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신 민정수석 세 번째 기용…이 대통령의 계산은? [뉴스] 강훈식 비서실장이 21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참모들과 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보소통수석 성기홍 전 연합뉴스 사장, 민정수석비서관 한찬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강 비서실장, 사회수석비서관 김경자 우석대 객원교수, 국가안보실 1차장 강건작 대통령직속 미래국방전략위원회 위원, 국가안보실 3차장 송기호 경제안보비서관. 2026.6.21. 연합뉴스
검찰개혁 막바지 작업을 앞두고 청와대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 한찬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임명되면서 정치권에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임명 직후 한 수석이 서울동부지검장 시절 문재인 정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지휘했던 점, 주진우 현 국민의힘 의원이 당시 형사 6부장으로 한 수석 아래에서 수사 실무를 담당했던 점, 한 수석이 최병렬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사위라는 점 등이 부각되면서 전통적인 지지층의 거센 반발까지 감지된다.
민정수석 임명이 대통령 고유의 인사 권한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광수·봉욱 전 민정수석에 이어 세 번째 검찰 출신 민정수석을 임명한 것은 대통령의 명확한 의중으로 해석된다. 검찰 출신 민정수석 임명과 지지층 반발 양상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이 대통령이 검찰 출신을 또다시 기용한 배경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일차적으로 검사들의 내부 저항 을 최소화하는 개혁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 출범 초기 특수통 출신 오광수 전 민정수석이 임명 닷새 만에 사퇴한 뒤 임명된 봉욱 전 민정수석도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검수완박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 입장문을 낸 검찰 고위간부 출신이라는 이유로 여러 우려를 낳았다. 특히 지난 3월 검찰개혁 2단계 국면(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 법안)에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검찰개혁을 사실상 좌초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 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수사-기소 분리 대원칙에 따라 공소청 검사의 중수청 수사 지휘·개입 가능성을 봉쇄하는 등 시민사회와 여권이 비판한 독소 조항 을 대폭 제거하면서 100점 만점에 90점짜리 라는 평가로 2단계 국면을 마무리했다. 당시 이 대통령도 엑스(X)를 통해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사의 수사권을 배제하는 것 이라고 명확히 하면서, 지지층 내부 불만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왼쪽)과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5.7.2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한 수석 임명도 검찰개혁 마지막 과제로 꼽히는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봉욱 전 수석에 이어 검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실무형 인사 를 기용해 안정적으로 개혁 과제를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 추진단은 이르면 이번 주 중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당초 검찰개혁 추진단은 검사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법안, 존치하되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법안 등을 복수로 검토했으나, 국회에 최종적으로 전달될 개정안은 보완수사권 폐지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2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개혁의 대원칙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 라며 완전 폐지가 정답 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숟가락만한 보완수사권이라도 주면 그 숟가락으로 칼을 만들어 정권에 언제 그 칼을 들이댈지 모를 일 이라며 지금까지 검찰의 행태를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 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의 마침표는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라고 강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별관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 를 열고 보완수사권 폐지는 현시점에서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고 밝혔다. 김 총리는 대통령은 아시다시피 여러 차례에 걸쳐서 최소한의 예외는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기지 않겠는가(라고) 말씀하셨다 면서도 본인의 생각과는 별도로, 워낙 검찰이 그동안 믿지 못할 일을 해왔기 때문에 일단 지금은 딱 자르는 게 좋겠다는 국민 여론이 상당하니 그냥 국회로 보내 (보완수사권) 폐지로 결론 나면 그냥 그대로 가는 것을 예상하거나 또는 그렇게 될 것을 사실상 예측하면서 국회로 가도록 하는 것이 괜찮지 않겠냐고 생각하시고 있는 것도 사실 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지난 1년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있다. 2026.6.22. 연합뉴스
김 총리는 특히 한 수석 임명과 관련해 개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면서도, 지금으로서는 전체 국정 안정성을 꾀하면서 검찰의 공소청으로의 전환 과정을 검찰 내부를 잘 알고 있는 경험자에 의해서 진행하도록 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대통령의 판단이 작동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으로 국정이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중요하다 며 전체 흐름에 있어서는 이미 검찰 권력은 상당히 축소된 상태고 앞으로 더 그렇게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도 민정수석이 직접 개혁의 칼을 휘두르기보다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인 만큼, 검찰 내 저항 세력을 설득하며 마무리 작업을 하는 실무형 인사 로 낙점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검찰 출신인 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이날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에 출연해 한 수석은 특수통, 공안통이 아닌 기획통 이라며 참모형, 실무형 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정확하게 대통령의 의중을 집행해줄 수 있는 실무가가 필요했지 않겠는가 라며 (한 수석은) 성격이 원만해서 검사들과 관계 좋을 것이다. 후배(검사)들을 설득하고 이재명 정부 방향대로 이끄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고 말했다.
