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통상본부장, EU·멕시코 잇단 통상 장벽에 기업 지원 총력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 출처 = 산업통상부
정부가 유럽연합(EU)의 철강 수입 규제 강화와 멕시코의 관세 인상 움직임에 대응해 한국 기업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철강·배터리·자동차·가전 등 국내 주력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통상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공급망 안정과 수출 경쟁력 방어에 나선 것이다.
특히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유럽과 중남미를 동시에 겨냥한 ‘투트랙 통상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 만나 EU의 철강 수입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한 국내 업계 우려를 전달했다.
EU는 현재 올해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철강 공급과잉 대응법’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저가 철강 유입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한국산 제품까지 규제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철강은 자동차·조선·가전·건설 등 산업 전반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특히 EU는 한국의 두 번째 철강 수출시장으로, 규제가 강화될 경우 국내 철강기업뿐 아니라 현지에 생산거점을 둔 자동차·가전 기업의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 본부장은 새로운 규제가 철강업계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유럽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 투자기업의 생산 안정성과 공급망에도 직결된다”며 신중한 제도 적용을 요청했다.
EU 측도 철강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앞으로 고위급·실무급 협의를 이어가며 상호 호혜적인 해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배터리 지원 확대…유럽 현지 한국 기업 숨통 트이나
이번 협의에서는 국내 배터리 업계에 긍정적인 성과도 나왔다.
EU 집행위원회가 배터리 산업을 ‘에너지 집약산업’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폴란드 등 유럽 현지에 진출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요금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에너지 집약산업은 생산 과정에서 전력 사용 비중이 높은 산업을 뜻한다. 배터리 제조는 대규모 전력 사용이 필수적이어서 전기요금 부담이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최근 유럽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제조업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진 상태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그동안 유럽 현지에서 높은 전기요금 부담을 호소해 왔다. 이번 지원 대상 포함으로 제조원가 절감과 가격 경쟁력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는 이번 결정이 한국 정부와 EU 집행위, 폴란드 정부 간 협의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와 중국 업체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 완화가 투자 안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 관세 인상 대응…FTA 추진에도 속도
정부는 중남미 시장 대응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 본부장은 12일부터 이틀간 멕시코를 방문해 최근 멕시코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에 대해 시행한 관세 인상 조치와 관련한 국내 기업 애로를 전달했다.
멕시코는 북미 시장과 연결된 생산 거점으로, 한국 자동차·가전 기업들의 핵심 제조기지가 몰려 있는 국가다. 특히 미국·캐나다·멕시코 협정(USMCA)을 활용할 수 있어 국내 기업들의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정부는 멕시코 측에 자동차·가전 분야 무관세 쿼터 확대와 관세 감면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요청했다. 동시에 통상 불확실성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한·멕시코 FTA 체결 필요성도 강조했다.
FTA는 국가 간 관세를 낮추거나 철폐하는 협정이다. 체결 시 기업들은 수출 비용을 줄이고 안정적인 통상 환경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한국과 멕시코는 FTA가 체결되지 않아 일부 품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 부담을 안고 있다.
양국은 향후 장관급 전략대화와 실무 작업반을 설치해 관세 문제와 공급망 협력, 투자 환경 개선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통상 대응이 기업 경쟁력 유지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한다.
여 본부장은 불확실한 통상 환경 속에서 정부는 시장 다변화 전략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며 EU와 멕시코를 포함한 주요 시장과의 협력을 강화해 우리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