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선진화의 돌파구, 지역당 돌풍 가능할까?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임진철 직접민주마을자치 전국민회 상임의장
이군돌기(異軍突起)
직접민주주의 지역당과 직접민주주의 진보좌파연합정당 돌풍!
이는 2014년에 창당하여 연정으로 집권하고있는 스페인 포데모스 정당 이야기다. 스페인 포데모스당은 스페인 정치에 이군돌기(異軍突起) 로 등장한 지역당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진보좌파정치연합당이다. 이군돌기 란 전쟁 중에 전혀 뜻밖의 색다른 군대가 돌연 나타나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전환기에 전혀 뜻밖에 새로운 색다른 세력이 돌연 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페인 진보정치에서 지역당이 이런 이군돌기 역할을 한 것이다.
여기서 ‘지역당(지역정당)’이란 생활정치·지역 의제 중심의 독립정당을 의미하며, 종족주의 등 배타적 지지를 기초로 하는‘지역주의 정당’이나 전국정당의 하부조직인 ‘지구당’과 구분된다.
2015년 1월 31일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거리로 쏟아져 나온 포데모스 지지자들. 위키피디아
엘리트주의와 대의민주주의 진보정당 vs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 진보정당
스페인에는 그 사상이념에 있어서 포데모스당과 별 차이가 없는 사회민주주의 좌파정당인 사회노동당이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포데모스당이 돌풍을 일으키며 스페인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고 지금도 청년들에게는 지지율 1위 정당이 되었을까? 같은 좌파 정당이지만 주류 정당인 사회노동당은 엘리트주의와 대의민주주의 정치시스템 안에서 기득권화되어 있었다.
스페인 포데모스당은 이와 정반대였다. 네오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 정치시스템과 상향식 토론숙의민주주의 정치문화 및 연합정치문화로 사회노동당과 차별화된 정치문화양식과 정치스타일을 만들어내 사회노동당과는 다른 확실한 변별력을 보여주었다. 이에 스페인 대중은 내가, 우리가 포데모스당이다(우리가 직접 할 수 있다)!”라고 열광하며 반응했다.
조정환은 그의 저서 (pp.20-21)에서, 근대 정당이 생긴 이래 좌·우파 정당 모두 민주주의를 대의민주주의 통치 차원에서 이해해 왔다고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우파 정당들은 국민의 대변자와 옹호자를 자처하면서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은 국민 대중 전체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지’라고 불리는 소수 자산계급의 이익으로 귀결되었다. 이 사실을 직시한 진보적인 사람들은 좌파 정당을 구성하여 민중(서민 대중)을 이끄는 전위이자 옹호자의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나 좌파 정당이라 하여 정당의 기본 성격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좌파는 대의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민중(서민 대중)의 근본 이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대의가 문제라고 보았다. 그 대안으로 혁명 정당, 노동당, 공산당 등은 국가 권력 장악을 통해 대의하려 했다. 하지만 이러한 좌파 대안세력도 시간이 지나며 기득권화되고 우파의 거울 이미지를 따라 하는 행태를 보이며 우파 정당과의 변별력을 크게 갖지 못했다. 이는 좌파 대안 정당들 역시 정치적 대의 정당의 창당과 집권 문제에 집중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좌·우파 모두 대의민주주의 통치 차원의 문제로만 이해했기 때문이다.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열린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 대개혁 시민 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2025.12.3. 연합뉴스
민치(民治) 50%와 통치(統治) 50%의 협치(協治)로 진보정치 재구성해야
그리하여 대의제 아래서 정당의 최고 관심사와 목표는 정의와 공정, 민생도 아니고 집권과 통치다. 정의와 공정이니 민생이니 하는 말들은 집권을 위한 방편으로 활용할 뿐이다. 게다가 대의정치는 정치지망생과 정치인들이 입신양명의 출세주의와 엘리트주의에 자신도 모르게 감염되어 살도록 만드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대의제는 그 본질이 엘리트주의에 기초하기에 좌파 정당이든 우파 정당이든 대의제에 기초한 정당들은 민중의 근본이익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리스 아테네 민주주의의 현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중의 벗으로 살아온, 가난하지만 똑똑한 정치 지도자도 선거에서 선출되는 순간, 부자와 권력자에게 포획되어 민중에게서 멀어진다.”라고 일찍이 갈파했다.
