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팍스 아메리카나…헤어질 결심 준비해야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란전 전황의 실체를 밝혀보자.
48시간 후 이란 본토 대규모 공습 운운하다가 돌연 5일 휴전으로 전환한 사태에 대하여 한편으로 휴전협상 또는 종전 임박설, 미국의 이란 본토 지상군투입용 시간끌기설 등등의 해석이 분분하다. 카더라 방송이 난무하는 판에 트럼프는 좌충우돌, 휴전 한 달 더 연기, 돌연 미 공수82사단 지상군 투입설이 나돌고 이란은 협상하다가 공습하는 비겁한 트럼프 협상안을 불신, 거절한다고 한다. 당분간 추경과 비축유 방출로 버틴다고 하지만 환율 1500원대, 유가 200% 상승 130달러대 충격, 없는 돈에 대미투자법 통과에 한국군 파병 요청까지. 이걸 무슨 수로 언제까지 견디나. 도대체 이란전 전황의 진실은 무엇인가.
타코 의 본말, 금융시장 사전 정보 유출과 팍스 아메리카나의 추락
트럼프의 괴팍성을 상징하는 타코(TACO) 란, 단골 흥미유발 소재이기는 하나 그에 집중하면 수면 밑에 있는 본질을 놓친다. 돌연 휴전 이유 중 나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유력설은 크게 두 가지, 금융시장 사전 정보 유출에 따른 사적 치부 행위, 둘째 팍스 아메리카나 미국 패권 추락 현상의 관점이다. 사전 정보 유출이란 트럼프 휴전 발표 15분 전부터 급증한 석유 선물매도거래(5억 8000만 달러 추정)를 말한다. 2025년 4월 상호관세 돌연 취소 때 발표 직전 정보유출, 증권거래 급증설과 유사한 서사 구조다. 이른바 내부자거래라니 이걸 정보가치로 치면 수억 달러는 순식간이다. 최근 대 이란 협상팀에 트럼프 친인척(재러드 쿠슈너, 사위) 포함설이 나돌 정도로 트럼프의 돌발 변수의 실체, 정보와 연관된 사익추구 서사(트럼프 일가 밈코인 15억 달러 상승설 등)란 흥미진진하나, 아쉽게도 퇴임 후 한참 뒤에나 진위가 밝혀질 일이다. 다만 으름장을 밥 먹듯 하는 트럼프 행보에 따르면 그가 무슨 대단한 정의 구현이나 구원자 이미지로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4일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방공망에 의해 요격된 드론 파편으로 인해 발생한 화재와 연기가 석유 산업 단지 위로 피어오르고 있다. 2026. 03. 04 푸자이라 미디어 사무소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팍스 아메리카나 패권 전환 첫 번째, 군사패권의 추락
두 번째의 팍스 아메리카나 패권 전환 현상으로 타코 트럼프 변덕설을 설명하는 편이 더 설득력 있다. 팍스 아메리카나 전환이란, 다시 크게 두 가지, 즉 미국의 대 세계 군사패권 추락과 경제패권 해체 현상으로 구분된다. 미국 군사패권전력의 추락이란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2000년대 이라크, 최근의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전에 이르기까지 각종 국지전에 개입한 미국 군사력의 약화, 즉 장기전 참패와 관련되어 있다. 이란 전쟁에만 집중하자면 막강한 공중전 전력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비대칭전력인 1/100 비용의 저가 미사일 및 드론과 호르무즈 봉쇄, 즉 지정학적 요소에 따른 고전의 연속이 그 증거다. 잦은 트럼프 타코 구사란 전황이 불리할 때 쓰는 기선잡기 혹은 사실호도 허풍으로 생각하는 편이 차라리 편하다. 단언컨대 지상전으로 돌입하는 전선의 장기화란 현재 미군사력 실태로 볼 때 불가능하다. 종잡기 어려운 3월말 또는 4월 9일 전쟁종식설은 전쟁 초기에 거론되었던 4-6주 종전설이나 계획된 일정에 따른 행태라기보다는, 잇따른 한반도 사드 차출, 주일미군 차출 등에서 짐작되는 대 이란전의 여의치 않은 결과임이 유력하다. 최근 유출된 15개 항목의 트럼프 협상안(이스라엘 채널 12)은 이란에 대한 모든 제재 해제, 민간 핵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미국 지원, 농축 능력 추가 확대 금지 등등, 전쟁 전 협상안의 복제판이라 별거 없다. 오히려 작성주체 모호, 승리자라면서 특별 전과요구가 없다는 점에 긴가민가하며, 이란은 협상 진척을 전혀 시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협상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한편 이란은 독자적으로 페르시아만 모든 미군기지 폐쇄, 이란 시설피해 배상금 지불, 호르무즈해협 이란통제권과 통행료 부과, 2차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쟁 계속 불사를 최고지도자 특보 레자이의 이름으로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전쟁 중인 상태에서 최종 승자가 누구일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나 대체로 승자 쪽 배상요구로 전쟁이 마무리되는 경험에 따르면, 각각의 협상안은 이란 쪽 우위가 반영된 결과라는 생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6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폭발 직후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6. 03. 06. [WANA=로이터=연합뉴스]
