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쿠팡사태 우려 … 장동혁과 김범석의 한 목소리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장동혁과 김범석의 ‘자해적 정적 만들기’ 프로젝트
정치인의 말은 본인의 신념보다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통해 더 선명하게 드러나곤 한다. 최근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말이 딱 그러하다. 장 대표는 미국 정가의 분위기를 전하며 미국 측이 쿠팡 사태를 우려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차별받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발언이 나오기가 무섭게 드러난 사실들을 살펴보면 장 대표가 전한 우려 의 실체가 무엇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장 대표가 미국에서 면담한 의회 인사 다수가 쿠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후원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연 장 대표가 전한 목소리는 진정 한미 동맹의 균열을 걱정하는 미국 정부의 공식 우려인지, 아니면 거대 자본의 로비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정교한 프레임 인지, 이 대목에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쿠팡이 직면한 위기는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프레임으로 덮기엔 너무나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김범석 의장으로 전격 변경한 것 역시 그 동안 쿠팡이 누려온 ‘예외적 지위’에 종지부를 찍은 상징적 사건이다. 친족의 경영 참여가 확인된 이상,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익 편취 규제와 공시 의무에서 벗어나 있던 특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법치주의적 결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대표가 ‘차별’이라는 단어를 꺼내 든 것은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이는 국내 노동자의 과로사, 알고리즘 조작을 통한 소상공인 압박, 그리고 3300만 건에 달하는 유례없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 쿠팡이 한국 사회에 끼친 실질적 해악을 외교적 갈등이라는 장막을 쳐 숨겨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비교섭단체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외교·안보 문제를 자해 하는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익을 위해 대외적으로는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장 대표와 쿠팡 김범석 의장의 행보는 너무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민의 안전과 시장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법 집행을 ‘미국 기업에 대한 핍박’으로 묘사하며 외부의 압박을 당겨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태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국익을 해치는 ‘자해적 정적 만들기’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 인사가 특정 기업의 로비 자금이 흘러 들어간 미국 인사들의 입을 빌려 국내 규제 당국을 압박하는 형국은 올바른 정치가 아니다. 이는 한미 관계의 특수성을 이용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공정거래 확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쿠팡은 편리한 ‘로켓배송’으로 한국인의 삶에 깊숙이 침투했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의 눈물과 소상공인의 희생, 그리고 느슨한 보안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정치인의 역할은 미국 기업이라는 방패 뒤에 숨은 총수의 책임을 묻는 것이지, 그 방패를 더 견고하게 닦아주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이 진정 우려해야 할 것은 미국 의원들의 불편함이 아니다. 오히려 자국의 기업집단 지정 시스템조차 비웃으며 규제의 사각지대를 향유하려 했던 쿠팡의 오만함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 측의 우려’라는 가당찮은 명분보다 ‘우리 국민의 분노’라는 현실에 더 귀를 기울이며 책임지는 모습이야말로 대한민국 정치인이 취해야 할 올바른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