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 말고 주거서비스임대차에 집중하면 어떨까 [뉴스] 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
6.3 지방선거는 전체적으로 여당인 민주당이 압도한 것으로 결과되었지만 뭔가 찜찜하다. 지역별 지방색이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니 그렇다 치고, 특히 서울에서 야당인 오세훈 후보에게 간발의 차 역전극을 당한 임팩트로 인해 민주당은 이기고도 진 것 같다. 이 여파는 여야 양당 지도부와 후속 지지율을 뒤흔들 정도로 크다. 원인은 뭔가. 쟁점은 여러 가지이겠으나, 사실상 초점인 한강벨트 부동산개발로 좁혀보자. 사실 여당의 정원오 후보가 부동산 개발을 반대한 것도 아니고, 오세훈 후보의 개발 공약이 특별히 참신하고 경쟁력 있다 라고 말할 것도 없다. 말이 좋아 신속개발이지 정후보의 착착개발과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다. 도시로서 서울은 이미 포화상태, 더 이상 집지을 공간도 없다. 그나마 용산정비창 태릉CC 개발 등등 서울의 몇 안 되는 남은 주택부지감 운운은 아무 정권이나 때만 되면 건드리는 단골소재로 쟁점거리랄 것도 없다. 결국 공공주도 개발이냐, 민간주도 개발이냐로 압축되는 재개발‧재건축 공약이 서울선거의 초점인 셈이다.
강남 3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부동산 문제에서 평등이란 없다, 오직 내 이익뿐
사실 공공주도와 민간주도 중 어느 쪽이 서울 민심에 더 호소력이 있을 지는 각각 공익성과 민간 자율성을 장점으로 하기에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이는 선거 승리 전략상 양 후보 모두 외견상 부동산 부양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은 서울시민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부동산 이해관계자로서의 재산권 행사에 얼마나 부응하는가, 다른 한편 부동산 약자 편에서 부동산 정의 구현 호소에 얼마나 잘 부응하는가의 갈림길, 상대방의 약점을 부각시키고 자신의 장점을 돋보이게 포장하는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주택 소유자에게는 부동산 부양 속도전과 당장의 현안인 부동산 세제 완화, 무주택자 세입자에게는 각종 부동산 혜택(임대가격 하락, 대출 확대, 서민 주거 편익 증진 등) 간의 선택지로 나타난다.
물론 부동산 이해관계란 수많은 갈등으로 얽혀있기 마련이어서 선거전에서는 술에 물탄 듯 주로 양시론(兩是論), 어느 특정 편의 손을 들어주는 행태는 선택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부동산 불로소득 타파라는 고정 관념, 즉 지나친 부동산 이익 제재 또는 가격하락이라는 만고의 진리, 부동산 평등이란 대의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현대의 도시 지대관계에서는 이 대의가 만인에 호소할 가능성이 오히려 크지 않다는 게 문제다. 평등은 개뿔, 내 이익부터 먼저다. 무주택 세입자라면 집값 전월세값 폭등에 예민할 것이고, 유주택자라면 집담보 대출금리 인상과 부동산 증세, 집값의 상대적 하락이 주관심사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란 곧 일반인이 소유할 수 있는 자산의 거의 모든 것, ‘서울 자가 사는 김 부장’이 일반적으로 모두의 꿈이다. 그러니깐 무주택자에겐 전월세값 지원과 주택 분양, 유주택자에겐 재개발 재건축을 통한 부의 상승, 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선의의 피해자 우려되는 다주택자 조세 규제
안타깝게도 이 상반된 유·무주택자의 처지를 동시에 완전하게 만족시키는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상호 타협하는 차선책이 있을 수 있다. 현재의 주택 실태는 서울 거주민 중 자가 거주자는 약 200만호 49%, 무주택자 혹은 주택임차 가구는 215만호 가량 약 51%, 즉 49대 51의 비중이다. 문제는 서울의 주택보급률 93%(2025년), 아파트 거주형태 약 80%, 다주택자가 37만호(14%)라는 사실에 있다. 통계치의 빈 곳이 있다는 것인데 자가소유자이면서도 자가에 안 살고 딴 곳에 세들어 사는 이중임차인의 경우도 꽤 된다는 소리다. 민주당이 다주택자 부동산 폭리를 지목하고, 거래세(양도세) 중과에 대한 각종 유예 혜택 중단, 정상화 정책을 채택한 것은 틀리지 않으나 동시에 문제의 시작임을 가리키는 지점이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30일 세종시 국세청 기자실에서 강남 3구와 한강 벨트 다주택 임대업자 등에 대한 세무조사 실시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6.3.30 연합뉴스
그간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폭등한 바가 있고, 특히 서울 다주택자가 양도세 유예조치로 혜택받은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른바 조세 부과라는 법률행위는 특정한 대상만을 콕 찝는 핀셋 규제가 쉽지 않다는 것, 둘째 다주택자가 서울과 수도권에만 있지 않으며, 서울의 강남 3구 등 특정 고가 아파트단지를 제외하면 몇 채를 소유하든 총액상으로는 집중 규제 깜이 못 되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것, 넷째 상속 취업 유학 의료 등의 여건상 지역 이동과 임차 예외 조치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등등, 경우의 수가 만만찮게 발생한다. 즉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여지가 많다는 것, 특히 선거전에서 증세 정책은 모두를 불안하게 하는 바, 문제는 거래세에 그치지 않고 보유세(세율 또는 공시가 비율 상향) 확산설까지 자극한다는 것에 있다.