물론 이 전쟁에서 미국이 큰 성과 없이 철수해도 이란의 전력이 이스라엘을 당장 침공할 정도의 우위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상태로 휴/종전되면 추후 전략자산(항공모함)과 압도적 공중전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재래식 전력 및 군사패권의 무기력화가 급속히 진행될 것임은 분명하다. 한편 고성능 미사일 방어돔 중심의 수비전력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중소국가들의 지능화된 저비용 비대칭전력의 만연화, 자체 핵무장도 급속히 유행할 소지가 크다. 반대로 선제 타격, 압도적 공격능력 중심의 미국 패권 전략은 대대적 수정의 기로에 설 것이다. 즉 이번 이란전은 NATO와 태평양 방어전략 중심의 과거 냉전기 미국패권 전략을 전환시키는 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중국-대만 유사시, 미군이 개입하고 한미동맹관계인 한국군, 또는 주한 미군 파병이 후속 진행되면, 걸프만을 사이에 둔 이란 상대편 나라들인 쿠웨이트 카타르 UAE의 미군기지 레이다·유류저장고 폭파처럼, 중국의 미사일이 평택 오산 서울에 투하되지 말란 법이 없고, 그리되면 거의 속수무책일 한국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한중수교 후 한국은 중국을 주적으로 간주한 적이 없지만, 중국을 주적으로 하는 미국 본토 중심 태평양 방어전략의 하위구조로서 역할을 당연시하여 곤란한 관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이번 이란전은 기존의 대미의존 한국 방어전략과 한국의 추후 선택, 한반도 평화 또는 중립화를 고민하게 하는 중대한 과제를 던진 셈이라고 할 수 있다.
패권 전환 두 번째, 석유 경제패권의 향방
이란전의 경제적 가치는 단연 석유와 그 결제통화인 페트로달러 패권의 변화에 있다. 간단히 말해서 이란전은 국제 석유가격을 전쟁 전보다 2배 이상 폭등시켰으며, 종전 후에도 각종 유류시설 파괴 복구는 수년 이상 소요가 예상돼 고유가가 장기화되고 이란은 호르무주 해협 통과 수수료 징수 및 관리비 제시를 종전 대가로 요구할 것이 예상된다. 전쟁 전보다 대략 2배가 넘는 고유가는 연관된 각종 석유화학 제품 가격 인상과 고물가, 다른 한편 고환율의 토대이며, 석유매장량 세계 3위권의 이란의 저가 석유 공급 불가 사태의 장기화 등 1970년대 1, 2차 석유 파동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연관하여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고에너지가를 따라 미국 및 세계 경기침체로 0.4%∼1%대의 저성장, 미국의 고관세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물류 감소와 해운 침체, 비료값 폭등에 따른 연쇄 식량파동까지 걱정된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한편 석유전쟁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 있는 중국 러시아 인도 등 BRICs 의 상대적 고성장, 특히 대체 재생에너지 산업을 선도적으로 확장하는 중국의 상대적 진화, 미국 중심 결제통화 페트로 달러를 대체하는 페트로위안화 결제통화의 급속한 성장도 점쳐진다. 간략히 말하자면, 미국 중심 단일 경제패권 해체, 위안화 격상, 이란 전쟁후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패권전환, 재생에너지에 취약한 미국의 후진국화, 탈미국화 시대로 급격히 이전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11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만에서 유조선들이 항해하고 있다.2026. 03. 11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전 후 쇠퇴하는 팍스 아메리카나와 헤어질 결심
오래 살다보면 변화를 싫어하고 익숙한 것에 잘 길 들여진다. 좋은 말로 편안, 나쁜 말로 안주다. 그를 벌떡 일으킬 다급한 동기는 큰 산불 같은 신변 위기시 발생한다. 남의 나라 이란전쟁이 그 정도로 큰 불일까를 판단하고 싶다면 뭐가 달라졌는지 주위를 둘러보시라. 여천 등 주요 석유화학단지는 나프타 공급 감축으로 가동중단, 중동산 석유가 배럴당 130달러, 싱가폴 석유가는 150달러로 전쟁 전보다 250% 상승, IMF 환란 당시를 능가하는 환율 1500원, 한국의 대 미국 전기차 수출 87% 감소, 카타르는 한국 등 가스수출국에 대한 장기 공급 불가항력 선언. 이란전쟁 후 증시 서킷브레이크 2차례 검은 수요일, 차량 5부제 전격 시행 등은 어떤가. 추경과 비축유 방출은 비상조치일 뿐, 한국의 석유 주 수입처는 중동산 70%다.
