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지 부족 투표소 3일 14곳→5일 50곳→8일 91곳 [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가 계속되고 있는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7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시 투표용지가 부족한 사태가 당초 발표된 것보다 훨씬 많이 광범위한 지역에서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8일 밤 늦게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본투표 당일 부족한 분량을 보충하기 위해 투표용지가 추가로 송부된 곳이 전국 140개 투표소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실제로 투표용지가 부족해 송부 받은 투표용지를 사용한 투표소는 당초 발표보다 41개가 늘어난 91개였다.
선관위가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지 엿새가 됐는데도 문제가 된 투표소 숫자를 계속 바꾸고 있어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투표용지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추가 송부한 투표소는 전국 1만 4288개 투표소 중 140개 투표소로 파악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53개, 경기 36개, 인천 18개, 부산 9개, 대구 7개, 경남 5개, 전남 4개, 울산 3개, 강원 2개, 충북·전북·경북 각각 1개 순이었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제주와 충남, 광주와 대전만 빠져 훨씬 광범위하게 전국적으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추가로 송부한 투표용지가 실제 투표에 사용된 투표소도 91개로 집계됐다. 서울에서는 기존 33개에서 42개로, 인천에서는 6개에서 11개로 늘었다. 경기(23)·전남(2)·충북(1)·전북(1) 등의 추가 사례도 발견됐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잠시 중단됐다가 재개된 투표소 역시 4개 늘어난 26개 투표소로 파악됐다. 서울 송파구는 12개에서 15개로 증가했고, 부산 북구와 대구 동구, 경기 김포가 각각 한 곳씩 추가됐다.
반대로 인천 연수구는 기존 3개에서 1개로 줄었다. 줄어든 두 곳은 투표용지 부족이 확인됐지만 투표 중단까지는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40개 투표소에 추가 송부된 투표 용지는 2만 4000여 장이었으며 91개 투표소에서 부족했던 투표용지는 7194장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투표가 잠깐이라도 중단됐던 26개 투표소들에서 중단됐던 시간을 모두 합하면 10시간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송파구 잠실2동 제2투표소에서는 105분 가량 투표가 멈췄고, 가락2동 제3투표소에서도 두 차례 투표가 중단돼 모두 97분가량 중단됐다. 경기 김포 풍무동 제12투표소에서도 21분 정도 투표가 중단됐고 인천 연수구와 부산 북구, 대구 동구에서도 투표 행렬이 멈췄다.
마감 시간인 오후 6시를 넘겨서 투표가 종료된 곳은 모두 39개 투표소였는데 이 가운데 19곳은 정확히 몇 시에 끝났는지 선관위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지난 7일 밤 서울 송파구 개표소였던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 모여 있다. 2026.6.8 연합뉴스
선관위는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한 투표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 를 10일부터 19일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시민단체·법조계·언론계·학계로부터 추천받은 외부 인사 여섯 명으로 구성됐으며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조현욱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는다. 위원회는 투표용지 인쇄와 배정, 수급관리 등 전반을 조사할 예정이다. 상황 발생 후 투표소 운영과 초동 조치 및 보고 체계의 적정성 등도 판단할 방침이다. 아울러 투표용지 부족 현상이 나타난 투표소가 추가로 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선관위 스스로도 투표용지가 모자랐던 투표소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선관위는 또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날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의 지명 해제를 통보함에 따라 위철환 상임위원이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를 대행한다고 밝혔다. 허철훈 사무총장의 면직안도 수리돼 강동완 사무차장이 사무총장 직무를 대행한다. 또 선관위는 선거정책실장과 선거1국장을 9일자로 직위 해제한다.
