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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내란 사태, 아나키스트 엠마 골드만이 봤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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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골드만의 자서전, 한국어 번역판 'Red Emma' 북튜브 출판. 사진=황융하 시민기자 “아나키즘은 둘 다를 포용할 수 있었다. 크로포트킨이 혁명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조건을 면밀히 분석했다면, 입센은 인간 영혼의 혁명, 즉 개인성의 반란으로서 정점을 이루는 심리적 투쟁을 그렸다.”  ('레드 엠마' 1권 660쪽)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고 그것을 실현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인간은 어떻게 진정한 자유를 경험할 수 있을까. 권력의 집중과 그로 인한 억압은 언제나 인간의 존엄을 위협했으며, 이는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희망은, 우리가 새로운 길을 추적하고 행동할 때 빛을 발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엠마 골드만의 자서전 원저 표지. © Cosimo Classic 아나키스트 엠마 골드만(1869~1940)의 삶은 현실의 굴곡에서도 이상을 향한 끊임없는 투쟁이었다. 그녀는 제정 러시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뒤, 노동운동과 여성 해방, 성적 자유 등 다양한 주제에서 새로운 질서를 상상하고 실천하며 사회적 해방을 위해 평생 헌신했다. 엠마 골드만은 억압적인 사회를 거부하며 자율적이고 연대하는 공동체를 추구하는 창조적 비전으로 무정부주의를 주장했다. 그녀는 권력이 본질적으로 인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보았으며, ‘모든 권력은 타락하며,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타락한다’라는 통찰로 권력의 무익성을 설파했다. 이는 무정부주의의 핵심을 단적으로 드러내며, 권력을 해체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설계하려는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무정부주의는 종종 혼란과 폭력의 집행자로 오해되지만, 엠마 골드만은 이런 폭력론을 거부했다. 그녀에게 폭력은 목적이 아닌 억압적 권력에 대한 저항의 도구일 뿐이었다. 진정한 해방은 폭력이 아니라 자치와 연대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녀의 무정부주의적 비전은 권력을 비판하고 새로운 사회적 질서를 모색하도록 이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20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간 22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22. 연합뉴스 아나키스트와 개별자의 자기 정치화 지난해 12월 21일 '남태령 대첩'에서 청년 여성들의 자발적 집결은 한국 사회에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한다. 청년 여성들은 권력의 부당한 폭력에 반대하며, 차별과 억압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고 행동했다. 그들의 순수한 열망은 특정 정치 성향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권리를 지키려는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에 ‘인간은 권력을 획득함으로써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권력으로부터 독립함으로써 비로소 자유로워진다’는 엠마의 사상을 적용해 볼 수 있겠다. 권력의 집중과 부패를 극복하고, 소수 약자를 위한 자치 기구를 설립하는 것은 현대 사회의 다양성과 개별화 논쟁에서 핵심적 과제다. 프랑스혁명의 파리코뮌과 동학혁명의 집강소는 권력 분산과 민중의 참여를 실험한 사례로 자치와 연대의 교훈을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억압적 체제에 맞선 자율적이고 참여적인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자치 기구는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인간 사이의 수평적 연대를 촉진한다’ 라는 명제의 실현 가능성과 유효함을 찾고 현대적 조건에 맞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김영삼 정부의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 도입, 김대중 정부의 남북 평화협정 체결 등 권력의 개입이 사회적 전환점을 만들어낸 중요한 사례다. 이들 사례는 권력이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한계도 드러냈다. 당시의 개혁은 주어진 정치적 조건에서 최선의 전환이었으나, 효과는 제한적이었으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지난 1월 11일 윤석열 체포 촉구를 위한 광화문 집회 현장. 사진=이강국 제공 한국 사회는 이제 더 깊은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재벌 개혁, 국가보안법 철폐, 소득불균형 해소가 요청된다. 그러나 지금의 저항은 고답적인 정치 개혁을 넘어, 인간 본연의 자유와 해방을 지향하고 있다. 성적 자기 결정권, 노동권, 환경문제 등 다양한 의제를 포괄하며, 권력의 본질이 수행할 수 없는 기존 질서의 해체와 자율적 공동체 설계까지 나아가도록 한다. 이는 엠마 골드만의 이상적 비전과 궤를 같이한다. 차별과 혐오의 실체는 상부 권력의 의지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복합적이고 지속적인 논쟁과 개별자의 참여가 요구된다. 