기존의 대의민주주의 진보정치나 진보좌파 정당들은 대의민주주의 체제 그 자체의 한계를 보지 못하고, 더 많은 대의를 통하여 서민 대중의 근본이익을 옹호하고 실현하려 했다. 그러나 대의민주주의 체제만으로는 정치만족도 50점과 정치효능감 50%를 결코 넘을 수 없는 자체의 한계를 가지고 있기에 그것은 불가능한 꿈이다. 이는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한다는, 목적과 수단이 불일치하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제 기존 대의민주주의 진보정치를 벗어나 민(民)이 정치의 직접적 주체가 되는 직접민주주의 민치(民治)가 국정의 50%를 담당하고 대의민주주의 통치가 나머지 절반의 50%를 담당하는 융합 정치시스템으로 진보정치를 재구성해야 한다. 모든 시민이 시민정치가가 되는 시대를 만들면서 동시에 한국사회의 불평등문제를 해결하는 진보정당이 될 때, 그때 비로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명실상부한 진보정당으로 인정받으며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12월 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린 가자, 평등으로! 에서 참석한 사회운동 단체 및 진보정당 관계자들이 카드섹션을 하고 있다. 2025.12.3. 연합뉴스
지역당 담론의 부상 그리고 비관과 낙관의 한국정치 전망
한국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진 지역당 운동이 있었다.
지역당 창당은 한국에서 제도적으로 막혀 있다. 이런 연유로 2022년 정당법 위헌소송 운동과 더불어 직접행동 영등포당, 은평 민들레당, 과천 시민정치당, 생활정치 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등과 같은 시·군·구 기초지역 단위에서의 지역당 운동이 전개되어 왔다. 최근에는 현행 정당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광역시·도 지역당을 창당하고, 이를 전국 연합 형태로 조직하여 2026년 6월 지방선거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직접민주 지역자치당 명으로 서울 자치당(영등포 우주당),부산 자치당, 대구 자치당(대구 우리손으로), 경기 자치당, 충북 자치당 등 다양한 명칭으로 충북을 시발점으로 하여 서울, 부산, 대구, 경기도 등을 중심으로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 광역시·도 지역당 전국연합 창당을 위해 서울, 부산, 충북 지역은 이미 1천 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머지 대구와 경기도 지역에서도 내년 1월 내로 1천 명의 당원을 모집하여 창당 대회를 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식 신고할 예정으로, 당원 모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광역 지역당 창당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지만, 주체 역량은 아직 기성 정당에 비해 미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당 중심 정치에 대한 대안으로서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당 담론이 주요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기자 성한용은 그의 칼럼 민주주의 뒤흔드는 팬덤 정치…대구당·광주당이 ‘미래’ 열까(한겨레 2025.08.31.)에서,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팬덤 정치의 심각한 폐해를 지적하며 지역당의 등장과 안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르지만 민주당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 현상은 지역당 담론의 부상과 상관관계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세계 최고 수준인 250만 당원을 자랑하지만, 지역적 토대와 계층적 조직력은 부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접-숙의 토론 민주주의 기반의 집단 지성이 부재한 팬덤 정치로는 전 세계적으로 부는 극우의 광풍을 이겨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실용주의적 균형 감각과 내란 종식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활용해 비교적 슬기롭게 국정 운영을 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비관적 전망이 제기될 수 있다. 분단 체제의 삼각 축인 미국 네오콘, 일본의 극우, 한국의 매국 수구 보수 동맹에 의해 언제든지 위기에 처하며 문재인 정부와 같은 비극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는 반대로 낙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 정치의 희망적 로드맵은 정통 자유 보수 세력과 민주 진보 좌파 세력이 경쟁 동맹 체제를 이루어 극우와 극좌를 주변화시키면서 진화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낙관론의 배경에는, 현재 안보와 경제 등 보수 의제를 더불어민주당에 빼앗긴 국민의힘당이 혼란에 빠져 있다는 점이 있다.국민의힘은 매판 극우세력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일부 재벌과 수구 보수언론, 반헌법적 검찰 및 사법세력의 심부름센터 같은 이익단체로 전락해 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국민의힘당을 매판 극우정당으로 밀어내고 대한민국의 주류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진보좌파의 아젠다까지 깔고 앉아 메아리 없는 위선적인 말 잔치로 허망하게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의 한국정치는 비상식적일 만큼 보수풍토 일색이었고, 민주진보를 자처해왔던 더불어민주당은 유럽의 진보정당과는 비교할 수 없고 유럽의 보수정당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개혁적이지 않았다. 