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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의회 일당 지배, 이런데도 선거법 안 고칠 건가
[뉴스]
6·3 지방선거의 표면은 민주당의 압승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 유권자가 정당에 던진 표(정당득표율)와 그것이 의석으로 바뀐 결과(의석점유율) 사이의 극심한 괴리다. 승자독식 소선거구제라는 필터를 지나며 민심은 전혀 다른 세계로 둔갑한다. 수도권 — 무승부에 가까운 민심, 3분의 2의 의석 서울시의회부터 보자. 지역구 103석, 비례 15석, 총 118석이다. 민주당이 80석(지역구 73·비례 7), 국민의힘이 38석(지역구 30·비례 8)을 가져갔고 제3당은 0석이다. 민주당 의석점유율은 67.8%. 그런데 광역비례 정당득표율은 민주당 43.86% 대 국민의힘 44.00%로, 오히려 국민의힘이 0.14%포인트 앞섰다. 그래서 비례 의석은 국민의힘이 1석 더 많다. 경기도의회는 167석(지역구 146·비례 21)에서 민주당 144석(86.2%), 국민의힘 22석, 조국당 1석이다. 그러나 정당득표율은 민주당 52.45% 대 국민의힘 42.28%였다. 인천시의회는 45석(지역구 39·비례 6)에서 민주당 38석(84.4%), 국민의힘 7석을 나눴는데, 정당득표율은 민주당 50.4% 대 국민의힘 41.1%였다. 조국당의 4.6%는 5% 문턱에 막혀 0석이 됐다. 정리하면 수도권의 정당 지지율은 사실상 무승부이거나 기껏해야 10%포인트 이내 차이였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65%에 달하고 국힘당은 공천 난맥과 지도부 비토 정서로 지리멸렬했는데도 그랬다. 문제는 이 10%포인트도 안 되는 차이가 소선거구제를 통과하자 의석점유율 67.8%(서울)·86.2%(경기)·84.4%(인천)로 폭증했다는 점이다. 경기·인천은 정당득표에서 민주당이 10%가량 앞섰으니 지역구 싹쓸이가 이해된다. 설명이 필요한 곳은 정당득표가 무승부였던 서울이다. 두 가지가 겹쳤다. 첫째, 정당투표에서 조국당·진보당·정의당으로 갔던 표가 지역구에서는 사표 심리 탓에 민주당 후보로 결집했다. 둘째, 강남권·한강변 10개 구를 뺀 15개 구에서는 원래 민주당이 조금씩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작은 우위가 소선거구제로 증폭돼 의석 3분의 2가 된 것이다. 광역의회에도 정당득표율로 나누는 비례의석이 있지만, 전체의 13%에 불과해 지역구 싹쓸이를 보정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8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의회에서 직원들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인천시의회 의원들에게 지급할 배지를 정리하고 있다. 2026.6.8 연합뉴스 영호남 — 65%가 의석 100%, 35%가 0석 불비례가 더 극명한 곳은 영호남이다. 호남 비례 정당투표에서 민주당은 광주 65.4%·전남 68.2%·전북 66.1%를 얻었다. 그러나 국힘당도 11~12%를, 조국혁신·진보·개혁신당 등 제3지대도 20% 안팎을 확보했다. 호남 유권자 셋 중 한 명은 민주당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영남도 같다. 국민의힘은 대구 66.8%·경북 69.1%로 압도적이지만, 부산은 49.2% 대 민주당 41.5%, 경남은 51.5% 대 민주당 39.8%로 좁혀졌고, 대구·경북에서도 민주당이 16~18%, 제3지대가 14% 안팎을 얻었다. 이 다원적 표심이 1인 소선거구제를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호남 광역의석은 민주당이 사실상 전석을 가져갔다(광주 100%, 전남·전북 95%대). 35%에 이르는 비민주당 표심이 단 한 석으로도 전환되지 못한 채 통째로 사표가 됐다. 영남도 똑같다. 대구·경북은 국민의힘이 전석, 경남은 90%대 중반, 부산은 88% 안팎이다. 부산에서 41.5%를 던진 유권자, 대구·경북에서 30%를 넘긴 비국민의힘 표심은 의회 구성 과정에서 깨끗이 지워졌다. 65%의 지지가 의석의 100%를 차지하고 35%의 민의가 0석이 되는 이 괴이한 산술이야말로 승자독식 소선거구제가 만든 지역 과두제의 민낯이다. 14개 광역의회의 1당 독재 결과는 1당 독재다. 이번에 한 정당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광역의회는 16곳 가운데 14곳에 이른다. 민주당이 전북 97.7%, 광주·전남 91.2%, 대전 90.9%, 경기 86.2% 등 10곳에서, 국민의힘이 대구 94.4%, 경북 90.6%, 부산 77.1%, 울산 68.2% 등 4곳에서 절대다수가 됐다. 거꾸로 보면 국민의힘은 광주·전남에서 의석의 1.1%, 전북에서 2.3%를 가질 뿐이다. 특히 민주당이 단체장과 3분의 2 의석을 동시에 쥔 9개 시도에서는 견제가 사실상 사라진다. 반대로 부산·울산에서는 민주당 시장이 22~27% 의석의 여소야대 의회에 포위돼, 국힘당이 시장의 거부권조차 재의결로 무력화할 수 있다. 1당 독재는 절대 부패로 흐르기 쉽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더 큰 문제는, 이 격차가 실력이나 지지율 차이가 아니라 소선거구제라는 제도가 빚어낸 고질병이라는 데 있다. 이런데도 선거법을 안 고칠 것인가 거대 양당은 30년 넘게 이 폐단을 뻔히 알면서 방치해 왔다. 이유는 분명하다. 양당 모두 이 제도의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자기 의석을 깎아낼 개혁을 스스로 할 리 없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여야 합의 불발 을 명분으로 모든 개혁을 공전시켜 온 것이 그 증거다. 여야 합의라는 명분 뒤에는 기득권을 함께 지키려는 담합이 자리한다. 경기 규칙을 만드는 권한을 경기 당사자인 양당에게 맡겨 둔 셀프 입법 구조 자체가 개혁의 최대 장애물인 셈이다. 그래서 해법은 규칙 설계권을 국회에서 떼어내는 데 있다.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들로 시민의회 를 구성해 선거제도를 직접 숙의하고 설계하게 하는 것이다. 이해당사자가 아닌 주권자가 룰을 만들 때, 비로소 제도는 특정 정당의 이해가 아니라 대표성과 공정성이라는 원칙 위에 설 수 있다. 2004년 브리티시컬럼비아 시민의회에 모인 일반시민들은 200시간을 학습, 숙의한 후 소선거구제를 중선거구 단기이양식 순위투표제(STV)로 바꾸라고 만장일치에 가까운 합의(92%)로 권고했다. 우리나라의 추첨시민들이 어떻게 결정할지는 몰라도 지금의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두지 않을 것만은 틀림없다. 이미 2018년에도, 2022년에도 무승부에 가까운 민심이 의석에서는 3분의 2 넘게 둔갑하고 35%의 표심이 0석으로 증발하는 소선거구제의 폐단을 지겹도록 보아왔다. 2026년 선거결과가 다시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이런데도 선거법을 안 고칠 것인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kwaknh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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