투표용지가 모자라 투표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켜 지탄을 받고 있는 선관위가 이를 수습하는 과정도 허술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신속하고 정확한 현황 파악이 늦어진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 투표용지 부족 투표소가 추가로 있는지 등은 진상규명위원회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가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인정한 셈이다.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가 계속되고 있는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 재선거를 요구하는 문구 등이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2026.6.7 연합뉴스
선관위의 보고 체계도 마비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데 따르면, 송파구선관위가 서울시선관위에 대처 방안을 문의한 시각은 오전 11시 40분이었으나, 중앙선관위는 4시간 이상이 지난 오후 4시 25분쯤 송파구 가락2동 제3투표소 민원인의 전화를 받고서야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파구와 서울시선관위 모두 상급 기관인 중앙선관위로 실태를 보고하지 않은 탓이었다. 이 때문에 중앙 선관위가 모자란 투표용지를 해당 투표소들에 송부한다고 공지한 것은 투표 종료 30분을 남긴 5시 30분 넘어서였다.
또 송파 해당 투표소의 투표 마감 시간을 당일 밤 10시까지 연장한 조치도 절차적 정당성을 잃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천 원내대표는 투표 시간 연장은 중앙선관위 의결을 거쳐야 함에도 서울시선관위원장이 단독으로 결정했다 며 사후에라도 중앙선관위의 추인 의결이 없었던 만큼 법적 효력과 월권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다 고 강하게 비판했다.
천 원내대표는 아직 투표를 못 한 유권자가 다수 있는데도, 출구조사 발표 연기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시험감독관이 답안지 공개를 방임한 것과 다름이 없다 며 참정권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개혁신당은 참정권 침해의 명확한 증거가 있는 투표소에 대해 선별적 재선거 를 실시할 것을 주장하며, 이를 위해 투표용지 부족사태에 따른 서울 관내 선거 일부무효 소청 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보수성향 시민단체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견제 없는 권한이 낳은 명백한 인재 라며 선관위 해체 수준의 전면적 개혁과 국정조사, 감사원 특별감사가 필요하다 고 촉구했다.
충북도선관위는 지난 3일 아침 6시 10분쯤 청주시 서원구 성화·개신·죽림동 5투표소에 비치된 선거인명부에서 유권자 1295명의 이름이 누락된 것을 확인하고, 30분 뒤 누락 없는 선거인 명부로 대체해 투표를 진행했다”며 한두 명 정도가 투표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뒤늦게 사과문을 냈다.
한편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번 중간선거를 한 달 앞둔 5월 기준 선관위 휴직자는 선관위 정원 3034명의 6%인 18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148명이었지만 한 달 뒤 164명으로 늘어나더니 선거 직전 22%까지 늘어난 것이다. 뜻있는 선관위 직원이라면 선거를 앞두고는 휴직을 자제하는 것이 마땅한데, 오히려 휴직이 늘어난 것은 그동안 선관위가 얼마나 안이하게 운영됐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단면일 것이다.
이런 현상은 과거에도 비슷한 추세로 일어난 일이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연이어 치러진 2022년에는 대선이 있던 3월부터 지방선거가 있던 6월까지 4개월 동안 휴직자가 200명을 넘었다. 선관위는 그 해 3월 대선에서 이른바 소쿠리 투표 사태로 강한 질타를 받았다.
지방선거가 있던 2022년 6월에는 휴직자가 226명으로 당시 정원의 7.6%가 휴직이었는데, 이 수는 선거가 끝나자 줄어들었다. 지방선거 직후인 2022년 7월 휴직자는 195명, 그해 말은 161명까지 줄었다.
반면 전국 단위 선거가 없던 2023년에는 휴직자가 130~150명 수준이었다. 그러다 이듬해 치러진 2024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곤 휴직자가 늘었다가 다시 감소하는 현상이 되풀이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선이 확정된 2025년 4월부턴 휴직자가 또 늘었고, 대선이 끝나자 휴직자는 다시 줄었다.
최근 10년간 선관위 직원들의 휴직 사유는 육아 휴직 이 가장 많았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휴직은 자제해달라 고 공지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선관위 직원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쉴 권리를 누려야 하겠지만 선거가 있는 해에 휴직자가 폭증하는 것은 조직 문화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선거 기간 선관위 직원들의 무분별한 휴가와 휴직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