그러한 이유는 정치가 냉전 분단체제에 포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주류가 되었고 집권까지 했기에 한국정치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정치풍토와 시스템으로 개혁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하루빨리 제대로 된 민족 정통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분단체제로 지체된 근대적 과제(국가보안법 폐지를 통한 사상 표현의 자유 실현, 자주국방, 한반도 평화 정착 등)를 실현하고, 극심한 불평등 해소, 사회 통합, 자치 분권 및 지역 균형발전 같은 근대국가 완성의 과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족 정통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진보 좌파 세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진보 좌파 정당과 세력이 지금처럼 지리멸렬하고 존재감 없이 괄목할 만한 자기 전망을 가지지 못한다면, 아마도 더불어민주당은 실용주의를 내세워 자유 보수와 민주 진보 세력을 아우르는 과대 대표 정당으로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강원지역 시민사회·노동 단체, 진보 정당 등으로 구성된 내란청산-사회대개혁 강원비상행동이 12·3 비상계엄 1년째인 3일 강원특별자치도청 앞에서 내란 세력 청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5.12.3. 연합뉴스
지역당이 한국 정치 선진화의 돌파구로 등장하는 요인
이제 한국은 매판 극우 정당인 국민의힘, 정통 민족 보수 우파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진보 좌파 정당의 천하 삼분지계 로 재편되는 정치 교체 상황이 예비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 교체 상황을 돌파하고 한국 정치를 선진화할 돌파구로 지역당이 대안으로 등장한다. 그 이유는 현행 정당·선거제도가 양대 전국 정당 체제를 고착화하기 때문이다. 이 체제는 정책 정당·정책 선거의 발전을 막고, 혐오와 배제 담론의 적대 정치를 심화시켜 민주주의 발전과 한국 정치 선진화를 가로막고 있다.
소선거구 단순 다수제 하에서는 두 거대 정당이 과대 대표하는 독과점 구조가 재생산된다. 이 거대 정당들이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으리라는 기대는 연목구어와 같다. 이렇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당은 아래로부터의 지역 수준에서 실질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지역당은 증오 상업주의의 악순환을 낳는 적대적 공생 체제인 양당 정치를 극복할 돌파구로 제시된다. 지역당이 대안으로 부상하는 요인은 앞서 언급된 것 외에 다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몰이성의 경마장 정치로 이어지는 팬덤 정치의 대안으로, 읍면동 단위 주민자치 등 풀뿌리 직접민주주의 대면 정치의 활성화가 요구된다(팬덤 정치의 폐해는 필자의 민들레 칼럼 참조: 팬덤 정치를 넘어 국민주권 빛의 혁명을 위하여, 2025.10.19.).
둘째, 국가, 시장, 가족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저출산 및 노인 등 통합 돌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한 마을과 지역 공동체의 재구성 필요성이다.
진보정치연합 지역당 플렛폼 기반의 진보정치 연합정당 건설 이유
그렇다면 지역당이 앞서 언급된 필요성과 과제를 잘 수용하고 안착하면 양당 독점 체제가 깨지고 한국 정치의 선진화가 이루어질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역당의 안착은 한국 정치 선진화의 길을 여는 필요조건일 수는 있으나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의 선진화는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가 어깨동무하는 제7공화국 건설과 강력한 진보 정당의 건설로부터 본격화될 것이다. 강력한 진보 정당의 건설은 마을과 지역 단위에서 아래로부터 지역당을 기초로 한 진보정치의 재구성에서 비롯될 것이다.
최대 지지율 20%까지 올라갔던 민주노동당 이후 분열을 거듭해온 진보정당 운동은 기존 방식으로 제3정당으로 등장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혹자는 좌우를 떠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제3당으로 떠오를 정당으로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을 꼽는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두 당은 광역은 물론 기초 지방자치단체장 중 단 한 석이라도 확실히 당선될 곳을 장담하기 어렵다. 조국혁신당이 호남에서 일부 성과를 낼 가능성은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두 당 모두 지역 기반이 부재하고 특정 정치인의 팬클럽 성격을 띠고 있어, 민주당과 국힘당의 강력한 양당 체제 구심력으로 인해 지방선거에서 확실한 당선을 전망하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정청래-장동혁 체제에서 대립은 갈수록 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수도권에서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의 표를 갉아먹어 당락을 바꾸는 역할은 할 수 있다.
