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인정했지만 정상 참작 사유 많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무기징역 판결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내란임은 인정되지만 ‘경미한 내란’이었다는 것이다. 내란은 분명하지만 정상 참작할 사유들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의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가 읽어내린 선고 이유는 형식적으로는 공소사실을 거의 모두 유죄로 인정한 것이었다. 특검의 구형량인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이라고 해도 중형인 것은 분명하지만 내란 우두머리의 법정형인 사형과 무기징역(금고) 중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형량이니 ‘최소 형량’의 선고다. 유죄를 인정하되 그 죄의 크기는 ‘최소’로 판단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 등이 계엄 선포 후 군을 국회에 보낸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보고 형법 제91조 2호가 정한 국헌문란의 목적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을 결정적인 내란 판단의 이유로 제시하는 재판부의 논리는 내란죄 인정 요건의 문턱만을 간신히 넘어간 것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 연합뉴스
재판부의 결론은 단순화하자면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계엄 발동으로 다소 수긍이 가나 처벌은 불가피하다는 것쯤으로 읽힌다.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 는 말을 인용했다. 흔히 목적은 정당했으나 수단이 위법적이라는 논리로 해석되는 이 말은 이날 재판정에 난데없이 등장한 것이 아니었다. 재판부의 판단의 배경을 한마디로 요약해 준 것이자, 이 사안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을 자신도 모르게 고백한 것이었다. 윤석열 측이 주장한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인 국가 위기 상황 타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 에 대해 법원이 분명히 그 정당성을 인정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 비유로써 윤석열 측의 내란 모의와 실행이 최소한 성경을 읽는” 것과 같은 불가피한 구국의 결단의 심경이었음을 객관적 사실로서 전제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단해야 할 일을 판단하지 않는 반면 판단할 필요가 없는 것을 판단했다. 지귀연 판사는 로마 시대와 영국 찰스왕까지 인용하며 ‘방대한 역사 지식’으로 판결의 배경을 설명하려고 했다. 찰스 1세가 의회 동의 없이 세금을 거두고 군대를 이끌고 의사당에 난입해 의회를 해산시키려 했다가 내전 끝에 반역죄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은 것을 장황히 ‘강의’하려 했다. 찰스 1세가 당시 재판에서 누구의 권한으로 나를 재판하느냐”고 반발하자 재판부는 국민의 이름으로”라고 답했다는 이 역사적 사실의 인용으로써 지 판사는 최고 권력자라 하더라도 헌정 질서를 침해하면 반역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을 하려 한 듯하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원칙을 설명하려 한 듯하다. 그러나 500년 전 영국의 민주정체가 본격 확립되기도 전의 일, 왕권신수설의 절대왕정체제를 인용해 지금의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민주 파괴와 헌법 유린을 설명하려 한 그 논리는 대통령을 일종의 ‘절대 통치자’로 보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군주라도 헌정 질서를 침해하면 반역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법리가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 드러내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통치자일지라도’라는 인식이다. 그리고 그같은 비상한 통치자 대통령 에 의한 계엄 발동은 대통령 긴급비상 권한이라서 법원 판단이 필요 없다는 설명으로 연결됐다. 그 결과 헌법과 법률에 분명히 명시하고 있는 계엄 선포 조건과 절차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을 재판부는 스스로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재판부는 나아가 해외 사례에 대한 검토도 했다면서 선진국의 경우 의회 분할 구조, 임기 교차제, 의회 해산권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권력 충돌을 예방하고 있다고 들었다. 정치적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지 못한 선진적이지 못한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 비상계엄이 초래될 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논리라도 펴고 싶었던 것인가.
재판부는 형의 감경 사유로 초범이고 인명의 살상은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판부는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사정도 보인다”며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폭력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내란에 과연 초범이 성립할 수 있느냐가 의문이지만, 그 점을 인정하더라도 계엄 발동 그 행위는 처음일 수 있으나 그 계엄의 준비는 누적적이며 여러 행위들의 집합이라는 점은 무시됐다. 계엄을 장기간 준비했다는 공소장의 주장을 증거 부족이라고 해 1년여 전부터 세밀하게 준비한 것은 물론이고, 계엄의 실패라기보다는 계엄의 성공을 좌절시킨 것이며, 유혈살상의 자제라기보다는 유혈사태의 저지였다는 점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은 없었다.
재판부는 또 공무원으로 오래 복무한 것이 감형의 사유가 된다고 하는 논리를 폈다. 최고권력의 공무원인데도 불구하고 공무원으로서의 책무를 정면으로 배반한 행위에 대한 가중처벌의 이유가 됐어야 할 것을 오히려 경감의 사유로 전도시켰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판사로서 내란 범죄를 심판하는 그에게 무엇보다 부족했던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의 헌법과 법률에 대한 이해였다. 계엄 조건과 절차를 헌법에 분명히 명시한 대한민국의 현대사 헌정의 역사에 대한 몰이해다. 이진관 판사가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중형 선고를 하면서 분명히 정리했던 위로부터의 내란의 치명적인 면에 대한 고려는 보이지 않았다. 이진관 판사의 논리를 따르지 않아서 문제가 아니라 그 같은 숙고 자체를 포기했던 것이 문제다. 로마와 영국사에 대한 이해는 있었는지 모르지만 한국 현대사에 대한 깊은 이해는 보이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헌법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의 굴절과 파란을 거치면서 이뤄진 산물이라는 것에 대해 살펴보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1심 선고 형량의 경중과 그 타당성에 대한 판단을 떠나 선고 이유가 분명히 드러낸 것은 내란에 대한 단죄라는 중대 재판에는 매우 미치지 못하는 재판부의 실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