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번호 52 이상민… 비상계엄 관련 모든 혐의 부인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첫 공판기일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2025.10.17. 연합뉴스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내린 혐의 등으로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팀)에 구속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측이 첫 정식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이 전 장관 측은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적 없고 만류했지만, 선포를 막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10시 이 전 장관에 대한 내란 중요 임무 종사, 직권남용, 위증 혐의 재판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 전 장관은 남색 양복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왔다. 그의 왼쪽 가슴엔 수용번호 52 가 적힌 표찰을 달고 있었다. 재판부는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의 알권리 등을 고려해 법정 촬영과 중계를 허가해 피고인석에 앉은 이 전 장관의 모습도 공개됐다.
이 전 장관은 피고인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서 생년월일은 1965년 5월 15일이며, 직업은 바로 직전까지 변호사였다 고 답했다. 국민참여재판은 희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검은 피고인은 12·3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어떤 임무도 수행한 바 없다고 한 것과 달리 시간대별 봉쇄계획에 따라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함으로써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했고, 행정안전부 장관이라는 직권을 남용해 소방청 직원들에게 언론사 단전·단수를 준비하게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 며 공소사실 요지를 말했다.
특검은 이어 이를 은폐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 며 그 결과 12·3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행위로 인해 헌법질서와 법치주의가 파괴됐고 국민 기본권이 침해됐으며, 상당 기간 국민들 앞에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고 지적했다.
류경진 부장판사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위증,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사건 첫 재판을 심리하고 있다. 2025.10.17. 연합뉴스
이 전 장관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사실이 없다 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의 변호인은 (비상계엄) 당일 오후 8시 36분 다른 국무위원들이 있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들었다 며 이 전 장관은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고 다른 국무위원도 만류했으나 결과적으로 선포를 막지 못했다 고 말했다.
이 주장에 대한 근거로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이 대통령 집무실을 나온 직후 헌법 을 검색했다는 것을 들며 사전에 계엄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음을 방증한다 고 했다.
국무회의에서도 계엄 선포를 막을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에게만 부여된 고유 권한 이라며 (대통령은) 국무위원의 상황 인식과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다르다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이어 피고인에게 있어서 계엄 선포는 이미 벌어진 객관 사건으로 계엄 해제시까지 되돌릴 수 없는 사실이었다 며 당시 행안부 장관으로서 필요한 말을 하는 것이 당연했다 고 했다.
비상계엄 당시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언론사 등의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도 부인했다. 이 전 장관 측은 (비상계엄이) 일단 선포되면 해제 전까지 국민 자유권과 언론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 것 이라며 (행정안전부) 간부 회의 전에 경찰청장·소방청장에게 전화해 당시 상황을 파악하려 한 것 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방청장과의 통화 내용 역시 만에 하나 그 문건 관련 사항이 벌어졌을 때 누군가 지시가 있더라도 안전에 유의하고 필요하면 경찰과 협의하라는 것이었다 고 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5.10.17. 연합뉴스
변호인은 이 전 장관은 이태원 참사를 경험했다. 이미 겪은 시민 안전 관련 상황이라 걱정이 앞섰고 혼자만 알고 도외시할 수 없었다 며 결과적으로 이와 관련해 소방청엔 어떠한 지시도 없었다 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음을 증명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장엔 피고인이 모르는 제3자들의 일이나 사후적인 일을 피고인과 관련지어 설명한 부분이 많다 며 피고인은 수많은 일들을 전지적 시점에서 인식하지 않았다. 명백한 증거 하에서 피고인의 당시 구체적 인식이 무엇이었는지 살펴주길 바란다 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직접 발언을 하지 않았다. 공판은 약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됐고, 이 전 장관은 변호인단에게 가볍게 목례한 뒤 법정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