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왼쪽부터),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에서 출범 선언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1.20. 연합뉴스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군소 진보 좌파 정당은 어떤가? 크게 다르지 않으며, 특별한 존재감 없이 지리멸렬한 상태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진보 정당 운동은 성사 확률이 낮은 후보 단일화나 군소 좌파 정당 간의 통합 같은 낡은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그 새로운 접근 방식은 지역당 플랫폼을 기초로 시민사회 세력과 군소 정파 세력이 연합하는 연합 정당으로 재건하는 일이며,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새롭게 건설되는 진보연합정당이 지역당(진보정치연합 지역당) 플랫폼을 기초로 재건되어야 하는 현실적 이유, 즉 특별한 장점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새롭게 건설되는 진보연합정당의 구조 안에 강력한 지역 정당들이 존재할 경우이다. 이 때,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 게임 과 같은 총선에서 크게 패배해도 당의 지역적 토대가 견실하여 흔들리지 않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표면장력 현상에 의해 거대 전국정당인 양당에 흡수 통합될 수 있는 불안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두 번째는, 강력한 거대 양당 체제 하에서 총선(국회의원 선거)에서 군소 정당이 모 아니면 도 게임에 직면하는 것과 달리, 지방선거에서의 지역당은 모윷걸개도(All results, from Mo to Do) 게임 을 할 수 있다.예를 들어 지역당 플렛폼의 견지에서 보면, 어느 지역에서 시장, 군수에 당선되면 모(Mo)를 낸 것이고 도의원/시의원/군·구의원에 당선되면 걸(geol)개(gae)를 낸 것이다. 광역시도 단위에서 연정에 성공하면, 지역당으로서는 윷(Yut)을 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연정에 성공할 경우, 연정의 갑(甲)이 도지사와 정치 경제 분야 주요 기관을 차지하고, 연정의 을(乙)은 부지사와 교육 문화 복지 분야 기관을 차지하는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처럼 지역당은 직접 숙의 민주주의 기반의 대면 정치와 마을, 지역 공동체 기반을 활용하여 지방선거에서 모윷걸개의 정치적 성과를 축적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닌다.
스페인 포데모스당의 경험과 한국 진보연합 정당의 성공 가능성
지역당 플랫폼을 기반으로 진보 좌파 정당을 건설할 경우, 이러한 방식으로 성공한 스페인 포데모스당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페인은 분단은 없었으나 한국의 6.25 전쟁과 유사한 내전을 겪고 프랑코 총통의 독재를 경험했다. 민주화 이후에는 보수 우파 국민당과 사회민주주의 중도 좌파 사회노동당의 적대적 공생 양당 체제를 겪어 왔다. 이런 정치적 상황에서 포데모스는 제3당의 진보좌파 정당을 건설하여 사회노동당과의 연정으로 집권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포데모스당은 우리나라의 촛불집회 운동과 같은 ‘인디그나도스(Indignados, 분노한 사람들) 운동’을 배경으로 2014년 1월 16일 창당한 직접민주주의 진보좌파 연합정당이다.
포데모스당은 지역당 플랫폼을 주축으로, 광범위하고 강력한 직접민주주의 대중 운동 기반 위에서 지역 및 부문의 진보적 대중 조직과 군소 좌파 정당들이 네트워크 플랫폼을 이루며 총연합하여 만들어졌다. 포데모스는 사회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민중주의, 공화주의, 연방주의, 대안 세계화를 이념으로 하는 사회민주주의 좌파 빅텐트 성격을 지닌다. 이들은 단순히 기존 정치인을 교체하는 것을 넘어, 정당의 개념과 구조 자체를 바꾸고자 했다. 포데모스를 운영하는 중요한 원칙은 군중의 힘을 정치적 권력에 이를 수 있도록 제도화하며, 수평적 연대와 상향식 의사결정이 가능한 혁신적 정치방식 창출이다.
포데모스당은 인디그나도스 운동이라는 강력한 대중운동 기반과 지역당 플랫폼을 주축으로, 기존 체제에 대한 강력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대안적인 진보 좌파 이념 노선, 네오 직접민주주의 자치 분권 민치 시스템, 그리고 강력한 연대 연합의 정치 문화를 바탕으로 강력한 거대 양당체제 하에서 제3지대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스페인 포데모스당의 경험은 강력한 양당 독과점 체제 하에서도 지역당 플랫폼과 시민사회 운동의 강력한 결합을 통해 제3의 정당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역당 플랫폼을 통한 지역 기반과 시민사회 운동의 결합, 다양한 세력들이 총연합하는 연합 정치와 연대 문화는 한국 진보진영이 참고할 중요한 전략적 요소이다.
