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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중인 원전이 어떻게 확정 전력 될 수 있나[뉴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2035년경 소형모듈원자로(i-SMR) 0.7GW가 신규 전원으로 반영돼 있다. i-SMR은 모듈당 170MW급 원자로 네 기를 묶어 약 680MW를 생산하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원자로는 이미 검증된 상용 발전설비가 아니다. 2026년 2월에야 표준설계인가를 신청했고, 사업자는 2028년 말 인가 획득과 2035년 초도호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독자 개발한 SMR(소형 모듈원자로) 가상 이미지 ©미래백년연구소
안정성 등 기술검증이 완료돼야 운전을 할 수 있지 않나
문제는 연구개발 목표를 국가의 확정 전원으로 미리 계산했다는 데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기술개발 희망목록이 아니다. 정해진 시점에 실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설비를 바탕으로 발전원과 송전망, 예비력을 계획하는 국가계획이다. 아직 설계인가도 받지 않았고 제작·시운전·운전 경험도 없는 원자로를 2035년 공급능력에 포함하면, 기술개발과 규제심사가 안전성보다 전력계획의 날짜에 끌려갈 위험이 커진다. 국가계획이 기술검증을 앞질러야 할 이유는 없다.
지난 4월 27일 원자력안전정보규제회의를 통해 현재 일부 공개된 i-SMR 자료만 보더라도 검증할 과제가 산적해 보인다. 무붕산 운전에서 제어봉만으로 충분한 정지 여유와 출력 분포를 확보할 수 있는지, 고온·고방사선 환경에 설치되는 제어봉 구동장치와 일체형 펌프의 코일이 장기간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입증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원자로 내부에 밀집 배치된 나선형 증기발생기의 전열관을 어떻게 검사하고 관막음·보수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따라서 방사성 1차 계통과 비방사성 2차 계통 사이의 방벽을 사전에 검사하고 결함을 제거해 온 기존 안전철학의 기본이 제대로 구현됐는지 설명이 없다. 검사와 정비가 어려운 구조라면 방사능 누설을 예방하지 못하므로 안전의 상당한 후퇴를 의미한다.
노내 중성자 계측과 노심 수위 측정, 가압기의 가압·감압 방식, 원자로 안전밸브와 방출 경로도 명확히 제시되어 있지 않다. 철제 격납용기의 과압 보호, 피동냉각, 수소 제거와 장기 열제거, 원자로 용기와 격납 용기 사이의 단열, 지지구조의 지진·진동 건전성도 공개자료만으로는 그 설계 완성도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원자로를 정비하기 위해 협소한 격납용기 안에서 지지부 볼트를 풀고 중량물을 분리·재정렬할 수 있는지도 실제 모형으로 확인해야 하지만 계획에 대한 언급도 없다. 더구나 네 개 모듈을 3인의 소수 운전원이 운전한다면 공통원인고장, 동시 정전, 다수모듈 사고, 공유설비와 운전원의 대응능력까지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이처럼 설계 완성도가 산 넘어 산이지만 표준설계를 완성했다고 인허가를 제출했다. 11차 전기본에 기반한 일정상 표준설계인가 신청서를 올해 2월에 제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공정 순서에서도 전후 규제체계가 뒤집혀 있다. 표준설계인가 신청은 2026년에 이뤄졌는데, i-SMR 고유 규제체계와 세부 심사기준은 2028년에 제시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사업자는 어떤 규제기준에 따라 표준설계 인가 신청을 제출했고, 규제기관은 무엇을 기준으로 접수와 심사를 진행하는지 밝혀야 한다. 핵심 안전기능을 시험해 설계를 확정한 뒤 표준설계 인가를 신청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기 때문이다. 또한 심사 중 보완시험은 가능해도, 피동 잔열 제거, 자연 순환, 증기발생기, 제어봉 구동장치, 격납기능처럼 설계 기본의 성립 여부를 좌우하는 시험이 신청 이후까지 남아 있다면 인허가 제출시 설계 성숙도가 크게 미흡함을 의미한다. 규제기준은 설계를 따라가는 해설서가 아니라 설계가 사전에 넘어야 할 문턱이어야 한다.
자료: 원자력연구원
더 심각한 것은 부지다. 0.7GW 초도호기는 이름만 발전소일 뿐, 실제로는 제작성·정비성·운전성·피동안전성·다수모듈 운전을 처음 확인하는 700MW급 대규모 실증시설에 가깝다. 그런데 이를 부산·울산 약 440만 대도시권인 기장에 부지를 정하고 있다.
중국도 2MW 열출력의 실험용 토륨용융염원자로를 간쑤성 우웨이의 건조하고 인구가 희박한 사막지역에 설치했다. 러시아도 최초의 32MW 부유식 소형원전 실증을 위해 인구 수천 명 규모의 북극권 외딴 항구 페베크에 배치했다. 원자로 형식과 목적은 다르지만, 러시아와 중국도 새로운 기술의 불확실성을 외딴 지역에서 먼저 확인한다는 부지선정 원칙은 공통적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별도 실증단계를 거치지 않은 채, 대도시에서 최초 4개 모듈을 건설해 실증과 700MW급 전력 생산을 동시에 감행하려 하고 있다. 기술개발의 불확실성을 주민 안전으로 담보하는 정책은 사업자에 편중된 일방적인 정책으로 국민주권정부가 선택할 정책은 아니다. 사고 영향이 작다는 사실부터 실증한 뒤 이격거리 축소를 논의해야지, 도심 가까이 설치하기 위해 사고 영향이 작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국민주권정부가 윤석열 정부의 무모함을 답습해서는 안 돼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제11차 전기본에 넣어놓은 이와 같은 무리한 결정을 단순 승계해서는 안 된다. i-SMR 연구개발을 중단하자는 것이 아니다. 연구개발과 국가 전력공급계획을 구분하자는 것이다. 무모함에서 비롯된 정책을 합리적으로 원칙에 부합되게 되돌려 놓아야 한다.
따라서 제12차 전기본에서는 i-SMR 0.7GW를 확정 공급설비에서 제외하거나 기술검증 조건부 예비전원으로 돌려야 한다. 제작성·검사성·정비성·운전성·다수모듈 안전성 등을 공개 검증하고, 독립적인 규제심사와 충분한 실증운전을 거친 뒤 전기본에 반영해야 한다. 최초 실증부지도 충분한 이격거리와 비상대응 능력을 갖춘 저인구 지역에서 반드시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원전은 그림으로 완성되는 설비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실제로 검사하고 고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원자로의 전기를 국가계획에 먼저 넣는 것은 무지를 넘어 무책임한 일이다. 제12차 전기본은 i-SMR을 조건부 예비 전원으로 돌리고, 기술과 안전성이 공개적으로 충분히 검증된 뒤 확정 전원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것이 전임 정부의 무리한 계획을 바로잡고 국민 안전과 국가 전력계획의 신뢰를 함께 지키는 길이다.이정윤 시민기자 immjy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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