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스트레스가 재무 리스크로…G20, 투자·성장 압박 커진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주요 20개국(G20) 대부분에서 최근 수년간 전력망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요인에는 수요 대비 공급 부족, 가격 변동성 확대,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 송전 손실 등이 포함된다.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전력망 스트레스의 증가가 자본 지출 감소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자본 지출은 정부와 기업이 장기 자산을 취득·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투자를 뜻한다. 마에바 쿠진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무역·기후 이코노미스트는 투자 감소는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 둔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전력망 스트레스 1σ 상승, 자본투자 1.5~2% 감소
전력 제약은 그동안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나타났던 현상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 확산, 전기차 급증, 산업 전반의 전기화가 이뤄지면서 전력은 선진국 기업에도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전력 공급 적정성, 수요, 비용, 송전 손실, 기후 영향 등 다섯 가지 요소를 종합해 G20 국가의 전력 시스템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지수를 개발했다.
분석에 따르면, 전력 시스템 스트레스 지수가 과거 평균 대비 표준편차 1만큼 상승할 경우, GDP 대비 투자 비중은 약 0.33%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기준 선진국에서 투자가 GDP의 약 2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본 지출이 1.5~2% 감소하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지수의 구성 요소에 수요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전력 부족의 위험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력망이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수요가 위축되고, 이는 단기적으로 스트레스를 낮추지만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 둔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1인당 전력 소비량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 간의 관계 / 블룸버그 정리
전기화가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지역과 시대를 초월해 확인되며,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전력 소비가 많다는 경향은 일관되게 나타난다.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다른 에너지원에서는 이런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다.
석탄 소비는 중소득 단계까지 증가하다가 고소득국에서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1인당 총 화석연료 소비량을 살펴보면, 단순히 국가별 1인당 소득과는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 고소득 유럽 국가는 고소득 아시아 국가나 북미 국가보다 1인당 화석 연료 소비량이 훨씬 적다.
임원 72%·개발자 90% 전력망이 최대 걸림돌”
유럽과 미국의 전력 수요는 지난 20년간 정체 또는 감소했지만, 블룸버그NEF의 전환 시나리오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 증가는 주로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에서 발생할 전망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전력망이 준비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투자를 다른 국가로 돌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구글은 전력 접근 문제를 이유로 베를린 인근 데이터센터 계획을 철회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력 부족으로 아일랜드와 영국 대신 북유럽으로 데이터센터 투자를 옮기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지역에서는 총 100메가와트(MW) 규모의 데이터센터 2곳이 완공됐지만, 전력망 포화로 가동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딜로이트의 ‘2025 AI 인프라 설문’에 따르면 응답 임원의 72%가 전력망 용량을 ‘매우’ 혹은 ‘극도로’ 심각한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데이터센터프론티어 조사에서는 데이터센터 개발자의 90% 이상이 전력망 한계를 최대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다.
국가별 전력을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인식한 기업의 비율 / 블룸버그 정리
네덜란드 전력망 병목, 향후 최대 10년간 지속될 가능성 제기
네덜란드에서는 반도체 장비기업 ASML 홀딩의 에인트호번 지역 신규 캠퍼스 계획이 전력 공급 문제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네덜란드에서는 현재 약 1만2000개 기업이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고 있다. 네덜란드 전력망 운영자 협회(Netbeheer Nederland)는 연간 80억유로(약 13조8290억원)를 투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력망 혼잡 문제가 향후 최대 10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한다.
데비 드뢰허 협회 대변인은 네덜란드는 이미 2030년으로 예상됐던 전력 사용량 수준에 도달했다”며 전력망의 설계와 활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물리적 인프라가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컨설팅 기업 에코리스는 네덜란드가 전력망 보강을 보다 신속히 추진할 경우, 사회 전체에 연간 평균 80억~300억유로(약 13조8290억~51조8570억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독일에서는 안정적이고 신속한 전력 공급 부족이 산업 경쟁력을 위협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영국에서는 송전 제약으로 인해 올해 들어서만 14억파운드(약 2조7540억원)를 들여 고비용 가스 발전을 가동하고 북부의 저렴한 풍력 발전은 차단해야 했다.
전력 제약은 AI 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웨덴 철강업체 SSAB는 전력망 지연으로 인해 신규 제철소 가동을 연기했다. 쿠진 이코노미스트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국가는 향후 수십 년간 경제의 방향을 좌우할 핵심 투자를 놓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