현재 한국 진보진영은 이재명 정부의 중도우파 노선, 조국혁신당의 한계, 군소 진보좌파 정당의 분열 등으로 인해 진보의 공백 상태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을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당 플렛폼을 통한 포데모스식 진보연합 정당 건설에 대한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그러한 비전 제시와 함께 2026년 지방선거에서 지역당이 돌풍을 일으켜야 한다. 돌풍을 일으키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유의미한 정치적 성과를 내야만 지역에서 다진 기반을 바탕으로 진보연합정당 건설의 전망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87년 체제’ 하의 양당 독과점 구조에서 진보 정치 세력이 제3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비록 마지막 기회일 수 있지만 성공한다면, 최소 20%에서 최대 40%의 지지율을 획득하는 제3 정당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해 볼 수 있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지역당의 돌풍, 2027년 총선에서의 연합 정당 건설과 돌풍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하지만 진보진영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다면, 스페인 포데모스의 사례처럼 한국에서도 제3의 진보연합 정당의 성공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치검찰의 조작 기소 책임자 처벌 촉구를 위한 규탄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12.4. 연합뉴스
그 가능성의 객관적 조건은 두 가지이다.
첫째,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실용주의 보수 노선을 천명하며 국민의힘당이 매판 극우 정당으로 치닫는 동안, 진보 진영은 지리멸렬한 공백 상태를 노정하고 있다.
둘째, 87년 체제가 상대방의 의제나 주장을 무조건 반대하는 비토크러시(vetocracy)와 적대적 공생의 내쉬 균형 체제(Nash Equilibrium system) 등 낡고 병든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저곳에서 파열음을 내며 체제 생명력의 밑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구체제가 유용성을 상실하여 체제 전환기가 고조되면, 정세는 표면적으로 요지부동인 듯하나 수면 밑 민심은 부글부글 끓는 정세 불안정 및 불균형 상태가 된다. 이러한 카이로스(kairos)적 상황이야말로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가 작동되는 시점이다. 이때는 비록 작은 소수의 정치 세력이라도 단단한 주체 역량과 선진적인 시대정신을 갖춘다면 정치 행동의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쥐고 정국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
진보연합정당 건설 성공의 주체적 조건과 진보정치 재구성
다음으로 제3 진보연합정당 건설 성공 가능성의 주체적 조건(주체 역량)을 보면, 그 전도가 밝지 않고 생각에 따라서는 암담하기까지 하다. 시민사회 운동의 파편화, 분절화, 개인 브랜드 정당 소리를 듣는 조국혁신당의 한계, 그리고 군소 진보 좌파 정당들의 지리멸렬함이 그 이유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조국혁신당이 자신의 한계지워진 틀거리를 과감하게 부수고 담대한 전환을 추진하는 파옥(破獄)의 월장(越牆)을 기대해 본다. 조국혁신당이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비록 개인브랜드정당이라는 한계는 있다 할지라도 진보정치 재구성에 크나큰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 하면 조국은 검찰 등 기득권으로부터 가족이 도륙당했던 서사와 그로 인한 인지도, 그리고 조국을 중심으로 한 그룹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시민사회 운동은 한국의 최근 현대사에서 내란을 극복하며 촛불 민주주의 빛의 혁명을 수행해 왔으며, 군소 진보좌파 정당들 역시 악조건하에서도 진보정치에 대한 전망과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이러하기에 한국의 진보정치 세력들은 이제 제대로 된 큰 그림을 그리며 의지를 불태울 수 있다면 해 볼만 할 것이다. 2026년 지역당(진보정치연합 지역당) 플랫폼 돌풍과 2028년 총선에서의 진보연합 정당 건설과 돌풍을 일으키는 전략적 구상에 돌입해야 할 터이다. 그 전략적 구상은 간단 명쾌하다. 지역당 플렛폼을 기초로 진보연합 정당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 경로는 스페인 포데모스당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유추하여 추진하면 된다.
