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뜻 알고 나면 함부로 못 쓸 말, 귀화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시민언론 민들레 기사를 보는 중에 김건희 특검 ‘5부능선’…윤 29일·김 8월 6일 소환 통보”라는 제목의 글이 있었다. 우리들은 신문에서 9부 능선을 넘었다”는 식의 기사를 많이 볼 수 있다. 우리가 평소 일상 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 ‘부 라는 말이 그야말로 ‘순수 일본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부’는 일본어 ぶ의 발음을 그대로 표기한 것으로서는 한자 分의 일본어 발음이다. ‘7부 바지’나 ‘2부 이자’ 등의 말도 일본어 ぶ를 그대로 쓰고 있는 경우다.
결국 ‘9부 능선’이니 ‘7부 바지’ ‘2부 이자’ 등의 ‘부’는 일제 강점기에 사용되던 일본어의 찌꺼기가 우리 말에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사정을 알고 나면 사용하기 어려운 말이다.
한겨레신문에는 ‘뉴스 AS’란 연재기사란이 있다. 거기에는 뉴스도 ‘애프터 서비스(AS)’ 해 드립니다...... 는 기존 뉴스를 AS해 드리려 합니다.”라는 ‘친절한’ 해설도 소개되어 있다.
‘애프터 서비스’ 역시 우리 일상 생활에서 대단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말이다. 잘 알다시피, 이 말은 상품을 판 후에, 제조업자가 그 상품에 대하여 무상 또는 유상으로 수리나 점검 등을 해 주는 일”이라는 의미다.
이 ‘애프터 서비스’라는 말을 그대로 영어로 표기한다면 after service가 된다. 그래서 이 말을 줄여서 AS(혹은 A/S)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 주변 곳곳에 각종 AS 센터나 AS 대리점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이 after service라는 영어는 영어 문법 그대로 옮겨 보면 서비스 후에”라는 뜻이 된다. 당연히 영미권 사람들은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다. 물론 AS 센터나 AS 대리점과 같은 용어도 영미권에서 존재할 수 없고 물론 통용되지 않는다.
이 ‘애프터 서비스’라는 이 말은 일본어 アフターサービス(애프터 서비스) 그대로 ‘화제영어(和製英語, 일본식 영어)’다. 일본에서 영어의 어법을 무시하고 자기식대로의 말을 만들어낸 전형적인 일본식 조어인 것이다. 일본에서 ‘애프터 서비스’라는 말은 의 경우와 같이 우리와 동일한 용법과 의미로 쓰이고 있다.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애프터 서비스’라는 뜻을 지닌 정확한 영어 표현은 after-sales service가 된다. 보다 넓은 의미의 영어 표현은 customer service나 customer support가 사용된다. repair service도 가능하다.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한글 자음·모음 활자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4.10.8 연합뉴스
한겨레신문은 창간 때부터 우리말과 한글 사용을 내세우고 있는 언론이다. 연재기사란 제목에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부터 문제라 할 수 있고, 그것도 ‘틀린 일본식 영어’를 사용하고 있어 더욱 문제다.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만 더 소개한다. ‘소울푸드’라는 말이 있다. ‘영혼을 울리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이 말은 한국인의 소울푸드 제육볶음”, MZ 세대 소울푸드인 곱창”,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떡볶이부터 국민 과자 새우깡”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때로는 ‘추억의 음식’이라는 의미로도 쓰이고, 천안의 소울푸드인 호두과자”처럼 ‘각 지방의 특색 음식’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소울푸드’는 당연히 ‘soul food’라는 영어에서 온 말이다. 하지만 ‘soul food’라는 영어는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소울푸드’와 전혀 다르다. 《메리엄웹스터사전》은 ‘soul food’를 이렇게 풀이한다.
치터링스(돼지고기 소장 요리), 햄혹스 그리고 콜러드그린스 등과 같은 미국 남부 흑인들이 전통적으로 먹는 음식
food (such as chitterlings, ham hocks, and collard greens) traditionally eaten by southern Black Americans
결국, ‘soul food’는 미국 남부 흑인이 먹는 특정 음식이다. 우리가 아는 ‘소울푸드’와 전혀 다르다.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소울푸드’를 영어로 표현하자면 ‘comfort food’ 정도가 어울린다.
그런데 이 ‘소울푸드’라는 말도 일본어 ソウルフード(소울푸드)에서 온 ‘틀린’ 일본식 영어다. 일본에서 ソウルフード는 일본에서는 밥과 미소된장국이 소울푸드다”라든지 타코야키는 오사카의 소울푸드다”처럼 사용된다. ‘영혼을 울리는 음식’이나 ‘각 지방의 특색 음식’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점에서 우리와 동일하다.
귀화는 천황의 덕을 흠모해 귀의하다 는 뜻
한편, 우리 사회에서 ‘귀화(歸化)’라는 용어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귀화’라는 이 말의 의미가 원래 군주의 공덕(功德)에 감화를 받아 그 신민(臣民)으로 되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일본에서 이 ‘귀화(歸化)’라는 용어는 천황에 귀의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되어 왔고, 그래서 일본에서 이른바 ‘귀화인’이라는 말은 천황의 덕을 흠모하여” 일본으로 건너온 한반도인들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귀화’는 좋은 영향을 받아 생각이나 감정이 변화한다.”는 뜻의 ‘감화(感化)’나 스스로 와서 복종한다는 뜻의 ‘귀부(歸附)’라는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귀화’는 가치중립적인 용어가 아니라 ‘감정의 동화나 복속, 또는 귀순’이라는 뜻을 가진 감정적, 주관적 범주의 용어다. ‘귀화’라는 용어 자체에 이미 봉건적 성격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므로 공식적 법률용어로는 더욱 부합할 수 없다.
더구나 ‘귀화’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서 국적 관련 법률 용어로 정착된 것은 일제 강점기 때다. ‘귀화’는 전형적인 일제 잔재 언어이며 우리 민족에게 모욕적인 용어다. 당연히 우리가 사용해서는 안 될 대표적인 용어가 이 ‘귀화’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