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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비정규직 임금 떼먹기 오랜 관행 뿌리 뽑아야

비정규직 임금 떼먹기 오랜 관행 뿌리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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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발전소 사내하청 노동자였던 고 김충현 씨가 2025년 6월 2일 산재로 사망하면서 꾸려진 ‘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가 지난 2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KPS 직접고용 및 산업안전 합의문’을 발표했다. 한국전력 정비 자회사인 한전KPS와 발전설비 경상정비 분야에서 하도급 계약 형태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593명 전원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소에서 한전KPS가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일상적으로 작업지시를 해 왔기에 한전KPS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비단 공공부문 발전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제조업 대공장이 활용하는 사내하청 노동의 실질 사용자는 원청 자본이라는 점은 수많은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서 확인되어 왔다. 반복되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고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직접고용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번에도 확인된 것이자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이 왜 필요한지를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반복되는 산재, 지속되는 중간착취 고 김충현 씨가 산재로 사망한 발전소는 이미 7년 전 고 김용균 씨가 산재로 사망한 곳이었다. 기초 안전설비도 갖추지 않은 발전소에서 고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벨트에서 일하다 사망했다면 고 김충현 씨는 선반에서 일하다 사망했다는 점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2018년 12월 고 김용균 씨 산재 사망사고를 계기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운영된 것도 동일하다. 해당 위원회가 제안한 개선방안 또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가 제시한 대안과 거의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반복되는 산재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발전회사별로 10여 개가 넘는 다수의 협력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형태는 지양해야 하며 유기적 공정인 발전산업의 특성상 정비 분야도 분절화되기보다 통합적 전문성을 제고할 때 효율적이고 안전한 작업이 가능”하다면서 직접고용을 권고한 바 있다. 발전소 사내하청 노동자의 수많은 산재 앞에서 과연 앞으로는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의 합의문이 실효적으로 이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끼임 사고로 사망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7주기 현장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2025. 12. 10 연합뉴스 되풀이 되는 것은 산재 발생과 이후 협의체·위원회 구성, 산재감소를 위한 판박이 정책 대응뿐만이 아니다. 중간착취 문제 또한 7년 동안, 아니 그 이전부터 아무런 변화 없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고 김용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발전소 정비를 담당하는 사내하청 업체의 경우 원청인 한전에서 책정된 노무비의 39∼53%를 업체 몫으로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었다. 원청인 한전이 책정한 사내하청 노동자 1인당 인건비는 522만 원이었지만 고 김용균 씨는 월급으로 220만 원을 받았다. 사내하청 업체가 300만 원을 가져간 것이다. 고 김충현 씨의 경우에도 원청이 책정한 사내하청 노동자 1인당 직접노무비는 약 1000만 원이었다. 이 중 60%가량을 사내하청 업체가 떼고 나머지 420만 원을 월급으로 받았다. 사내하청 업체가 뗀 금액 전부가 중간착취라 할 수는 없겠지만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되지 않는 피복비, 사용자 몫의 사회보험료, 후생복리비 등의 간접인건비를 고려해도 과도한 금액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청이 책정한 임금을 하청이 사실상 착복해도 이를 감독·제재할 수 없는 노동행정의 역량부족과 제도적 한계 때문에 노동현장의 중간착취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이 이번 고 김충현 씨 산재 사망사고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고 김충현 씨의 2025년 4월 월급명세서. 고 김충현 씨는 기계가공 직종 경력이 2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만 9년을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이자 숙련 노동자였지만 월 급여액은 원청이 책정한 인건비의 40% 수준인 420만 원에 불과했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제공. 정부의 관심 밖에서 일상화된 취약계층 노동자 중간착취 한국 사회 사내하청 노동자와 같은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법상의 사용자와 작업장에서 지휘·감독을 하는 실제 사용자가 다르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노동시장 중개기구 즉 사내하청 업체와 같은 중간매개 사업체의 존재로 인해 발생하는 중간착취 문제이다. 노란봉투법은 첫 번째 문제 해결을 위한 법 개정이었지만 두 번째 중간착취 문제는 여전히 정부와 노동사회의 관심 밖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간착취 문제는 비단 발전소 같은 공기업이나 대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노동사회 주변부·취약계층 노동자에게는 너무나도 일상이어서 중간착취 문제가 원래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하지만 용역업체를 통한 고용이 관행화된 청소·경비노동자부터 유료직업소개소를 통해 취업하는 건설일용, 파출, 간병, 식당보조, 중소제조 사업체의 일당제 파견노동자까지 모두 알게 모르게 중간착취의 피해자이다. 