다른 입장의 49% vs 51%, 선거 때는 100% 부동산 이해관계자
결과로만 보자면 한강벨트 재개발‧재건축 지대를 중심으로 반(反) 정원오 표가 상승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고, 이 현상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는 다음 선거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주택자도 생각할 줄 안다. 1인 가구 증가가 그 증거다. 49는 자가주거자로 부동산부양 이해관계자, 나머지 51%는 세입자이지만 부동산 평등을 주창하기보다는 잠재적 부동산 신분상승 희망자, 결국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을지언정 선거전에서는 부동산 이해관계자가 도합 100%라고 하면 이 복잡한 부동산 이해관계 상황이 설명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부동산 이해관계도의 흐름을 경시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거기에 모든 부동산 문제를 귀속시키는 것은 시간낭비, 소모전일 뿐이다. 토지사유제가 근간인 한 전 국토를 1/n로 나눌 수 없으며, 완전한 주택 소유 평등은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것을 기본전제로 하면, 해방 직후 당시처럼 토지개혁 몰수라도 시행하지 않는 한, 토지소유제의 차선책, 즉 주택임대차에 관한 현명한 접근법을 어떻게 수립하는가가 문제해결의 초점이다. 부동산 부양후 규제, 그 후유증으로 도돌이표처럼 되돌아오는 감세, 부동산 양극화, 신자유주의의 귀환을 무한 반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주택 규제 보다 주택가격총액제를 거론하는 이유
최근 주택임대차 문제는 대규모 전세사기로 집중되는바, 그 해악의 근원지로 다주택자가 지목된다. 그런데 번지수가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서울 고가 1주택이 수백억 원(최고가 아파트 공시가 에테르노 청담 325억 원)이고 흔한 국민주택 아파트가 서민에게는 꿈의 영역인 몇 수십억 원인 현상이 그 근거다. 우리나라 주택 총지가의 67%(한국은행)가 수도권 비중이고, 서울의 총 주택가격 비중 2300조 원(2023년)은 왜 서울이고 강남인가를 똑똑히 가리킨다. 이른바 ‘똑똑한 한 채란 몇 년만 버티면 수십 배로 튀는 부동산가 폭등의 최고 수혜자, 결국 양도세가 거의 면제되는 1가구1주택제의 산물 아닌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에테르노 청담 이 2년 연속으로 전국 공시가격 최고 아파트에 이름을 올렸다. 17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에테르노청담 전용면적 464.11㎡의 올해 공시가격은 325억7천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지난해보다 공시가격이 125억1천만원(62.4%)이나 뛰었다. 사진은 17일 서울 강남구 에테르노 청담. 2026.3.17 연합뉴스
같은 값이면 가장 많이 오르는 서울 쪽 1채가 최선이라는 건 동네 애들도 안다. 서울 전세가율이 시가의 5-60%, 은행 대출 3-40% 끼면 거의 남의 돈으로 서울 집을 살 수 있는 데 안하는 게 바보다. 대출규제(DSR, LDT)로 돈줄 막고 실거주 의무로 수요규제를 촉구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이른바 집주인의 귀환, 전세난으로 전세의 월세화, 전세가 폭등이 현실이다. 본체를 놔두고 곁가지 쳐봐야 미꾸라지 빠져나가듯 다른 문제로 번진다.
이 모순된 부동산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2가구 3주택에 징벌적 거래세를 부과해봐야 소용없다. 이른바 5.9 양도세 정상화 조치의 집중 관리 대상인 서울 다주택자는 14%, 그중 강남 거주자는 1%, 4만여 가구에 불과, 그나마 다수가 매매보다 증여상속 하는 길을 택한단다. 대신 1가구1주택제의 본류를 건드리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주택가격총액제란 주택을 몇 채 보유하든 총합가격으로 규제하는 방법을 말한다. 거래세는 더 이상 대세가 아닌 시대다. 재산세 종부세도 총합가격으로 시행되는 판에 거래세까지 이를 확대할 여건은 충분하다. 양도차액은 상한선을 초과할 때 주로 적용하며, 초과보유세 보완 구조라면 오히려 유효수요를 조정하는 길을 터주는 셈이다. 그래도 걱정된다면 싱가폴처럼 고가 주택 취득시 높은 취득세를 부과하는 부대조건을 참고할 수 있다.
