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된 뇌도 당신이 다음에 뭘 말할지 예측한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마취상태인 인간의 의식에 대한 최근 실험을 소개하고 있는 네이처 동영상 화면 갈무리
갈수록 똑똑해지는 인공지능(AI)이 의식(consciousness)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요즈음이다. 당연하게 인간의 의식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따라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네이처 잡지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 방송이 인간의 의식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을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138억 년의 우주 역사 가운데 어느 시기에 원시 생명체가 출현했고, 약 250만 년 전에 인간이 출현했다고 한다. 그래서, 의식이란 인간의 출현 및 진화와 함께 한다고 생각하는 게 학계의 주류 의견이다. 즉, 의식은 복잡한 생물학 과정의 부산물로서 두뇌활동에서 파생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양자역학의 시대를 연 독일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Public domain)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인지 신경과학자인 도널드 호프먼(Donald Hoffman)은 정반대의 주장을 한다. 즉, 의식은 인간의 두뇌와 무관하게 시공간을 초월해서 존재하는 근본적인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시공간은 의식을 인식하기 위한 일종의 헤드셋(headset) 같은 매개체(interface)에 불과하며, 그것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특별할 것이 없는 수많은 것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한다.
믿기 어려운 주장이지만, 이를 증명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한다. 매개체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컴퓨터 화면을 예로 든다. 화면상에서 어떤 파일을 휴지통에 버린다고 해서, 그것이 하드 디스크의 특정지역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사건 자체를 기술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찍이 흑체복사를 설명해 양자역학의 문을 연 독일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Max Planck)도 비슷한 견해를 표명했다. 1931년 영국 신문 옵저버(Observer) 인터뷰를 통해 물질은 보다 근본적인 의식에서 유래한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양자역학에서 ‘관측‘이라는 과정은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 표준해석에서는 이 때 파동함수가 붕괴한다고만 하고 더 이상 묻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내심 그도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므로 결국 의식의 문제에까지 이르렀다고 추측할 수 있다. 양자역학이 불완전한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의 나노 생물물리학자인 아니타 고엘(Anita Goel)도 최근 유튜브 인터뷰를 통해 의식이 가장 근본적인 것일 수 있고, 이로부터 물리학의 모든 법칙을 재정립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견해를 피력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DNA 중합효소가 어떻게 단 몇 밀리초 안에 주위의 천문학적 분자들 중에서 꼭 짝이 맞는 염기 분자를 찾아 붙일 수 있겠는가 질문을 던진다. 순전히 양자역학적 현상일까? 그러기에는 인간의 체온은 너무 높다. 뭔가 다른 요소가 개입할 것만 같다. 어느덧 인간 의식의 신비는 물리학자들까지 뛰어드는 매우 뜨거운 주제가 되었다.
인간의 의식에 대한 네이처 뉴스의 기초가 된 네이처 논문 머리 부분 (Open access)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의식이 없는 인간의 뇌세포 활동에 대한 놀라운 발견을 알아보자. 흔히, 전신마취 상태에서는 뇌세포의 어떤 부분도 활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과 배치되는 내용을 발견했다. 즉, 2026년 5월 6일 네이처 뉴스 란에 의식 없는 뇌조차 당신이 다음에 무얼 말할지 배우고 예측할 수 있다(Even the unconscious brain can learn- and predict what you ll say next) 는 제목으로 소개된 주제에 관한 것이다. 이 뉴스는 같은 날짜로 네이처 잡지에 출간된 논문 마취된 인간 해마에서의 가소성과 언어(Plasticity and language in the anaesthetized human hippocampus) 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뜻에서 요약한 것이라 할수 있다.
먼저, 방송 사회자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위를 인식하기 위해서 얼만큼의 의식이 필요할까 하는 물음을 묻는다. 뇌의 모든 부분이 깨어서 활동하고 있어야 하는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베일러 의과대학의 사미어 쉐스(Sameer Sheth) 교수는 전신마취 중인 뇌전증 환자 7명의 해마를 절제하는 뇌수술 과정에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 특별한 실험을 수행하였다. 해마는 뇌의 깊은 쪽에 위치하며, 감각 피질로부터 해부학적 및 기능적으로 떨어져 있으며, 언제 어떤 상황에 누구와 관련된 것인지 등으로 기억을 맥락화할 뿐 아니라 공간 지각등 훨씬 더 광범위한 역할에도 관여한다고 한다.
