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원자력 민간 개방…정부 독점 60년 만에 폐기, 280조원 투자 시장 열렸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인도의 에너지 체제에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인도 정부가 민간기업의 원자력 발전 투자 참여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수십년 간 이어진 정부 독점제를 파기하고 2140억달러(약 285조원)의 신규 투자 길을 연 것이다.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의회는 원자력 산업에 민간 투자를 허용하는 원자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입법은 세계적으로 원자력이 ‘탈탄소 전환의 현실적 해법’으로 재조명되는 가운데, 인도가 석탄 의존 경제 구조를 털고 청정기반 전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의 핵심으로 꼽힌다.
원자력 금기의 벽 허물고 280조원 투자 유도
현재 인도의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에 불과하다. 새로운 법안은 1960년대부터 이어진 정부 독점을 폐지하고, 민간 및 외국인 기업이 직접 발전소에 투자하거나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가 2047년까지 선진국 대열에 오르려면 에너지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며 원자력 발전 규모를 11배 수준인 100기가와트(GW)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최소 19조3000억루피(약 315조원) 투자가 필요해, 전력 인프라 부문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텐드라 싱 인도 과학기술부 장관은 인도가 글로벌 에너지 질서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글로벌 규칙’을 따라야 한다”며 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인도 정부가 민간기업의 원자력 발전 투자 참여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수십년 간 이어진 정부 독점제를 파기하고 2140억달러(약 285조원)의 신규 투자 길을 연 것이다.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인도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원자력 산업의 재부상 흐름과 맞닿아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위축됐던 원자력 투자는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원자로 재가동에 나섰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방글라데시 등도 신규 원전을 건설 중이다.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원자력 발전 용량이 2050년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나 860기가와트에 이를 수 있으며, 관련 가치사슬에 약 2조2000억달러(약 3240조원)가 투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적 ‘원자력 르네상스’ 속 인도의 도전
이번 법안의 핵심 쟁점은 원자력 사고 책임을 둘러싼 규정 완화다. 인도는 오랫동안 원전 부문을 개방하지 않았다. 이는 1984년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 보팔에서 발생한 가스누출 사고 여파가 주요인이었다. 인도는 당시 사고로 수천 명이 숨지자 산업 및 환경 규정을 강화했고, 이에 따라 사고 발생 시 공급업체까지 모두 책임을 묻고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 유일한 국가가 됐다.
이 때문에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인도 원전 부문에 진입하지 못했고,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 코퍼레이션과 프랑스 전력공사(EDF)도 인도 내 사업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개정 법안은 공급업체를 책임에서 사실상 면제하고, 원자로 규모에 따라 책임 한도를 설정했다.
또 정부가 한도를 초과하는 배상 청구를 대비해 책임 기금을 조성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대해 야당과 일부 전문가들은 이익은 민간이 가져가고, 사고 위험과 비용은 결국 납세자가 떠안게 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다만 핵연료 채굴·가공, 사용후핵연료 관리, 전력 요금 책정 등 핵심 영역은 여전히 국가가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높은 초기 투자비, 긴 건설 기간, 민간 기업의 운영 경험 부족 등으로 원자력 확대가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석탄 의존 신흥국에서 청정 원자력 강국으로 전환
인도는 1969년 첫 원자로 가동에 들어가 현재 전국에 25개 원자로를 가동 중인데, 국영 원전업체인 인도원자력공사(NPCIL)가 운용을 도맡고 있다. 원전산업 전문가들은 연방의회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가 법안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단체는 방사성 폐기물 노출 위험 증가 등을 주장하며 입법에 반대한다.
하지만 인도 연방정부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 주도 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이 연방 상·하원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법안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개방 조치는 인도를 ‘석탄 의존 신흥국’에서 ‘청정 원자력 강국’으로 전환시키려는 모디 정부의 상징적 도전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