그 경로는 다음과 같다. 지역 단위(광역시도, 시군구)에서 시민사회 운동, 계급 계층 대중운동 세력, 군소 진보 좌파 정당이 원탁회의를 열어야 한다. 이 회의를 통해 직접민주주의 자치 분권을 최소 강령으로 하는 진보정치연합 지역당(최대 연합에서 선거연합 수준의 최소 연합까지)을 건설하고, 이 지역당(진보정치연합 지역당)플랫폼으로 2026년 지방선거에 대응해야 한다. 이때 돌풍을 일으킬지 아니면 유의미한 정치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의 성과와 지역당(진보정치연합 지역당) 플렛폼을 기반으로 2028년 4월 총선 전에 진보정치연합당을 건설하여 진보정치 돌풍을 일으켜 보자는 뜻이다.
이러한 정치전략 구상이 성공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최우선적으로는 문샷씽킹(Moonshot Thinking) 과 대관소찰(大觀小察) 방식으로 진보정치의 사상-이론-방법의 혁신을 통하여 진보정치를 재구성하는 일이다.
내란 극복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온전한 정당 명부 비례대표제와 같은 정치 개혁을 실행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기득권 세력은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 놓은 적이 거의 없다는 역사의 진리를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온전한 정당 명부 비례대표제 없는 양당 독과점 체제 하에서 제3당으로의 돌파는 불가능할까? 앞서 스페인 포데모스가 그 돌파의 전범을 창출했음을 살펴 보았다.
구조적 제약을 뛰어넘으려면, 기존의 경로 의존적 사고와 실천으로는 불가능하다. 우주선으로 달나라에 가는 것과 같은 문샷 씽킹(Moonshot Thinking)의 대담한 구상과 실천이 필요하다. 문샷 씽킹은 달나라에 가는 것처럼 이루기 힘든 목표를 설정하고, 거꾸로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혁신적 사고방식이다. 이는 실리콘 밸리 벤처기업들의 혁신 전략으로, 10% 개선이 아닌 10배 혁신을 추구한다. 10배의 생산성은 기존 방식으로는 불가능하기에 접근 방식을 완전히 달리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혁신 을 추구한다.현 시기 한국 정치는 서울 수도권 중심의 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 통치 체제와 적대적 공생의 강력한 양당 체제에 포박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적 패러다임 안에서 군소 진보 좌파 정당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10%의 개선은 가능할지 모르나, 명실상부한 제3당의 진보 정당으로 부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열린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 대개혁 시민 대행진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3. 연합뉴스
조국혁신당이 그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은 계급 계층적 토대와 지역 기반을 가진 명실상부한 진보 정당이라기보다는, 조국이라는 개인의 서사와 능력에 기초한 개인 브랜드 정당 에 가깝다. 그러므로 앞으로 탈바꿈과 재도약의 과정 없이는 현재 상태로 지속 가능한 정당이 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진보 정치의 문샷 씽킹은 무엇일까? 그것은 현재 주류 양당과는 패러다임이 완전히 다른 전환 속에서 진보 정치의 본령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주류 양당의 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 통치 체제와 완전히 다른 직접-대의민주주의 협치 공화정과 지역 자치 분권 체제 를 추구하고, 그 정치 방식과 스타일도 이를 따르는 것이다.
직접민주주의 진보 정치의 본령이자 최소 강령은 직접 민주주의 와 서민 대중의 삶 향상 일 것이다. 이 두 가지 공동 목표는 다양한 세력을 묶어내는 강력한 동기가 될 뿐만 아니라, 진보 정치 연합정당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직접민주주의 와 ‘서민 대중의 삶 향상 이라는 최소 강령에 합의하는 모든 시민사회 운동, 계층 부문운동 세력, 군소 진보 좌파 정당들이 지역 단위에서 연대 연합하여 지역당을 만들고, 이를 통해 지역당 돌풍을 일으키거나 유의미한 정치적 성과를 이루어내는 작업에 돌입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최소 강령 수준의 합의로 진보연합정당을 만드는 것에 대해 회의론을 펼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회의론일 뿐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성으로 바꾸는 것이 정치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후술하겠지만 이는 지도부의 영성과 리더십 문제이지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역사 속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성으로 만든 정치적 전범 사례는 많다. 스페인 포데모스 정당 역시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스페인 포데모스당은 최소 강령에 동의하는 시민 사회 제 세력과 제 정파들이 이를 바탕으로 구동존이(求同存異), 존이구동(存異求同), 화이부동(和而不同)하는 진보연합정당을 만들어 스페인 대중의 진보정치 열망에 보답했다.
