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진보 성향 응답자…여론조사에 왜 침묵하나 [뉴스] 47.7% 대 48.2%.
이 수치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의 응답률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여론조사는 표본이 크게 왜곡돼 있다. 따라서 이 수치를 곧바로 현재 여론의 정확한 반영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많은 언론은 ‘이재명 대통령 국정지지율 데드크로스’라는 제목으로 이 조사 결과를 보도하고 있다.
물론 이 글의 목적은 특정 여론조사기관을 비판하는 데 있지 않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지방선거 이후 일부 ARS 여론조사에서 진보 성향 응답자가 눈에 띄게 적게 잡히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 역시 그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KSOI 여론조사에서 이대명 대통령에 대한 국정 운영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 조사는 보수성향 과표집으로 제대로된 여론을 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여권은 왜 진보성향 응답자들이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지 성찰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6.3 지방선거 단체장 당선자 워크숍에서 정청래 당 대표와 김민석 총리가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2026.6.21 연합뉴스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22일과 23일 양일간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상대로 실시한 무선 자동응답전화조사(ARS,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5.6%)에서 표본의 구성비(가중치 적용 사례)는 보수 성향 30.14%(303명), 중도 성향 36.21%(364명), 진보 성향 18.50%(186명), 잘 모름·밝힐 수 없음 15.12%(152명)로 집계됐다.
보수 성향 응답자는 진보 성향 응답자보다 117명, 비율로는 11.64%포인트 많았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의 구성비 차이는 대체로 2~3%포인트 안팎에서 움직인다. 그런데 이번 조사처럼 11%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를 ‘보수 과표집’이라고 한다.
여론조사에서 표본 추출은 가장 중요한 변수다. 제대로 된 표본 추출을 하더라도 1000명 안팎의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표본오차 ±3.1%포인트가 발생한다. 하물며 이념 성향별 응답자 구성 자체가 크게 기울어져 있다면, 그 결과를 해석할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번 조사는 가중치 적용 폭도 큰 편이다. 남성은 553명을 추출해 499명으로 56명을 줄였고, 여성은 452명을 추출해 506명으로 54명을 늘렸다. 표본 구성의 불균형을 보정하기 위해 가중치를 적용하는 것은 여론조사에서 일반적인 절차다. 그러나 적용 폭이 커질수록 표본이 모집단을 얼마나 잘 대표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응답률도 5.6%에 그쳤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공표금지 기준’을 가까스로 넘긴 수준이다. 표본 구성의 불균형과 낮은 응답률을 함께 고려하면, 이 조사 결과를 두고 곧바로 ‘데드크로스’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이 같은 표본을 토대로 집계한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는 긍정 평가 47.7%, 부정 평가 48.2%, 잘 모름 4.1%였다.
정당 지지율 역시 표본 구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39.6%, 국민의힘 37.3%, 개혁신당 2.7%, 진보당 1.9%, 조국혁신당 1.6%, 그 외 정당 1.9%, 지지 정당 없음 14.0%, 잘 모름 1.1%로 집계됐다.
표본이 고르지 못하면 경제 전망, 한반도 평화 전망, 국정운영 평가, 선관위 원포인트 개헌 찬반,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의견 등 다른 조사 항목 역시 실제 여론을 정확하게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언론은 표본 구성비에 대한 문제 제기 없이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썼다. 매일경제, 뉴스1, 데일리안, 디지털타임스, 아주경제, CBS 등 많은 언론이 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CBS만 전국지표조사(NBS) 등 전화면접조사에서는 대통령 긍정 평가가 50%대 중반이라고 언급했을 뿐, 나머지 언론은 숫자 인용에 집중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이번 조사를 단순히 부실 조사로만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ARS 여론조사에서 이념 성향별 표본이 고르지 못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면, 이는 여론 지형의 변화와 함께 응답 행태의 변화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할 문제다.
KSOI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6·3 지방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정부 책임론, 검찰 보완수사권 논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갈등이 당·청 관계로 확대되고, 대통령실 인사 문제 등이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저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6.6.24[공동취재] 연합뉴스
이 분석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원인을 정치 현안에서만 찾고, 조사 표본이 고르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진보 성향 응답자가 왜 ARS 조사에서 적게 잡히는지에 대한 질문은 빠져 있다.
그렇다면 범진보 진영 지지층이 ARS 여론조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조사 방식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전화면접조사에서는 조사원이 직접 질문하기 때문에 최근 여권의 행태에 실망한 응답자들도 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ARS 조사에서는 응답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 결과 표본이 왜곡되고 실제 여론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조사 방식의 문제와 일부 겹치지만, 지방선거 이후 진보 성향 응답자들의 정치적 의욕 상실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지방선거 결과 못지않게 조국혁신당과의 통합 문제, 공소취소 논란, 공천 문제, 정청래 전 대표와 김민석 총리의 당대표 경선을 둘러싼 갈등 등이 전통적 지지층의 피로감을 키웠기 때문이다.
반면 보수 진영은 지방선거를 계기로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여론조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응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여론 지형 자체가 크게 변했다기보다는,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진보 성향 비응답자가 증가한 것이 이번 조사에서 확인되는 중요한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진보 진영 응답자들이 다시 정치적 참여 의욕을 회복하고 여론조사에 응하도록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선택의 문제이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먼저 이재명 대통령은 특정 후보나 특정 계파의 후견인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당 대표 경선은 누구를 배제하거나 심판하는 장이 아니라 집권당의 진로를 놓고 경쟁하는 공개 토론장이 돼야 한다.
정청래 ,김민석, 송영길 등 당권도전 후보들은 민주당이 어떤 집권당이 될 것인가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당원 민주주의, 민생경제, 검찰개혁, 언론개혁, 지방선거 평가, 2028년 총선 공천 원칙,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를 놓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토론의 언어는 상대를 무너뜨리는 언어가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
공천권 문제를 제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공천은 시스템으로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으면 한다.
강성 지지층의 공격과 배제의 정치에 대해서도 후보들이 함께 선을 그어야 한다. 문자폭탄, 좌표 찍기, 조롱, 낙인찍기가 성행하고 있다. 당내 경쟁자를 배신자나 반개혁 세력으로 몰아가는 순간 경선은 축제가 아니라 분열의 출발점이 된다. 모든 후보가 함께 상대 후보를 악마화하지 말자”고 선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당대회가 손조롭게 진행된다면 현재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진보 성향 응답자들도 다시 조사에 응하게 될 것이고,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와 정당 지지율 역시 보다 정상적인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 지형이 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여론조사의 상세한 내용은 KSOI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강동형 에디터 yunbin6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