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퀄컴 칩 설계도 팔던 Arm, 직접 선수로 뛰자…美 FTC 칼 뽑았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Arm이 설계 기술 공급을 넘어 직접 데이터센터용 CPU 시장에 뛰어들면서 미국 FTC의 반독점 조사를 받게 됐다. / 출처 = Arm
반도체 설계 기반 기술을 공급해온 Arm 홀딩스(NASDAQ: ARM)가 직접 칩 사업에 뛰어들자 미국 경쟁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Arm의 반도체 기술 라이선스 관행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
Arm은 CPU 기본 설계 기술을 공급해온 기업으로, 퀄컴(NASDAQ: QCOM)·애플·엔비디아(NASDAQ: NVDA) 등 고객사들은 이를 기반으로 각 사에 맞는 반도체 칩을 만들어왔다.
FTC 라이선스 제한 있었나”…핵심은 고객과의 이해충돌
FTC는 Arm이 CPU 설계 기술 접근을 제한하거나 특정 고객에 차별적으로 제공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FTC는 올해 초 Arm에 조사 착수를 통보하고 관련 문서 보전을 요구했다. 통상 문서 보전 명령은 본격 조사에 앞선 증거 확보 절차다.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Arm의 사업모델 변화다. Arm은 수십 년간 반도체 기업들에 칩 설계 기반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직접 데이터센터용 CPU 판매에 나서면서, 핵심 설계 기술 공급자인 동시에 고객사와 경쟁하는 구조가 됐다.
조사의 계기는 퀄컴의 문제 제기였다. 퀄컴은 2024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Arm이 기술 접근을 제한하고 핵심 설계 제공을 막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양사는 퀄컴의 스타트업 누비아 인수를 둘러싼 라이선스 분쟁도 진행 중이다.
Arm은 퀄컴이 누비아 인수 이후 기존 Arm 라이선스를 적절한 승인 없이 사용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퀄컴은 지난해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핵심 쟁점 일부에 대해 유리한 판단을 받았고, Arm은 현재 항소를 진행 중이다.
Arm은 퀄컴 주장에 대해 상업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근거 없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35년 만에 직접 칩 만든 Arm…AI 데이터센터 시장 진입
이런 갈등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시장 재편이 있다. 그동안 서버용 CPU 시장은 인텔이 사실상 장악해왔지만, AI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면서 Arm 기반 서버칩 시장도 빠르게 커지기 시작했다. 퀄컴 역시 Arm 설계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용 CPU 시장 재진입을 추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Arm은 올해 3월 24일 창립 35년 만에 처음으로 자체 데이터센터용 칩 ‘AGI CPU’를 공개했다. 메타와 공동 개발한 이 칩은 오픈AI·세레브라스·클라우드플레어 등이 출시 파트너로 참여했다. 설계 기술 공급자였던 Arm이 직접 서버용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고객사였던 퀄컴뿐 아니라 일부 영역에서는 엔비디아·AMD(NASDAQ: AMD)와도 경쟁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퀄컴 입장에서는 Arm 기술을 바탕으로 서버 CPU 시장 확대를 추진하던 상황에서, 핵심 설계 기술 공급자가 경쟁자로 변한 셈이다.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퀄컴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구글·아마존·AMD 등은 Arm의 시장 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인텔 중심의 서버 CPU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AMD 데이터센터 사업 담당 임원 포리스트 노로드는 Arm 발표 직후 우리를 긴장하게 하고 더 빠르게 움직이게 한다 고 말했다.
Arm은 AGI(생성형 인공지능) CPU 사업이 5년 내 연간 150억달러(약 22조5000억원)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르네 하스 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출시 수주 만에 고객 수요가 20억달러(약 3조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기술 라이선스 수수료에 의존하던 회사가 직접 하드웨어 매출 확대에 나선 것이다.
Arm의 2026 회계연도(3월 결산) 매출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49억2000만달러(약 7조3800억원)를 기록했다.
EU·한국 이어 미국까지…소프트뱅크 산하 Arm, 글로벌 규제 압박
Arm을 둘러싼 규제 압박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퀄컴은 같은 문제를 놓고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도 Arm을 신고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Arm 서울사무소 현장조사에 착수했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후속 조치는 없는 상태다.
Arm은 소프트뱅크 그룹 자회사다. 르네 하스 CEO는 최근 소프트뱅크 경영진도 겸직하기 시작했다. AI 투자를 가속하는 소프트뱅크의 전략 방향과 맞물려, Arm의 사업 전환이 단순한 성장 전략 이상의 맥락을 가진다는 시각도 나온다.
시장 반응은 아직 제한적이다. Arm 주가는 FTC 조사 보도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1% 미만 하락하는 데 그쳤다. 보도 전까지 올해 들어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오른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아직 규제 리스크를 본격 반영하지 않은 셈이다.
미국 반도체 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는 Arm이 직접 칩을 생산·판매하는 사업자로 전환하면서, 기존 라이선스 고객들 사이에서 자사 아키텍처의 지배적 위치를 이용해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