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공해조약 발효…공해 생물다양성 보호 국제 규범 출범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전 세계 해양 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공해(公海)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국제조약이 공식 발효됐다.
17일(현지시각) 로이터는 현지시각 유엔 공해조약(BBNJ·Biodiversity Beyond National Jurisdiction)이 이날부터 법적 효력을 갖게 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해양 생물다양성 훼손의 주요 원인인 어업과 심해채굴은 조약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실효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지 = 임팩트온 제작
15년 협상 끝 81개국 비준…미국·러시아는 불참
BBNJ 조약은 각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 공해와 국제 해저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이다. 2008년부터 약 15년간의 협상 끝에 2023년 3월 최종 타결됐으며, 지난해 9월 19일 모로코와 시에라리온의 비준으로 발효 요건인 60개국 비준을 충족했다. 유엔 규정에 따라 120일 후인 올해 1월 17일 공식 발효됐다.
현재까지 81개국이 비준을 완료했다. 중국, 일본, 브라질,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경제국이 포함됐으며, 유럽연합(EU)과 16개 회원국도 비준을 마쳤다. 한국은 지난해 3월 국회 비준 동의를 완료해 동아시아 4개국(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중 처음으로 비준국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은 2023년 기준 해양 관련 상품 수출액이 1550억달러(약 228조원)에 달하는 최대 해양산업국으로, 이번 비준으로 조약의 실효성 확보에 무게가 실렸다.
반면 주요국의 불참도 두드러진다. 미국은 전 행정부 시절 서명만 한 상태로 상원 비준이 이뤄지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6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고 국제법이 필요 없다 고 공언한 상황에서 조기 비준 가능성은 낮다. 러시아는 기존 거버넌스 체계 유지와 공해상 항행 자유 보장을 이유로 서명과 비준 모두 거부하고 있다. 인도는 2024년 조약을 채택했으나 국내 비준 절차가 진행 중이며, 영국도 의회 비준이 완료되지 않았다.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조약의 구속을 받지 않으며, 어떤 국가든 특정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공식 이의를 제기해 보호 의무를 회피할 수 있다.
해양보호구역 설정 가능해졌지만…19만 개 지정은 난제
이 조약의 핵심은 네 가지다. 첫째, 그동안 규제 공백 상태였던 공해에 해양보호구역(MPA)을 설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둘째,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의무가 부과된다. 셋째, 생명공학 산업 등에 활용되는 해양유전자원의 이익을 국가 간 공유하는 메커니즘이 도입됐다. 넷째, 개발도상국에 대한 역량 강화와 해양기술 이전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호주 외교부의 애덤 매카시 조약 준비위원회 공동의장은 지구 표면의 절반, 해양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지역에 처음으로 포괄적인 법적 체계가 적용된다 고 설명했다. 이 조약은 원주민·지역사회 참여와 성별 균형 조항을 포함해 포용적 해양 거버넌스를 규정한 최초의 법적 구속력 있는 해양 협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목표 달성까지의 거리는 멀다. 환경단체들은 2030년까지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30 by 30 목표 달성을 위해 19만 개 이상의 보호구역이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현재 보호구역은 전체 해양의 약 8%, 2900만㎢에 불과하다. 보호구역 지정 과정에서 국가 간 이해 충돌, 기존 국제협약과의 관할권 중첩, 공해상 집행 주체 부재 문제가 상존한다. 보호구역의 구체적인 보호 수준, 허용·금지 활동 범위, 이행 점검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 등은 발효 후 1년 이내에 열리는 첫 당사국총회(COP)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어업·심해채굴 빠진 조약… 해양 파괴 주범은 규제 밖
조약의 가장 큰 한계는 해양 생물다양성 훼손의 핵심 원인을 다루지 못한다는 점이다. 해저 광물자원 채굴은 국제해저기구(ISA) 관할로 남았고, 어업 규제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지역수산관리기구 소관이다. 매카시 공동의장은 BBNJ는 매우 야심찬 조약이지만 명확한 한계가 있다 며 해저 채굴 문제는 ISA 소관이며 BBNJ가 역할을 하는 영역이 아니다 라고 인정했다.
수치로 보면 한계가 더 분명해진다. 지역수산관리기구 관할 밖 공해는 전체 해양 면적의 1.35%에 불과하다. 전 세계 어획량의 90% 이상이 각국 EEZ 내에서 발생하고, 저인망 어획의 99%가 영해에서 이뤄진다. 남획이 해양 생물다양성 파괴의 역사적 주범이라는 점에서, 어업을 실질적으로 규제하지 못하는 조약의 실효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 실무 관점에서 주목할 부분도 있다. 조약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의무는 공해에서의 해저 케이블 설치, 해상풍력 개발, 해양 바이오 탐사 등 민간 프로젝트에도 적용될 여지가 있다. 해양유전자원 이익 공유 메커니즘이 구체화되면 해양 바이오 기업의 사업 모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세부 이행 규정은 당사국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이어서,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은 향후 논의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위기가 가속화되는 세계에서 이 협정은 회복력 있고 생산적인 해양을 확보하기 위한 중대한 거버넌스 공백을 메운다 며 보편적이고 완전한 이행을 향해 신속히 나아가야 한다 고 촉구했다.
유엔뉴스는 BBNJ 협상을 이끈 탄자니아 외교관 음지 알리 하지(Mzee Ali Haji)의 말을 인용해 모든 국가가 100% 동의하는 조약은 없다 며 일부는 관망하다가 이점을 확인한 후 참여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