즉 문제의 초점인 미국 중심의 세계, 그들의 전략적 이해와 결별, 헤어질 결심을 심각히 고려할 때가 되었다. 이란전의 교훈이라면 미국은 자신의 전략적 이해를 위해서 동맹국이든 뭐든 가리지 않으며, 강탈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위비 급증 요구에 혼쭐나지 않는 동맹국이 없으며, 타국의 주권 침해도 가리지 않는다. 문제는 이란전은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카타르 등 주변 미군기지 미사일 사정거리 피격 선례를 남겼으며,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이와 매우 유사한 좋지 않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즉 이란전은 유사시 한국의 독자적 군사전략이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분리될 필요를 발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최악의 경제 위기라면 남 눈치 볼 것 없이 나부터 살고 볼 일이다. 살길이 보이면 주저없이 누구라도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당장에 석유 가스가 필요하다면 굶어 죽는 판에 동맹이 무슨 소용인가. 주변 산유국 러시아와 에너지 거래를 복구하는 과단성이라도 감행할 각오가 필요하다. 호르무즈 해협을 누가 통제하는지 냉정하게 이란전 전황을 보시라. 만약 트럼프의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요청에 동조한다면 한국은 중동산 석유에 더 많은 댓가를 지불해야 할 수 있다. 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뭔가. 트럼프한테도 배울 게 있다면 체면 불구를 가리지 않는 장사꾼 자세일 것이다. 석유가 급하니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석유제재까지 해지한다지 않는가. 수출입 다변화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그간 우리는 기존 질서에 지나치게 익숙해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큰 파고가 닥쳤다. 변화를 결심하지 않으면 이란전 이후 세계의 큰 흐름, 정세 변화를 놓칠까 우려된다. NATO 동맹국 프랑스 독일, 북미 FTA 캐나다 멕시코, 남방의 호주, 심지어 태평양 동맹국 일본도 트럼프 파병요청을 불편해하거나 거절한다. 우리만 뜨뜻미지근하게 신중하게 접근한단다. 간을 보는 중인가, 그러나 작은 이익보다 큰 그림 우선, 적어도 파병거절 추세에 동참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백일 전 울산과학기술대 교수
혹 그에 대한 전략적 해석력이 미진하다면, 다산 정약용을 배우자. 유배지에서 그는 네 주변의 익숙함을 버리고 때때로 문을 나가 넓은 강진 뜰을 보며 500권을 저술한다. 그렇게나 한중갈등 소재로 애태우던 사드포대(이란전용?)를 미국이 알아서 자진 철거해갔다는 소식이다. 솔직히 속 시원하다. 한발에 천만 달러 짜리가 2만 달러짜리 이란산 드론 격추에 쓰인다니 전형적인 비용비대칭. 이게 쇠락하는 팍스 아메리카나 현상을 증명하는 게 아닐까. 때때로 쩔쩔매주는 노련함보다 협상테이블을 뒤집어엎는 단호함, 또는 새로운 전략적 포진이 문제해결의 요점일 때가 많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