엄혹한 상황과 세계적인 극우화의 광풍 속에서 내란을 극복하고 촛불 민주주의 혁명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 시민사회 운동, 계층 부문 운동, 군소 진보 좌파 운동 세력들은 진보 정치의 재구성과 한국 정치 선진화의 과제를 실현해낼 것으로 생각한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만들어질 지역당 플랫폼을 토대로, 전국 단위 시민사회 운동, 계층 부문 운동 세력, 군소 진보 좌파 정당들이 총결집하고 총연합하여 한국형 포데모스 진보연합당 을 만드는 큰 그림을 그려 나갈 때이다. 그 큰 그림이 세상에 알려지고 실현되었을 때, 진보 연합정치에 대한 갈망으로 지쳐 있는 깨어 있는 시민들이 보일 반응을 상상해보라!
직접민주주의 진보정치의 본령과 세 개의 길
다음으로는 직접민주주의 진보정치의 본령에 충실하는 것이다.
그러면 직접민주주의 진보정치의 본령은 무엇인가? 세 개의 길이 있다.
첫 번째 길은 서민 대중(민중)의 근본이익을 옹호 실현하는 데에 복무하는 것, 즉 극악한 불평등문제를 해결하여 서민 대중이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고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적어도 1:9:90%의 헬조선 신양반제 사회를 1:39:60%의 자유 안정성 공평 사회로 전환하는 것이다.
두 번째 길은 기후위기와 불평등위기, 지역공동체의 위기라는 3중 복합위기 시대에서 죽임의 문명인 자원수탈형 화석문명에서 자원순환형 생명 살림 문명으로 전환하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다.
세 번째 길은 엘리트가 아닌 서민 대중이 정치의 직접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며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제도화하는데 헌신하는 것이다. 이는 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 통치체제인 87년 체제를 혁파하고 직접민주주의 민치(民治)와 대의민주주의 통치(統治)가 이중적으로 구동되는 자치분권 협치체제를 건설하는 일일 것이다. 이 같은 기준이 진보정치인가 아닌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진보정치 재구성의 핵심요체:모심과 살림의 영성 기반의 리더쉽 재정립
마지막으로는 모심과 살림의 영성 기반의 리더쉽 재정립이다.
일반적으로 진보 좌파는 보수 우파보다 분열이 심하다고 알려져 있다. 보수 우파는 돈과 권력의 이해관계만 맞으면 이견을 내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진보 좌파는 돈과 권력의 이해관계 외에도 자신의 신념 체계와 자존심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고학력 엘리트 지식인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소위 진보 운동권에도 신자유주의 세계관인 경쟁 만능 능력주의와 입신양명 출세주의의 독소가 깊숙이 침투하여 분열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진보 정치에서 지식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훌륭한 역할을 하는 지식인들도 많다. 그러나 지식인이 진보 정치의 지도자인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신념 체계와 자존심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것이 지식인의 특성일 수 있다. 하지만 분열의 한가운데에는 항상 이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엘리트 지식인이나 지식인 지도자들이 존재한다. 왜 그럴까? 세 가지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첫째는 진보 가치(진보 의제)는 반드시 자신이나 자신들의 그룹이 실현해야 한다는 오만이다. 서민 대중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 가치를 최대한 빨리 실현하는 것이지, 누가 실현하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진보 가치를 최대한 빨리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서민 대중의 근본 이익에 복무하는 길이다. 이를 위해 현실성 있게 같은 진보 세력과는 연합하고, 우파라도 개혁 세력과는 연정을 해야 한다.
둘째는 모심의 영성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모심이란 자발적 불평등 을 감수하는 헌신과 솔선수범의 정신과 태도이다. 하지만 떠받들림 받으려 하고 우두머리로 행세하려다 보니 패거리와 파당을 만들고 팬덤을 형성하여 분열을 조장한다. 진보 제 세력이 연합 정치를 수행할 때, 모심의 영성을 조금만 발휘해도 연합 정치에 성공할 수 있다.
선거에 임할 때를 예로 들어보자. 제 세력 간의 특장점과 능력에 따라 지분과 역할을 나눈 후, 선출직 후보를 정할 때 추대, 경선(여론 평판 등 선호도), 그리고 윷놀이 게임(제비뽑기)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후보 간의 선호도 격차가 많이 나는 경우는 경선할 필요가 있지만 선호도 격차가 크지 않을 때는 경선하지 않고 윷놀이게임으로 승부를 내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격차가 크지 않은 승부가 날 경우 조직의 분열을 피할 수 없고 당의 단결 통합을 기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 동네에서 이장 선거 투표 결과가 가부 동수였다. 이때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모이는 날을 잡아 다시 투표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런데 마을의 한 지혜로운 어른이 주민 모두가 모인 날 윷놀이로 승부를 내고 마을 축제를 열자는 제안을 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결국 윷놀이 게임으로 이장이 뽑혔고, 화합과 우정, 환대의 마을 축제로 마을 공동체는 훈훈하고 풍요로워졌다.