난마처럼 얽힌 주택 문제, 공급 확대 방식도 해결책 안돼
주택가격 폭등과 폭리구조를 걱정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싱가폴 임대주택시장을 흔히 대안으로 생각하곤 한다. 잘 알려진 바 싱가폴은 주택의 90%가 임대주택(영구임대 포함)으로 우리나라 같은 주택 소유를 통한 재산권 행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싱가폴 모델이란, 대안이 될 수 없다. 이 모델은 1960년대 리콴유 초대 총리의 토지국유화를 바탕으로 한 설계인 바, 이른바 토지 사적 소유의 기능정지가 포인트다. 주거서비스임대차, 즉 주거권에 대한 시간 점유, 혹은 조차권만 선택할 수 있다. 반대로 토지사유제가 90%인 우리 현실에서 전면 국유화 소리가 나왔다간, 모르긴 몰라도 폭동을 불사한다는 소리라도 나올까봐 겁난다.
그러므로 공공임대와 민간임대를 병용하는 설계가 그나마 가능성있는 현실적 타협안인 바, 문제는 우리 임대차란 민간임대차 주력, 전월세가 공존하는 환경에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서울 전역 토허제, 실거주 의무, 대출규제, 5.9조치(양도세 정상화) 이후 전세 실종, 전세의 월세화, 수도권 전역의 부동산가 상승 등이 눈에 띄는 바, 이를 임대차 정상화 또는 불편한 주거비 인상 부담 중 어느 쪽으로 봐야 하는지 헛갈릴 지경이다. 다만 신규 주택 토지 공급이 절대 부족한 서울지역에서 재개발 재건축 주택공급 증가방식으로 문제 해결한다는 발상이 여야를 막론하고 만연한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재개발 재건축이란 보통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적어도 수 년∼수십 년이 소요되고 그를 통과해도, 건축비 인상, 부채 및 이자부담, 고물가 고환율과 건축주와 시공사의 높은 기대이윤, 서울지역에 집중된 취득·거래·보유세 관문을 거쳐야 한다. 전세든 월세든 상관없이 공급량 증가로 문제 해결방식이란 ‘돼야 되나 보다’ 식의 공염불 같다는 소리다.
16일 인천시청 중앙홀에 마련된 천원주택 접수처에서 예비 입주자들이 신청 접수를 하고 있다. 천원주택 은 하루 임대료 1000원, 월 3만 원으로 주거(전세임대주택)를 제공하는 인천형 저출산 주거정책으로, 결혼 7년 이내 인천지역 신혼부부 또는 신생아가구 등을 대상으로 지원한다. 인천시는 올해 천원주택 700가구 입주자를 모집한다. 2026.3.16 연합뉴스
1주택은 이번 생까지, 다음 생에는 주거서비스임대차로
부동산 희망고문에 기대느니 차라리 이번 기회에 싱가폴 체계의 장점만 빌려오는 주거서비스임대차 개념 도입을 적극 추천한다. 주거서비스임대차란 ‘인생 뭐있나, 한평생 살다가는 것을’, 재산권에 연연하지 말고, 주택을 살다 가는 주거서비스 이용권으로 개념화하자는 취지다. 토지국공유 기반 싱가폴 방식은 토지사유제 하의 한국적 특성상 적정하지 않으므로, 공공임대가 민간임대를 보완하는 형식, 공공임대 역할을 더 강조하되, 다른 한편 민간임대 중심의 임대시장을 지나치게 제약하지 않는 절충방식의 설계다. 기업형 임대와 서민형 개인임대가 구분되며, 일시적 이주 공백 혹은 남는 방 한두 칸 임대하는 서민형 임대까지 엄격하게 과세할 대상으로 삼지 말자는 취지다. 4800만 원 이하 매출 소상공인은 간이과세자(이미 1억대로 확대 적용)로 분류해 조세 혜택을 주는 제도처럼. 다 함께 같이 먹고사는 길을 열어줘야 세상이 편해질 거라는 생각이다.
나는 아직도 무섭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구속된 전력의 전직 대통령들이 선거유세에 뛰어들어, 과거의 영화를 복구하는 듯한 데자뷰. 지난날 그들의 등장은 전 정권의 부동산에 대한 엄격한 접근방식에 대한 역작용은 아니었던가. 불현듯 과거에 대한 회고, 노파심이 늘고 있다는 증거다. 내 이번 생, 생각할 기력은 여기까지인가 보다.백일 ibaek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