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스탠퍼드대, 네이처 워터에 ‘물 지속가능성 지수’ 발표…기업 물 공시 정량화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고려대학교 옥용식, 이재혁 교수 등이 네이처 워터에 발표한 물 지속가능성 지수 논문./홈페이지.
고려대·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기업의 물 사용 지속가능성을 정량화해 비교할 수 있는 새 지표를 내놨다. 탄소 중심으로 고도화돼 온 ESG 공시 체계에 ‘유역 기반 물 리스크’를 계량적으로 결합하려는 시도다.
미국 스탠퍼드대 윌리엄 미치 교수와 고려대 옥용식 교수, 이재혁 교수 등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워터에 ‘물 지속가능성 지수(WSI·Water Sustainability Index)’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기업의 물 사용 지속가능성 공시가 정성적 평가와 제한적 지표에 머물러 있으며, 평가 방식의 불투명성이 실제 개선 여부를 검증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탄소는 정량, 물은 서술…그린워싱 구조적 취약성
ESG 공시가 확산됐지만 물 관리 영역은 여전히 단편적 수치와 서술형 설명에 의존해 왔다. 기업마다 산식과 알고리즘이 공개되지 않은 준정량 지표가 활용되면서 평가 기준의 비균질성과 불투명성이 구조적으로 내재돼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평가 체계가 그린워싱 가능성을 높이고, 비용 대비 효과적인 개선 투자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베이스 분석에 따르면 주요 기업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는 비율은 14%인 반면, 총 취수량 공개는 9%, 재이용수 사용 보고는 1%에 그쳤다. 물 공시는 탄소 공시에 비해 제도화 수준이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옥용식 교수는 ESG뉴스를 통해 탄소는 전 지구적 문제인 반면 물은 유역 단위의 지역 문제라고 설명했다. 동일한 취수량이라도 사업장이 위치한 유역의 물 부족 수준에 따라 지속가능성 평가는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유역 스트레스 반영…자본 배분 도구로 확장
WSI는 ▲취수량과 수원 유형 ▲소비량 ▲방류 수질 ▲재이용 수준을 종합 평가하고, 사업장이 위치한 유역의 물 스트레스 수준을 가중치로 반영한다. 가뭄 위험이 높은 유역에서의 취수와 수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의 취수를 동일하게 평가하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보완한 구조다.
연구진이 제시한 7개 가상 시나리오 분석에서, 물 스트레스가 높은 유역에 위치한 기준 사업장의 점수는 1.17로 나타났다. 재이용 시스템을 도입하면 1.98로 상승했고, 입지 최적화와 수질 관리 고도화를 병행할 경우 3.0까지 개선됐다.
연구진은 정량 지표 도입이 기업이 자본을 투입하기 전 개선 효과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 보고 체계를 넘어 설비 투자, 공정 전환, 사업장 입지 결정 등 전략적 자본 배분 판단과 연결되는 구조다.
SDG 6 정합성…공시에서 거버넌스로
연구진은 WSI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 6번 ‘깨끗한 물과 위생’과의 정합성을 고려해 설계됐다고 밝혔다. 과학적 물 발자국 기준인 ISO 14046과 ESG 공시 요구사항을 연결하는 표준화된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기업 공시와 국제 지속가능성 프레임워크 간 간극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25%가 극심한 물 스트레스 유역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광업·농업·반도체 등 물 집약 산업의 운영 리스크는 점차 재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규제 강화, 지역사회 갈등, 공급망 차질은 기업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탄소 공시가 제도화 단계에 진입한 가운데, 물 리스크를 유역 단위 정량 지표로 구조화하려는 이번 연구는 ESG 공시의 다음 축이 ‘지역 기반 자원 리스크 관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ESG뉴스는 ESG 공시가 성숙 단계로 접어들수록 지역 기반 물 리스크를 성과 지표에 통합하는 방식이 기업의 회복탄력성 평가와 투자자의 환경 리스크 가격 책정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