이 방송은 실험의 첫 단계로서 신경과학에서 많이 사용되는 ‘특이한 자극법(oddball paradigm)’을 설명한다. 측정 기구로는 매우 가는 ‘탐침(probe)’을 100개 이상의 해마 뉴런에 접촉시켰다. 구체적으로는, 평범한 소리를 들려 주다가 갑자기 특이한 소리를 내는 일을 10분 동안 반복하였다. 실험 초기에는 그 특이한 소리에 대한 반응이 뚜렷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환자의 해마는 거기에 더 잘 반응하였다고 한다. 이는 일종의 학습 결과이며, 뇌신경세포의 가소성과 관련된다.
즉, 일종의 습득 회로가 비가역적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또한, 관련 뉴런의 활성화 속도를 측정한 바에 따르면, ‘고양이’란 단어는 ‘펜’이란 단어보다 ‘개’란 단어와 의미적으로 더 가깝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들은 마취에 의해 의식이 없을 때도 해마가 주위의 정보를 처리하는 증거라는 것이다. 이미, 일차적 감각 기능을 하는 뇌의 일부가 간단한 소리에 반응한다는 실험 결과가 있었지만, 해마처럼 뇌의 깊은 곳에서도 이런 가소성이 있다는 것은 이 실험에서 처음 밝혀진 것이라 한다.
미국 택사스주 베일러 의과대학 로고(위키피디아)
이제, 다음 실험을 기술하기로 한다. 마취상태의 환자에게 특정 방송을 반복하여 들려 주었다. 이 때, ’우주(cosmos)‘와 같이 생소한 단어를 들었을 때 환자의 뉴런이 더 빨리 활성화되었다. 처음엔, 뉴런은 이 단어의 문법적 특성에 주의를 기울이고, 나중엔 의미를 파악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자연어 처리를 위한 언어모델 AI의 훈련 과정과 상당히 유사하다.
결과적으로, 해마는 특정 순간에 들리는 단어 다음에 어떤 단어가 들릴지 예측하였고, 미처 예상 못한 단어가 나타날 때 크게 반응하였다. 예를 들어, 야구 경기 중 타자가 타격하는 순간, 공이 너무 잘 맞아서 담장을 넘길 정도였는데 달을 넘어간다고 부풀려 표현하면 ’달‘이란 단어에 크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준의 언어 해석은 흔히 우리가 깨어 있을 때나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취는 뉴런의 휴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술이 끝나 깨어난 후에도 이를 기억하는가 물으면 그렇지는 못하며, 이 때의 반응은 잠재의식과 관련이 있을수 있다고 한다. 전신마취 상태에서는 뇌세포가 부분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의식은 뇌의 여러 부분에 걸친 광범위한 협력에 의지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다른 마취제도 같은 결과를 낳는지는 알 수가 없다.
과연, 우리는 의식의 신비를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설사, 860억 개의 뇌세포들 끼리의 천문학적인 연결인 ’커넥톰(connectome)‘ 지도를 만들 수 있다 해도 여전히 신비에 싸여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지도는 사람마다, 나이에 따라, 호르몬 작용에 따라, 그리고 환경에 따라서도 다르고 끊임없이 변할 것이기 떄문이다. 이러한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식이 정말로 시공간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라면 시공간에 구속되어 있는 우리가 의식을 이해하는 일은 더욱 더 어려울 것 같다.
그보다, 빨간 장미꽃은 왜 빨갛게 보일까? 물리학적으로 장미꽃은 단지 750 나노미터 파장의 빛을 우리에게 반사할 뿐이다. 그건 색깔과 전혀 무관한 일이다. 그런데, 왜 빨갛게, 심지어는 아름답게 보일까? 이런 간단한 질문에도 우리는 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심지어, 개는 빨간색을 우리처럼 보지도 못한다고 한다. 의식의 어려운 문제이다.
참고문헌
1. 네이처 팟캐스트 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gvrI8GgfaxQ
2. 나노 생물물리학자인 아니타 고엘(Anita Goel)의 최근 유튜브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_HkQ-AUJ29U
3. 네이처 뉴스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6-01465-0
4. 네이처 논문(open acces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6-104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