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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18년 만의 빨간날 제헌절, 헌법의 무게를 묻다

18년 만의 빨간날 제헌절, 헌법의 무게를 묻다
[뉴스]
제헌절이 2008년 공휴일에서 제외된 지 18년 만에 다시 법정 공휴일이 됐다.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과 함께 대한민국 5대 국경일 중 유일하게 쉬지 않는 날 이었던 제헌절이 온전한 공휴일 자리를 되찾았지만 우리 사회는 헌법과 제헌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까. 공휴일 재지정을 계기로, 세계 각국은 헌법 제정일을 어떻게 기리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헌법은 어떤 길을 걸어 왔으며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가늠해본다.   노르웨이 헌법기념일인 2024년 5월 17일,  많은 사람들이 칼 요한스가테와 슬로츠바켄 거리를 따라 행진하고 있다. 귝왕과 왕실 가족은  왕궁 발코니에서 이들을 맞았다. 2024.05.17. 노르웨이 왕실 홈페이지 노르웨이는 1814년 헌법이 채택된 5월 17일을 헌법기념일(Grunnlovsdag) 로 정해 공휴일로 삼고 있으며, 사실상 건국일로 취급해 전국에서 국기 게양과 퍼레이드, 민속복 착용 행사가 성대하게 열린다. 옛날 스웨덴과 연합 당시 스웨덴과 마찰을 피하고자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평화행사를 지향하면서 현재에 이르러서는 헌법적 가치와 자유, 다음 세대로 민주주의를 이어나가는 의미를 담는다. 일본은 1947년 5월 3일 헌법이 시행된 것을 기념해 공휴일로 지정했으며, 매년 이날을 전후해 개헌파와 호헌파가 각각 여론조사와 강연회, 집회를 여는 것이 사회적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일본 언론 매체의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른 개헌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한다. 대만 역시 1946년 헌법 통과일인 12월 25일을 기념하며 2000년까지 공휴일이었다가 2001년부터 2024년까지 공휴일에서 제외됐고, 2025년 다시 공휴일로 재지정됐다는 점에서 한국의 제헌절 이력과 아주 비슷한 길을 걸었다. 반면 미국은 1787년 9월 17일 헌법 채택일을 헌법의 날(ConstitutionDay) 로 기념하지만, 유급 연방 공휴일은 아니다. 쉬는 날을 넘어, 헌법을 가르치는 날로 대한민국은 제헌절에 정부의 공식 행사가 경건한 분위기에서 치러진다.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언론을 통해 기념사와 축사가 보도된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시민들에게 제헌절은 단순히 쉬는 날 로만 소비되는 경향이 있으며 우리 사회의 헌법에 대한 시민의식 제고는 일회성 행사(국회 등 공공기관의 체험 이벤트), 일부 지자체의 사례(세종시교육청 헌법교육 활성화 지원 조례. 2025.02.28. 제정)에 그쳐 해외에서 제헌절을 시민교육의 계기로 삼은 사례를 돌아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미국  헌법의 날 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실효성 있는 교육 의무가 따른다. 웨스트버지니아 출신 로버트 C. 버드 상원의원이 2004년 12월 연방 예산법안에 관련 조항을 덧붙여 입법했으며, 이 법에 따라 연방 자금을 지원받는 모든 초·중·고교와 대학은 매년 9월 17일 헌법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할 법적 의무를 진다. 교육부가 시행 지침을 내리고, 국가기록원은 9월에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무료 화상 강의를 운영하며, 의회가 설립한 국립헌법센터는 초당파적 입장에서 수업 자료와 동영상을 상시 제공한다. 일본은 별도의 교육 의무를 법제화하지 않았지만, 제헌절마다 개헌파와 호헌파가 각각 여론조사·강연회·집회를 여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국가 주도의 교육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시민사회와 언론이 주도하는 공론장에 가깝고,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평화와 전쟁 반대를 외치는 개헌 반대 집회가 대규모로 열리기도 한다. 매년 헌법을 둘러싼 담론이 오가는 과정이 헌법에 대한 나름의 교육적 효과를 불러온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은 기본법(사실상의 헌법) 제정일인 5월 23일이 공휴일도 아니고 특별한 교육 의무도 없다. 대신 연방정치교육원과 각 주의 정치교육원이 학교 교육과 연계해 연중 아무 때나 헌법과 민주주의 교육을 수행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정 기념일에 집중하기보다 일 년 내내 이어지는 정치교육은 참고할 만한 또 다른 모델로 꼽힌다.   일본의 제헌절을 맞아 시민들이 대규모 호헌(개헌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2026.5.3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12·3 내란 이후 다시 불붙은 개헌 논의 헌법은 국가 운영의 근본이자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상위 법규범이지만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헌법은 때때로 국민을 위한 법이 아니라 권력자의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악용되기도 했다. 1948년 제정된 헌법은 아홉 차례 개정이 이뤄졌다. 그 중 이승만 정권의 발췌개헌 과 사사오입 개헌 , 박정희 정권의 3선 개헌 과 10월 유신 이 악명 높다. 전두환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주도한 개헌은 계엄령에 의한 정치활동 전면 금지, 언론 사전검열, 국회·정당 기능 정지, 관제 동원 등 공통된 억압적 구조 위에서 국민투표라는 형식만 빌린채 실질적인 찬반 논의와 선택의 자유가 원천 차단됐다는 역사적 평가가 내려졌다.  현행 헌법은 권력자의 불의에 항거한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성과로, 국민적 저항과 정치권의 합의를 통해 이뤄진 민주적 개헌으로 평가받으며, 39년째 대한민국 헌법 체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최근 다시 개헌 논의가 활발해진 배경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 하나는 헌법 전문에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온전히 새기자는 요구이고, 다른 하나는 2024년 12월 3일 불법 비상계엄 선포가 드러낸 헌법의 허점을 보완하자는 요구다. 시민사회는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의 민주 이념을 헌법 전문에 함께 새길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며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정부 때는 개헌 발의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고, 윤석열 정부는 개헌을 약속했으나 발의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5월 임시국회 제2차 본회의 산회를 선포한 뒤 의장석에서 내려가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대한민국헌법 개정안과 다른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우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 헌법 개정안 등을 상정하지 않았다. 2026.5.8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시, 헌법의 의미를 묻는다 헌법은 국가와 국민의 약속이자, 권력을 통제하는 최후 장치다. 그러나 헌정사가 보여주듯, 이 약속은 여러 차례 권력자의 손에 의해 뒤틀리고 도구로 전락했다. 그렇게 훼손된 헌법을 국민들의 힘으로 바로 세운 것이 1987년 체제이며, 오늘의 제헌절 공휴일 재지정과 개헌 논의는 그 헌법을 다시 한번 시대에 맞게 다듬으려는 의지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제헌절이 18년 만에 빨간날 로 돌아온 오늘, 단순한 휴식으로만 하루를 소비할 것인지, 아니면 헌법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되새기는 계기로 삼을 것인지를 우리 모두에게 물어보자. 최우혁 시민기자 hyeok05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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