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수준 리튬이온 배터리도 인재확보가 경쟁력 [채용]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 가운데 노벨상 수상 기술이 적용된 사례는 의외로 많지 않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그리고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의 심장 역할을 하는 리튬이온전지가 대표적이다. 2019년 노벨 화학상은 리튬이온전지 개발에 기여한 과학자들에게 수여됐다. 그만큼 리튬이온전지는 현대 문명을 움직이는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다.
1991년 일본에서 처음 상용화된 이후 리튬이온전지는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넘어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드론, 전기선박, 로봇, 국방 장비에 이르기까지 활용 영역을 넓혀 왔다. 저장 용량은 커졌고 가격은 낮아졌다. 그러나 발전의 이면에는 늘 화재와 안전성이라는 과제가 따라붙었다.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 자동차 주행거리는 증가하지만 위험성도 높아진다. 열폭주 현상은 현재 기술이 풀어야할 과제다. 사진은 지난 2024년 대구의 한 공장에서 실시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진압 소화장치 시연에 앞서 원통형리튬배터리에서 열폭주가 일어나고 있는 모습. 2024.6.27. 연합뉴스
배터리는 많은 에너지를 작은 공간에 저장하는 장치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질수록 전기자동차 주행거리는 늘어나지만 동시에 위험성도 증가한다. 특히 리튬이온전지에서 발생하는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내부 단락이나 충격, 과충전 등으로 셀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 연쇄 반응이 일어나며 화재로 이어진다.
최근 몇 년 사이 LFP(Lithium Iron Phosphate·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바로 안전성 때문이다. LFP는 리튬, 철, 인, 산소로 구성된 양극재를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의 한 종류다. 일부에서는 마치 기존 리튬이온전지와 다른 새로운 배터리처럼 인식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양극재만 다를 뿐 동일한 리튬이온전지 계열이다. LFP 양극은 니켈·코발트·망간(NCM) 계열 양극재보다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다. 고온에서 산소를 방출하는 특성이 적어 열폭주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고, 화재 발생 시 확산 속도도 상대적으로 느리다. 또한 값비싼 니켈과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아 가격 경쟁력도 우수하다.
그러나 여기서 흔히 발생하는 오해가 있다. LFP 배터리가 불이 나지 않는 배터리 는 아니라는 점이다. LFP 배터리 역시 대부분 가연성 유기용매를 포함한 액체 전해질을 사용한다. 따라서 외부 충격, 제조 결함, 과충전, 침수 또는 내부 단락이 발생하면 화재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국내외 ESS 시설에서 LFP 배터리 화재 사례가 보고된 바 있으며, 일부 실증사업이 지연되거나 안전기준이 강화되기도 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안전성 개선되면서 자동차와 드론 등 산업 전반에 그 쓰임새가 확장되고 있다.
오늘날 배터리 산업은 단순히 양극재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 다층적인 안전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첫째,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의 고도화다. BMS는 전압, 전류,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열폭주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둘째, 셀(Cell) 설계 기술의 발전이다. 셀 내부에 세라믹 코팅 분리막을 적용하거나, 과열 시 전류를 자동 차단하는 안전장치를 설치해 화재 확산을 억제하고 있다.
셋째, 팩(Pack) 단위 열관리 기술이다. 전기자동차에 적용되는 최신 배터리 팩은 냉각 시스템과 열 차단 구조를 갖추고 있어 특정 셀에서 이상이 발생하더라도 인접 셀로 확산되는 것을 최소화한다.
넷째, 화재 조기 감지 및 진압 기술이다. ESS와 전기자동차에서는 가스 센서, 열화상 센서, 자동 소화장치 등을 이용해 화재를 초기 단계에서 감지하고 대응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결국 배터리 안전성은 어떤 배터리를 사용하느냐 만의 문제가 아니다. 양극재, 전해질, 분리막, BMS, 열관리시스템, 제조 공정, 운영관리 등 전체 시스템의 종합적인 결과다. 최근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LFP 배터리를 확대 적용하는 이유도 절대적 안전 때문이 아니라 가격과 성능, 그리고 상대적으로 우수한 안전성 사이의 균형 때문이다.
한편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는 열에 취약한 액체 전해질을 배제하여 안전성을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전고체 배터리 역시 고체 전해질 균열, 계면 접촉 문제, 제조 공정의 복잡성 등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완전 무화재 배터리 라는 표현은 기술적으로 과장된 기대에 가깝다.
배터리산업의 미래는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한편,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 등 3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는 기술혁신에 달려있다.
배터리 산업의 미래는 단순히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경쟁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성능, 가격, 안전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균형 잡힌 기술 혁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한국은 배터리 소재, 제조기술, 공정 역량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지금, 진정한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이차전지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와 함께 전문 인력 양성, 대학과 연구소 그리고 기업의 협력, 젊은 과학기술 인재의 유입을 위한 국가적 지원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노벨상이 인정한 혁신 기술이 앞으로도 우리의 삶을 더욱 안전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지는 결국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에 대한 투자에 달려 있다.조원일 박사(전 한국화학관련학회 연합회장) wonnic@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