9.11사태’ 뒤인 2003년 미국이 이란의 숙적인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후세인 대통령은 이라크 내에서 소수파인 이슬람 수니파 아랍인들을 정권과 군, 치안기관 요직에 기용하고 권력을 독점했다. 이런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미국의 점령기간을 거쳐 다수파인 시아파 아랍인들이 주도권을 쥔 정권이 등장했다. 이슬람 종파간 세력 분포를 보면, 수니파가 90%를 차지한다. 중동지역에서도 수니파가 다수파인 나라들이 많다. 그런데 이란에서는 거꾸로 소수파인 시아파가 90%를 차지하며, 이라크에서도 시아파가 60%를 차지해 다수파다. 후세인 독재체제에서 이라크 내 소수파인 수니파가 권력을 독점하면서 이라크 내 다수파인 시아파는 심한 탄압을 받았고, 일부는 시아파가 지배하는 이란으로 망명해 혁명수비대에서 훈련을 받았다. 미국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자 상황은 역전됐다. 시아파가 득세하면서 혼란이 이어지자 후세인 잔당과 수니파 불만분자들이 가세한 가운데 극단적인 과격파 ‘이슬람국가’(IS)가 등장했다. 이라크 시아파가 이에 대항하는 무장조직 인민동원군(PMF) 결성을 주도했고 시아파 민병대가 그 중심축이 됐다. 이때 이란은 PMF를 지원했고, 미국은 이라크군을 훈련시켰다. IS라는 공동의 적 앞에 미국과 이란은 뭉쳤고 2017년에 이라크 내의 IS는 진압됐다. 그런데 IS라는 공동의 적이 사라지자 미국과 이란 사이에 긴장이 고조됐고, PMF는 IS와의 전쟁이라는 비상사태가 끝난 뒤에도 해체하지 않았다. 2018년 의회선거에서 PMF지지 정당연합이 약진하면서 이라크 내 미군 거점과 대사관에 대한 로켓탄 공격이 시작됐다. 그 뒤에 이란이 있다고 본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정권은 2020년 1월 드론 공격으로 솔레이마니와 PMF 간부들을 제거했다.   12일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미국 영국 군의 예멘 반군 군사거점들에 대한 공습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 2024.1.12. 로이터 연합뉴스 중동지역 분쟁 뒤에는 늘 미국이 있다 이란은 2011년 ‘아랍의 봄’ 때 내전상태에 빠진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지원했고, 미국 등 서방과 사우디 등은 반정부세력을 지원했다.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 ‘시아파 초승달’의 중앙부가 무너지고, 그렇게 되면 레바논에 거점을 둔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 통로가 닫힌다. 이란은 시리아에 혁명수비대를 파견했다. 헤즈볼라와 PMF 등의 친이란계 세력도 투입돼 아사드 정권 붕괴를 막았다. 시리아와 이란의 관계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늘 중심적 역할을 했던 이집트가 1979년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은 뒤 가까워졌다. 그 이집트와 이스라엘 접근에 다리를 놓아 준 게 미국이다. 이스라엘을 최대의 위협세력으로 여기던 시리아는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손을 잡자 바로 그 해에 일어난 ‘호메이니 혁명’(이란 이슬람혁명) 뒤 반이스라엘 기치를 선명하게 내건 이란에 접근했다. 이란은 혁명 뒤 1980년대부터 국외의 반이스라엘 무장세력들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다. 2만명이 넘는 전투원을 보유한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을 몰아낼 정도로 최신 장비로 무장한 강력한 조직이다. 지금  네타냐후의 이스라엘 극우 정권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들과 이란 등 '시아파 초승달'의 동향이다. 이란의 반미의식은 1979년 호메이니 혁명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은 1953년 석유 국유화를 내건 이란의 모사데크 정권을 중앙정보국(CIA)이 공작한 쿠데타로 무너뜨렸으며, 호메이니 혁명 뒤 10년 간이나 이어진 이란-이라크 전쟁 때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적극 지원했다. 나중에 미국과 대적하게 되는 후세인과 탈레반은 미국이 이란과 당시 소련(러시아)을 견제하기 위해 키운 세력이다. 후티 반군의 등장도 미국이 지원한 사우디의 이슬람 와하비파 확장전략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넓게 보면 석유이권을 확보하려던 미국 중동전략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시아파 초승달’ 또한 서방, 특히 미국의 중동전략과 그 영향에서 벗어나 자국 이익을 지키려던 이란 민족주의세력 간 충돌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지금의 이-팔 전쟁을 초래한 하마스도 이스라엘을 중심 축의 하나로 설정한 미국 중동전략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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