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합보고서 1200개 돌파...투자자 신뢰받은 성공요인은 [뉴스] 일본 기업들의 통합보고서가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법으로 의무화된 유가증권보고서보다 자발적으로 발간하는 통합보고서가 고품질 지속가능성 정보를 담는 데 더 유용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6일(현지시각) 공시전문 미디어인 코퍼레잇 디스클로저스에 따르면, 일본 공적연금 GPIF의 최근 연구에서 일본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고품질이라고 평가한 지속가능성 관련 공시의 95%는 자발적 보고서에서 나왔다. 이 가운데 65%는 통합보고서에서 확인됐다. 이 연구는 지난 6월 29일 런던에서 열린 IFRS재단 연례 콘퍼런스에서 노리에 다카하시(Norie Takahashi) KPMG 재팬 파트너가 발표했다.
일본 기업들의 통합보고서가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챗GPT 생성이미지
일본 상장사 1200곳 이상이 통합보고서 발간
일본의 통합보고서 확산 속도는 빠르다. 2013년 국제통합보고 프레임워크가 도입된 이후 일본 기업의 통합보고서 발간은 매년 증가했다. 2025년에는 1200개가 넘는 기업이 통합보고서를 냈고, 이는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 상장사의 80%, 시가총액 기준 90%에 해당한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집중하도록 유도한 일본의 스튜어드십 코드 및 기업지배구조 코드의 도입이 있었다.
KPMG 재팬 다카하시 노리에 파트너는 의무 제출용 증권보고서가 규제 준수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표준화된 과거 데이터 중심이라면, 자발적 통합보고서는 단기·중기·장기에 걸친 전략, 지배구조, 리스크와 기회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기업이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는지 종합적인 서사를 제공한다 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통합보고서가 단순 홍보물이 아니라 투자자와의 대화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IFRS재단은 2025년 도쿄 관련 컨퍼런스에 등장한 일본 생명보험협회 연구를 인용, 일본 투자자 70% 이상이 기업과의 대화에서 통합보고서를 기반 자료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의무공시는 규제용, 통합보고서는 설득용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시 성공의 핵심이 단순히 문서를 잘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인 경영 체질을 바꾸는 데 있다고 입을 모은다.
ISSB 부의장 수 로이드(Sue Lloyd)는 패널 토론에서 통합보고가 투자자에게 회사의 재무제표뿐 아니라 기업이 단기·중기·장기적으로 어떻게 가치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실제 이야기를 이해하도록 돕는 응집된 정보 패키지 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보고보다 먼저 통합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내부에서 전략, 리스크, 기회, 지배구조를 먼저 연결해야 외부 보고도 의미 있게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딜로이트 영국 부회장이자 글로벌 IFRS·기업보고 리더인 베로니카 풀(Veronica Poole)은 기업이 직면한 리스크가 점점 더 상호연결되고 있기 때문에 통합사고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 매우 나쁜 지표가 됐다 며 이제 우리는 단일 리스크가 아니라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리스크를 본다 고 했다.
日 GPIF, 우수 지속가능성 공시 89개사 선정...아지노모토·이토추·히타치 최다 추천
한편, 일본 공적연금인 GPIF가 국내주식 위탁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을 보면, 아지노모토(Ajinomoto), 이토추상사(ITOCHU), 히타치(Hitachi) 등이 중요성 관점에서 우수한 지속가능성 공시 기업으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GPIF는 지난해 3월 수립한 지속가능성 투자정책에 따라 포트폴리오 전반의 장기 성과 제고를 목표로, 국내주식 위탁 운용사 23곳에 올 한 해 스튜어드십 활동에 유용했던 공시 기업을 최대 10개사까지 추천받았다. 아울러 공시 수준이 크게 개선된 기업도 최대 5개사까지 별도로 추천받았다. 그 결과 우수 지속가능성 공시 에는 89개사, 최다 개선 지속가능성 공시 에는 66개사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4곳 이상의 운용사로부터 추천받은 기업은 총 6곳이다.
아지노모토(8곳 추천)는 조미료 아지노모토 로 잘 알려진 일본의 대표 식품·아미노산 기업이다. 자사의 경영 철학인 ASV(Ajinomoto Group Creating Shared Value) 를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연계를 통합보고서에 명확히 제시한 점, 2030년까지 환경 영향 50% 저감과 건강수명 10억 명 연장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정량 데이터로 추적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토추상사(7곳 추천)는 기업가치 제고 = 창출가치 확대 / (자본비용 절감 - 성장률 제고) 라는 자체 공식을 통해 경영 전략과 기업가치를 논리적으로 연결한 통합보고서 구성이 특히 주목받았으며, 오랜 기간 영문판 보고서를 발간해온 점도 해외 투자자들에게 강점으로 꼽혔다.
히타치(6곳 추천) 는 지속가능성 전략을 디지털 플랫폼 사업과 연계해 경영전략의 핵심으로 자리매김시킨 점, TCFD 4대 요소에 따라 1.5℃·4.0℃ 시나리오 분석을 명확히 제시한 점 등이 우수 사례로 언급됐다.
소니그룹(6곳 추천)은 기업 목적(purpose)을 중심에 둔 일관된 서사 구조로 다양성·인권존중·기후변화를 3대 중요 과제로 제시하고, IP(음악·애니메이션·게임)와 하드웨어(반도체·이미징 장비) 사업 간 연계를 효과적으로 설명한 점이 강점으로 평가됐다.
도쿄해상홀딩스(4곳 추천)는 일본 최대 손해보험그룹으로, 올해 처음 발간한 기후·자연 보고서(Climate & Nature Report) 2025 에서 TCFD와 TNFD를 통합한 4대 요소 프레임워크를 적용하고, 온실가스 다배출 대형 고객사에 대한 탈탄소 관여 대상을 60곳에서 200곳으로 확대한 점 등 구체적 이행 정책이 특히 주목받았다.
세키스이 화학(4곳 추천)은 기업활동이 자연자본·사회자본에 미치는 영향을 화폐가치로 환산해 전략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독자적 방법론을 통해 순환경제 관점의 기업가치를 정량적으로 제시한 점이 이례적 사례로 소개됐다.
중요성 나열에 그치지 말고 재무 임팩트로 연결하라
전체 89개 우수 공시 선정 사례 중 95%(147건)가 자발적 공시였으며, 이 가운데 63%가 통합보고서 형태였다. 법정 공시(유가증권보고서 등)를 활용한 사례는 5%에 그쳤다.
GPIF는 일본에서는 통합보고서를 통한 공시가 상당히 발전해 있는 반면, 법정 공시 영역에서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확인됐다 고 평가했다.
우수사례의 공통 특징은 ▲중요성 이슈를 가치 창출 스토리 및 재무 성과와 정량적으로 연결한 점 ▲KPI를 통한 진행상황 추적 및 제3자 검증(assurance) 확보 ▲지배구조(이사회 감독, 보수체계)와 중요성 이슈의 연계 명확화 ▲해외 투자자를 위한 영문판 공시 정착 등이었다.
운용사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향후 과제는 명확했다. 다수의 운용사가 기업들이 중요성(materiality) 이슈를 식별하는 데까지는 도달했지만, 이를 실제 재무 수치(손익계산서·대차대조표)와 연결하는 논리는 여전히 취약하다 고 지적했다.
정성적 설명에 그치는 목표 대신 정량적 KPI와 진행 상황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 이사회 감독·경영진 보수체계와 지속가능성 성과의 연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제기됐다. 또한 SSBJ(일본판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도입이 단계적으로 예정된 만큼, 유가증권보고서와 같은 법정 공시가 향후 핵심 공시 매체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