또한 관료와 경제 권력의 집중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사회적 불평등은 굳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대의제와 상부 권력이 일정한 역할을 유지하는 과도기를 통해, 동시에 시민 개개인의 정치적 주체화를 촉진하는 방안이 실행돼야 한다. 과거의 개혁 경험은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대의제의 필수적 역할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상부 권력에 의존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별자가 자기 삶 속에서 정치적 주체성을 자각하고, 연대와 참여를 확장하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정치 문화가 필요하다.   지난 1월 11일 윤석열 체포 촉구를 위한 광화문 집회 현장. 사진=이강국 제공 개별자의 자기 정치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자기 정치화란 단순히 투표권 행사나 사회적 발언권의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자기 삶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적 행동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자기 정치화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들은 기술의 발전과 연결된 정보 접근성, 사회적 의제의 다원화, 그리고 대중문화 속에서 표출되는 연대적 메시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케이팝 팬덤은 문화적 참여와 정치적 실천이 결합한 연대의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문화적 역동성은 사회적 메시지를 확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자율적 연대와 사회적 책임감을 불러 일으킨다. 개별자의 자기 정치화는 자치적 참여와 사회적 대화로 이어지고, 기존의 정치 구조와 공존하거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실험적인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어쩌면 대의제와 개별자의 정치화는 서로를 보완하며 작동할 수 있다. 대의제가 사회적 과도기를 관리하며 시스템적 안정성을 제공한다면, 개별자의 정치화는 점진적으로 권력 구조를 분산시키고 자치적 질서를 확립해 갈 것이다. 이는 상부 권력을 당장 해체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공동체적 정치를 설계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엠마 골드만은 혁명적 열정과 인간적 욕망의 조화를 추구했다. 그녀는 사랑과 아름다움, 그리고 인간다움을 혁명의 본질로 간주하며, 타협 없는 자유로운 삶을 꿈꿨다. 이는 오늘날의 저항이 사회 구조의 변혁을 넘어, 개인적 삶의 존엄과 풍요로움까지 포함해야 함을 상기시킨다. 그녀는 억압받는 모든 이들의 협력과 연대만이 진정한 해방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역설했다. 이는 개인의 권리를 확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계층과 정체성을 초월하여 포용하는 방식으로 공동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소수자 차별 반대 지하철 광고판이 훼손됐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지난 26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설치된 '2020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광고판이 훼손, 경찰 신고 조치 등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27일 오후 검은 펜 등으로 알 수없는 메시지가 쓰여진 광고판. 2020.8.27 최근 내란 정국에서 보여준 청년 여성들의 저항은 이러한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드러냈다. 이들은 불평등과 억압의 벽에 맞서며, 반대의 목소리를 넘어서서 더 나은 사회를 상상하는 집단적 비전을 품고 있다. 지금의 연대는 임시적 결속이 아닌, 자율적 참여와 협력의 지속적 가능성으로 나아갈 것이다. 또한 도태되거나 소외된 계층을 견인할 수 있는 연대의 본질적 가치를 실천하는 길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현재와 미래를 재구성하는 데 강력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결국 지금 한국 사회는 과거의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정치와 자치에 도전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는 대의제와 개별자 정치화의 양립 가능성을 실험하고, 상부 권력과 시민의 자치적 역량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엠마 골드만이 강조한 개인의 자율성과 연대의 조화는 여기에서 중요한 사상적 지침이 될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의 모든 노력은 인간의 존엄과 평등이 으뜸으로 전개되는 사회를 향한 진일보가 될 것이다. 엠마 골드만은 억압의 경계를 넘어 자유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 그녀의 사상은 오늘날 빛을 발하며, 저항의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찾도록 돕는다. 그녀의 비전은 현재를 넘어 미래의 설계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도 그 한가운데에서 교류를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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