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하는 세종시…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주 세종시 아파트 값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서울 강남을 비웃는 상승률을 보이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세종시 아파트값은 반토막난 아파트들을 심심치 않게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 급락이 심각하다.
외지인들이 집중적으로 매집하며 투기의 성지로 불리던 세종시의 영광은 이제 찾을 길이 없다. 타지역보다 먼저 오르고 먼저 내리는 세종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세종시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풍향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세종시 신도시 전경. 연합뉴스
추락하는 세종시 아파트에는 날개가 없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3일 발표한 ‘4월 다섯째 주(4월 29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매매가격은 0.02% 하락했다. 전주와 같은 하락세를 이어간 것이다.
충청권을 보면, 먼저 세종시가 0.29% 하락하면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고, 충남은 0.07%, 대전은 0.03, 충북은 0.02%가 하락세를 보였다. 세종은 0.29% 내려 전주(0.23%)보다 하락 폭이 0.06%포인트 커졌다. 세종은 17개 시도 중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졌으며, 하락폭 또한 전국에서 가장 높다.
한때 세종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강남을 비웃으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2020년 세종 아파트 가격은 실거래가 기준 무려 66% 폭등해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2021년 하반기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가격 급락이 본격화됐다.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2021년 들어 매수세가 급격히 둔화되며 그해 5월 셋째주에는 81주 만에 하락전환(-0.1%)한 바 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2021년 7월 넷째주(-0.09%)부터 지난해 3월 둘째주(-0.11%)까지 1년 9개월 가까이 장기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후 지난해 3월 셋째주(0.09%)부터 10월 첫째주(0.15%)까지는 7개월 가까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11월 셋째주(-0.02%)부터는 다시 하락전환해 올해 4월 넷째주(-0.23%)까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요 단지의 실거래가를 보면 '새뜸1단지 메이저시티 푸르지오'(1077가구) 전용 84㎡는 2021년 2월 최고가 9억 3000만 원(25층)에 매매계약이 성사됐다가 올 3월 동일 면적 5억 9000만 원(3층)에 거래됐다. '해들6단지 e편한세상 세종리버파크'(849가구) 전용 99㎡는 2021년 최고가 14억 원(21층)에 매매됐었는데 올 3월 7억 3500만 원(12층)에 거래됐다. 또한 세종시 아름동 범지기12단지(중흥S에코타운) 84㎡(8층)는 3월 1일 5억 3000만 원에 거래됐다. 전 최고가는 2020년 11월 10억 5000만 원으로 2배 수준이었다.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출처: 한국부동산원
투자의 성지에서 관심 밖의 대상이 된 세종시
한때 세종시는 외지인들의 투자 성지(?)였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외지인들이 세종시 아파트 매집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6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 2월 세종 아파트 매매계약 319건 가운데 외지인의 매수는 119건(37%)을 차지했다. 지난해 2월 세종 아파트의 외지인 거래는 692건 가운데 208건(30%)이었다.
1년 만에 외지인 매수 비중이 7%포인트(p) 늘었지만 전체 거래가 감소하며 상대적으로 외지인의 매수 비율이 상승했다. 세종의 외지인 매수 비율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인상되기 전인 2021년 1월 무려 51%에 달했다. 아파트 거래 2건 중 1건을 외지인이 사들인 셈이다.
지난달 세종 내 갭투자(매매가와 전세가 차액을 내고 세입자가 거주하는 집을 매수)는 6건(신고일 기준)으로 집계돼 전체 매수거래 318건 가운데 불과 2%에 그쳤다. 세종시가 외지인들의 투자 성지에서 미운 오리새끼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 전망이 궁금하면 세종시를 보라
최근 총선 과정에서 국회 세종 이전 이슈 등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세종시에는 대규모 공급물량이 줄줄이 쏟아질 예정이다. 우리가 세종시에 주목을 해야 하는 이유는 세종시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풍향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대세상승기에 타지역보다 먼저 상승했고 많이 올랐다. 대세하락이 시작된 최근에는 타지역보다 앞서 떨어지고 있다. 고점 대비 반토막 아파트가 속출 중인 세종시 아파트 시장은 서울을 비롯한 대한민국부동산 시장이 조만간 맞닥뜨릴 미래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