한국에서 유료직업소개소의 구직노동자 수수료는 직업안정법에 의거해 3개월간 지급받기로 한 임금의 100분의 1 이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파출, 간병 등 회원제 형태로 소개하는 경우에는 월 최저임금의 4% 이내에서 월 회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기도 하다. 노동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도 ILO 협약 위반이지만 관행적으로 건설일용 구인사업체 수수료인 10%를 노동자로부터 수취하는 것이 구조화되어 있다. 모두 직업안정법 위반이다. 더군다나 파견·용역, 인력업체 몫의 수수료에는 상한이 없으며 알 수도 없다. 업체의 1급 영업비밀이기 때문이다. 다만 관행적으로 유료직업소개소의 수수료 수준을 적용한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9700여 업체가 관행적으로 떼어가는 임금액만 연 2조 5천 억 노동시장 중개기구, 즉 인력공급 업체가 떼는 중간착취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통계청이 매년 실시하는 서비스업조사 자료를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는 있다. 2023년 서비스업조사 자료에서 ‘인력공급업’(표준산업분류 N7512) 사업체 수는 9700여 개이며 매출액은 25조 2088억 원이었다. 서비스업 조사에서 인력공급업의 매출액은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액이 포함된 금액이다. 이 매출액에 유료직업소개업에서 관행적으로 적용하는 수수료율 10%를 적용하면 약 2조 5208억 원이 파견·용역 등 인력공급업체의 중간착취 규모라 할 수 있다. 한국 사회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가 일하면서 1년에 2조 5000억 원이 넘는 돈을 중개기구 업체에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유료직업소개업 매출액(구인사업체 수수료+구직노동자 수수료) 3조 2924억 원 중 구직노동자 수수료 금액, 제조업 대자본의 사내하청 업체가 갖고 가는 몫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중간착취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9조와 한국 사회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현실 간의 간극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   비정규직 고용 과정에서 중간착취가 이루어지는 인력중개업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에서는 왜 불법·탈법적인 중간착취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고 있을까?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 역량 부족이 1차적인 문제이겠지만 근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노동시장 중개기구의 역할을 대체할 공적고용서비스(Public Employment Service)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주요 자본주의 국가는 20세기 초부터 일자리 소개·알선을 국가가 책임져 왔다. 1919년 ILO 창립총회에서 채택된 2호 협약인 ‘실업에 관한 협약’(C 2), ‘실업에 관한 권고’(R 2)는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고용서비스기구의 수립을 규정하고, 유료직업소개소의 설립금지, 기존 유료직업소개소에 대한 허가제와 신속한 폐지 조치를 권고하였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는 1944년 필라델피아 선언에 따라 주변부·취약 노동자의 일자리 소개·알선, 그리고 직업교육·훈련은 대부분 공적고용서비스 기관이 1차로 담당하면서 구직 기간 동안, 그리고 교육훈련을 받는 기간 동안의 소득은 실업급여·부조와 사회복지 서비스로 뒷받침해 왔다. IMF 이래 30여 년간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 공적고용서비스 하지만 한국의 공적고용서비스 정책과 집행체계는 IMF경제위기 시기 대량실업 사태를 겪으면서 2000년대 들어서야 본격화되었다.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본격적으로 자본주의화 된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에서 고용서비스는 영리 추구의 유료직업소개소나 무허가 인력업체, 또는 가족·친지의 소개가 거의 전부였다. 30여 년이 된 한국의 공적고용서비스는 고용보험 가입 및 실업급여 지급과 연계한 소개·알선 및 직업교육·훈련에 치중해 왔기에 민간 주도의 한국 고용서비스 구조에 미미한 영향만을 미쳤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고용보험 가입과 무관하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엄격한 자격 요건 때문에 보편적인 공적고용서비스로 얘기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그마저도 직업교육·훈련 전부를 민간에게 위탁하고 있어 수익만을 추구하는 부실 민간 교육훈련기관의 난립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늦은 만큼 더 투자를 해야 함에도 공적고용서비스에 대한 노동정책적 우선순위는 낮다. 무엇보다 고용보험 피보험자를 대상으로 실업급여 지급과 단순 일자리 소개·알선 서비스 제공을 넘어서 주변부·취약 노동자의 구직활동에 개입해야 하지만 그럴 역량이 없다. 한국의 공적고용서비스 예산은 사회복지 정책 영역 중 예외적으로 OECD 평균인 GDP 대비 0.5%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예산만 투여한다고 공적고용서비스가 확충되는 것일까? 한국의 공적고용서비스 예산 대부분은 한시적인 단기 일자리 창출에 투여될 뿐 공적고용서비스의 양적 인프라와 질적 역량 확충에는 한참 모자란다. 고용서비스는 전형적인 네트워크 산업으로 초기 투자비용이 높으며 전국적인 노동시장 정보를 취합, 분석하고 미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전문적인 인적·물적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지자체의 일자리 소개 서비스나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고용24에 다단계 인력하도급 업체들이 버젓이 구인광고를 할 정도로 양질의 일자리 소개·알선 역량, 구인-구직 정보 선별 역량이 낮기 때문이다. 거간꾼에게 임금 떼이는 걸 막는 것이 국가의 역할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반복되는 산재와 심각한 중간착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접고용과 노동현장을 감독하는 관리체계의 확충이 시급하다. 특히 영리 추구의 민간 노동시장 중개기구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한국의 고용서비스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공적고용서비스 역량을 질적·양적으로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일하기 위해 노동자가 거간꾼에게 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 일한 대가에서 거간꾼이 자기 몫을 떼어 가는 노동시장 현실을 끝내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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