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ETS 개편 요구…항공업계 이중 규제가 투자 막는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EU ETS와 CORSIA 이중 규제로 항공업계의 탈탄소 투자 여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Unsplash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유럽연합(EU) 탄소배출권 거래제(EU ETS)의 전면 개편을 요구했다.
19일(현지시각) IATA는 보도자료를 내고 탄소 비용은 빠르게 늘어나는데 탈탄소 투자는 뒤따르지 않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EU의 기후 정책과 산업 경쟁력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고 지적했다.
CORSIA냐 EU ETS냐…항공사에 이중 청구서
문제의 출발점은 규제 중복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설계한 글로벌 항공 탄소 감축 체계인 코르시아(CORSIA)와 EU ETS가 동시에 적용되면서, 유럽 역내 항공사들은 사실상 이중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IATA는 EU가 역내 노선에도 코르시아를 전면 적용해 단일 체계로 통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U가 별도의 적격 배출권 기준을 유지하는 방식은 행정 비용만 늘릴 뿐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월리 월시 IATA 사무총장은 중복 규제를 제거하는 것이 비용 효율적인 감축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지역별로 다른 규제가 병존할 경우 탄소 가격과 기준이 달라지면서 시장이 쪼개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2026~2030년 3억3000만 배출권 납부, 항공에 돌아오는 몫은 4~5%
비용 부담은 이미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EU는 2024년 항공 부문 무료 배출권 할당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항공사들이 납부해야 하는 배출권은 총 3억3000만 개에 달한다.
항공사들이 배출권을 구매하면서 EU 회원국에는 수십억유로 규모의 수익이 발생하지만, 이 재원이 항공 탈탄소에 다시 투입되는 비율은 제한적이다. IATA에 따르면 현행 지속가능항공유(SAF) 지원 제도는 같은 기간 항공 업계 수요의 4~5%만 충당할 수 있다.
투자 격차는 더 크다. EU 지속가능 교통투자계획(STIP)에 따르면, 2035년까지 EU 내 SAF 수요를 맞추는 데 620억~730억달러(약 93조~110조원)가 필요하고, 2050년까지는 최대 4070억달러(약 611조원)가 필요하다. 규제로 거둬들인 자금과 실제 투자 수요 사이에 구조적 공백이 존재하는 셈이다.
IATA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북앤클레임(book-and-claim)’ 방식 도입도 요구했다. 항공사가 실제로 해당 연료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SAF 구매 실적에 따라 탄소 감축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공급이 특정 지역에 편중된 상황에서 수요를 확대하고 시장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드라기 보고서가 짚은 구조… 규제와 투자, 동시에 바꿔야
이 같은 논쟁의 배경에는 EU 산업 전략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024년 발표한 보고서는 EU가 규제 복잡성과 투자 부족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EU 기업의 약 60%가 규제 부담을 투자 결정의 주요 장애물로 꼽고 있다. 기후·지속가능성 관련 규제가 중첩되면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투자와 혁신을 제약한다는 분석이다.
투자 자체도 부족하다. 보고서는 규제 완화만으로는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으며, SAF와 항공 인프라, 저탄소 기술에 대한 공공·민간 공동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IATA의 요구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항공 산업에 적용한 것이다. 규제를 단순화하는 동시에, EU ETS로 확보한 재원을 탈탄소 투자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지속가능성 전문매체 ESG뉴스는 EU ETS 개편 방향이 항공사의 비용 구조와 자본 배분, 장기 인프라 투자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