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탓 소비심리 급랭 …성장률도 악영향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트럼프 미국과 네타냐후 이스라엘의 이란침공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도 뚜렷하게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107.0으로 계엄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편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3개월 만에 100미만으로 떨어졌다. 시장참여자들 중 다수가 집값하락을 점친다는 의미다. 지금과 같은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경제성장률이 일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민간경제연구소의 전망도 나와 눈길을 끈다.
중동전쟁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0으로 1월(112.1)보다 5.1포인트(p) 떨어졌다. 비상계엄 사태 당시 2024년 12월(-12.7p)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지수는 관세 협상 타결과 시장 예상을 웃돈 작년 3분기 성장률 등의 영향으로 11월 2.7p 뛰었다가 곧바로 12월 2.5p 내렸고, 올해 들어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1월과 2월 각 1.0p, 1.3p 올랐지만 석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CCSI는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1월과 비교해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가운데 향후경기전망(89·-13p) 하락 폭이 가장 컸고, 현재경기판단(86·-9p)·생활형편전망(97·-4p)·가계수입전망(101·-2p)·현재생활형편(94.-2p)도 떨어졌다. 소비지출전망(111)의 경우 변화가 없었다.
소비자심리지수 추이, 자료 : 한국은행
소비자들 1년 후 물가 오르고 집값은 내릴 것으로 전망
이흥후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 증시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부정적 경기 판단이 늘어나면서 소비자심리지수가 상당 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6개월 후 금리 수준을 예상한 금리수준전망지수(109)는 시장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가능성 등으로 4p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율 가운데 향후 1년 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2.7%) 역시 한 달 사이 0.1%p 높아졌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 2.0%)은 완만했지만, 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환율 등이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끌어올렸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시중의 한 마트. 연합뉴스
주택가격전망지수(96)는 12p 급락했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돈다는 것은 1년 뒤 집값 하락을 점치는 소비자가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 팀장은 2025년 2월 이후 13개월 만에 주택가격전망지수가 100을 하회했다”면서도 서울 핵심지역 주택가격이 하락세지만 전국적으로는 오르는 만큼 추세적 안정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 전환한 것으로 나타난 지난달 26일 서울 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곳곳에 아파트 단지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같은 날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상급지로 꼽히는 강남구(-0.06%)와 송파구(-0.03%), 서초구(-0.02%), 용산구(-0.01%)가 가격을 낮춘 급매물 등의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정부는 다주택자 규제를 중심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연일 내보이고 있다. 2026.2.26 연합뉴스
고유가 지속되면 경제성장률 일부 훼손가능성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국내 거시경제 파급 영향 분석 에서 자체 경제전망 모형을 활용해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소는 국제 유가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3달러(지난 16일 종가) 수준에서 유지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기존 전망치보다는 42.3% 높은 수준이다.
그럴 경우 1년차(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55%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6%p 상승한다는 게 연구소 추산 결과다.
유가 상승에 따라 생산 원가 부담이 커지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점, 수입 물가가 오르고 에너지 비용으로 전가되는 점 등을 함께 고려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중동 전황에 따라 큰 폭으로 등락하고 있지만, 전날 오후 4시 기준 102.73달러로, 연구소가 가정한 수준과 거의 동일했다.
연구소는 유가가 실물 경제에 반영되는 시차를 고려할 때 물가 충격은 비교적 단기간에 나타나 올해 상반기에 집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고유가에 따른) 경제성장률 둔화는 올해 하반기와 2차 연도(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소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연구소는 중동발 대외 불확실성과 건설투자 부진에도 반도체가 견인하는 양호한 수출 여건과 설비투자 증가세, 소득 개선에 따른 민간 소비 회복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중동발 악재를 성장 전망에 크게 반영하지 않는 것은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전날 기준 41개 투자은행(IB)과 기관이 제시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0%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과 같은 수준이다.
한 달 사이 41개 중 9개 기관이 전망치를 높이고, 9개 기관이 낮춰 결과적으로 평균치에 변동이 없었다.
대표적으로 바클리가 2.1%에서 2.0%, 씨티가 2.4%에서 2.2%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골드만삭스는 거꾸로 1.8%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란 전쟁 발발 후 실물 경제 타격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전망치에 섣불리 반영하지는 않고 있다”며 반도체 수출 실적이 워낙 탄탄하고, 전쟁 여파가 단기에 그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뉴욕타임스 3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