분열과 파당에 쉽게 빠져들기 쉬운 진보 정당의 경우,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여 정당 체질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시대의 정치 축제 정당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지역당과 진보 정당 후보들이 윷놀이 게임으로 승부를 결정하고 잔치판 정치 축제로 대동단결 통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라! 사시사철 절기에 맞춰 축제를 열고, 모일 때마다 토론하며 춤추고 노래하는 우정과 환대의 잔치 정당 이면서, 다중 시민과 청년을 위한 정책을 직접 민주적으로 펴는 시민 입법 정당임을 보여주라! 그러면 그러한 지역당 기반 진보 정당의 지지율이 어떻게 오르는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셋째는 살림의 영성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살림의 영성의 대표적인 비유는 성서에 나오는 솔로몬 왕의 재판 속 생모 이야기이다. 아기를 놓고 서로 자신의 아들이라고 주장하자, 솔로몬 왕은 아이를 둘로 가르자고 했다. 이때 엎드려 울며 상대 여자에게 아이를 주라고 한 여인이 바로 생모였다.
정치 현장에서 누가 생모이고 누가 가짜 어미인지 민중들은 알아본다. 지역과 정치 현장에서 진보 정당 세력들이 솔로몬 재판의 생모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가짜 어미 모습을 보인다면, 민중들은 너희들도 다른 보수주의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놈들”이라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진보 정당에서 당대표 선거나 후보를 정할 때, 분열과 파당을 만들며 이탈하는 세력들은 자신들의 정책이나 최대 강령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민 대중에게 필요한 것은 당면 최소 강령이 빨리 실현되는 것이지, 최대 강령은 그다음 문제이다. 또한 최대 강령은 정세와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공진화하는 것이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한국 정치 선진화의 길, 진보정치의 담대한 재구성으로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좌우 양당의 지배 블록이 붕괴되면서 극우 포퓰리즘이 부상하는 동시에 좌파 포퓰리즘도 약진하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민주 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의 뉴욕 시장 당선과 더불어, 잭 폴란스키의 영국 녹색당 대표 당선 및 녹색당의 비약이다.
이들은 진보정치 세력의 이군돌기(異軍突起)로 등장했다. 이들은 민주 사회주의와 녹색당의 최대 강령 토론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서민 대중의 고통을 직시하며 솔로몬 재판의 생모 심정으로 민생 살림을 최우선에 두는 진정성의 정치를 했다. 게다가 현실의 서민 대중의 공감을 얻는 언어를 사용했다.
현재와 같이 모심과 살림의 영성이 부재한 한국의 진보 정당 풍토에서는 뉴욕 시장 맘다니와 녹색당 대표 잭 폴란스키를 배출할 수 없다. 당연히 대동단결을 이룰 수도 없으며, 끊임없는 분열과 지리멸렬함만 연출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현재의 지역당 주체역량조차 빈약한 처지에서, ‘지역당 돌풍이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가?’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는 ‘배꼽 위에 기와집 짓는 소리 걷어치우라!’고 냉소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진보정치세력이 한국진보정치의 담대한 재구성에 대한 절절한 마음이 소용돌이 친다면 가능하다.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10배의 생산성을 추구하는 문샷씽킹(Moonshot Thinking)의 사고방식과 모심과 살림의 영성 리더쉽 재정립, 그리고 힘이 몇배로 배가되는 연대연합정치를 구사할 수 있다면,지역당 돌풍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자연스럽게 한국정치 선진화의 가능성은 활짝 열릴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 했다. 담대한 진보정치 재구성과 지역당 플렛폼 기반의 진보정치연합정당 건설을 통하여 한국 정치를 선진화하는 큰 그림과 로드맵을 구상해보자! 그에 따라 소수 정예의 주체역량이라도 결집할 수 있다면 이미 절반에 다다른 것이다. 이후 주체역량을 정예화하며 광범위한 결집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뿐만아니라 단계별, 시기별로 현실적 목표를 설정하여 점진적으로 성장 발전해 나가면 그 담대한 비전은 마침내 이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