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0.25%p 인상…한은, 긴축기조로 전환 [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5bp올렸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 상승세와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환율도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신현송 한은총재는 물가 안정을 위해 진력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증권가에선 한은이 10월에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릴 것에 베팅 중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5bp인상한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 2023년 1월(연 3.25→3.50%) 이후 3년 6개월 만의 통화 긴축 결정이다.
앞서 금통위는 2024년 10월과 11월, 작년 2월과 5월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00%p 인하하면서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작년에는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과 국내 건설경기 악화, 미국 상호관세 충격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통화 완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원/달러 환율이 높아진 가운데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8연속 동결하면서 대내외 변수를 점검해왔다.
금통위가 1년 2개월간의 금리 동결 끝에 통화정책의 키를 긴축 쪽으로 튼 것은 물가가 불안해진 반면, 경기 반등이 뚜렷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다.
원유 공급의 병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국제 유가(브렌트유 기준)가 전쟁 직전 배럴당 72달러 수준에서 4월 말 12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 2.0%에서 3월 2.2%, 4월 2.6%로 점차 높아지더니 5월(3.1%)과 6월(3.2%) 연달아 3%대를 기록했다.
체감 물가 수준을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2월 1.8%에서 3월 2.3%, 4월 2.9%, 5월 3.3%, 6월 3.4% 등으로 계속 높아졌다.
한은은 유가 상승이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다른 품목 가격도 높이는 2차 파급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추이, 자료 : 국가데이터처
반면, 반도체 수출 호조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1.0%)보다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8%에 달해 2020년 3분기(2.3%)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명목 기준으로는 10.5% 성장해 1976년 1분기(13.0%) 이후 50년 만에 최고였다.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역대 최대였던 작년(1230억 5000만달러)의 두 배를 훌쩍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지난 14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한은의 5월 전망치(2.6%)보다 0.4%p 높은 수준으로, 한은도 8월에 전망치 상향 조정이 확실시된다.
한은 추정치 기준 1.8% 안팎의 잠재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양호한 경제 성장은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기준금리를 비교적 낮게 유지하면서 경기를 떠받쳐야 하는 상황과는 거리가 멀어진 셈으로 볼 수 있다.
경제성장률전망, 자료 : 한국은행, 재정경제부
서울 등의 아파트 가격 상승과 안정되지 않는 환율도 금리 인상에 영향
가계부채와 주택가격도 주요 고려 사항으로 꼽힌다.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7조6천억원 늘어 2024년 8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5월 9일)를 앞두고 급증했던 주택매매거래가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증가세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은행 가계대출 증감추이, 자료 : 한국은행
서울 아파트 가격은 최근 공급 부족 우려와 추가 가격 상승 기대 등에 연율 환산 10∼15% 수준의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대출 문턱을 높이고 가파르게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 통화 긴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고조됐다.
지난달 초 1,560원대에 달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조달 자금의 원화 환전 기대 등에 1,480원대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연 3.50∼3.75%)의 정책금리 격차는 1.25%p에서 1.00%p로 축소된다.
2023년 2월 1.25%p에서 3월 1.50%p로 금리 격차가 확대된 후 3년 4개월 만에 격차가 최소로 줄어드는 셈으로, 한미 금리차 축소는 원화의 기초가치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최근 한은 입장이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자료 : 한국은행, 미국연방준비제도(Fed)
금통위원들의 5월 28일 기준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을 반영한 점도표도 전체 점 21개 중 19개가 연 2.50%보다 높은 지점에 찍혀 있다.
유럽중앙은행(ECB·6월 11일), 일본은행(6월 16일)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잇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사실상 물가 안정에 사활을 건 한은총재
한편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8월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하겠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인상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도 나올 데이터가 중요한 게 많이 있어서 한쪽으로 단언할 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통화 정책의 경로는 사전에 결정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앞으로 몇 차례 ‘살아있는 회의’(live meeting)를 통해 여러 지표에 무게를 두고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기조를 언제까지 유지할 거냐는 질문에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지는 앞으로 입수될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주에 공개되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통계와 다음 달에 나오는 7월 물가 데이터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 총재는 2분기 국민소득 통계를 아주 주의 깊게 보겠다”면서 1분기의 유례 없는 수치가 2분기에는 좀 하향 조정이 되는지, 아니면 수출이 워낙 잘돼서 이게 계속 유지가 되는지를 주의 깊게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에는 7월 물가가 발표되는데, 유가가 조금 내렸지만 근원 물가와 생활 물가를 주의 깊게 보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신 총재는 환율, 가계대출 등 금융안정 면에서도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7.16 [사진공동취재단]
시장에선 10월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전망해
시장에선 한은총재의 메시지 등을 토대로 10월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점치는 예측이 대세다.
한화투자증권의 김성수 연구원은 물가는 6개월에서 최대 1년간 높은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며, 성장률 전망치는 상향될 것으로 보여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확정적”이라며 올해 10월과 내년 1월 추가 인상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상과 크게 다른 부분이 없었던 회의인 만큼 당분간 금통위와 관련된 (금리) 상승 모멘텀은 약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8월 수정 전망에서 성장률이 3.0%에 도달한다면 시장금리 반등 위험이지만, 추가 두 차례 인상 전망 하에서 단기구간은 상승세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다음 주 2분기 국내총생산(GDP)과 국내총소득(GDI)이 한은 전망을 크게 상회할 경우 연속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8월 금통위 전 수요 압력으로 인한 물가 지표 악화를 확인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의 정책 결정에 있어 데이터의 ‘확인’이 중요해 보인다”며 8월 금통위는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존재하는 동결에 무게를 두며 10월에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인상을 8월에 연속으로 할지, 10월에 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건 물가 등의 데이터가 결정할 것이다. 분명한 건 한은의 통화정책기조가 긴축으로 확연히 전환됐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