율사 출신 민주당 의원은 (한나라당) 최병렬 사위라는 점은 걸리긴 하지만, 이미 돌아가신 분의 사위라는 것까지 문제 삼는다면 인재를 갖다 쓰기 어렵다 면서 한 수석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상식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조직 내에선 모범생으로 분류되던 사람 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내부 저항을 최소화하는 개혁 기조는 검찰개혁 2단계 국면에서도 일부 확인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엑스에 올린 글에서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며 국민통합과 개혁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과제를 모두 원만하게 이행하기 위한 제 나름의 고심의 결과임을 이해해달라 고 심경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과정이) 지난하고 번거롭고 복잡하다고 (개혁이 아닌) 혁명을 할 수는 없다 며 더디고 힘들더라도, 시간이 걸리고 조금 마뜩치 않더라도 서로 믿고 격려하며 든든하게 함께 가 주시면 고맙겠다 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G7참석·유럽순방 결과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6.19. 연합뉴스
다만 검찰 간부·김앤장 출신 인사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지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의원은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평가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개혁 과제가 막바지에 왔고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실제 정부 내에서 인력 재배치나 시스템을 정비하는 과정에 검사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다. 한 수석이 검찰개혁과 관련해 뚜렷한 행보를 보인 적이 거의 없다는 점도 우려된다 며 김앤장 출신이 입법부, 사법부 등 너무 관여한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핵심 요직에 또 선택된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범여권 일원으로 검찰개혁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조국혁신당은 전날 한 수석 임명 직후 한 수석의 과거 이력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반개혁적 전력 우려된다 고 논평했다. 박병언 선임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정부와 민주당은 전건송치주의부활·검사의 수사권 존치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직시하고, 수사기소 완전분리를 위해 앞장서야 할 것 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도 전날 민정수석 인사 발표 뒤, 페이스북에 정호승의 시 산산조각 을 인용하면서 자고 나서 오늘(21일) 오전 뉴스를 보고 허탈함이 밀려오는데 다시 시인의 시를 꺼내보며 나 자신을 달래본다 고 적었다.
검찰 출신 민정수석 임명 때마다 반복된 논란이지만, 민주당 전당대회 국면과 맞물려서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부분도 이전 검찰개혁 국면과 다르게 우려되는 지점이다. 민정수석의 상징성 이 큰 만큼, 지지층 내에서는 검찰개혁 추진과 연계해 대통령이 약속했던 개혁을 역행하는 것 아니냐 는 메시지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민정수석 인사 발표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에서 즉각적인 비판 여론이 올라온 것도 이러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민정수석 기용이 여권 내부 분열을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G7 참석·유럽 순방 결과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6.19 연합뉴스
여권 내부 분열은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에도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주 대비 4.8%포인트(p) 하락한 46.7%로 나타났다. 40%대로 내려온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부정 평가는 전주 대비 5.5%p 상승한 49.7%로 오차범위(95% 신뢰 수준에 ±2.0%p) 내에서 긍정 평가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스피 9000선 돌파, 유럽순방 성과 등 긍정 요인에도 전통적인 이 대통령 지지층인 50대(55.5%) 지지율이 9.1%p 내려앉으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낙폭이 컸던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성향이 강한 40대(58.2%)도 5.5%p가 하락했다.
다만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만큼, 차기 전당대회를 둘러싼 여권 내 갈등 국면만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면 전통적 지지층의 지지율도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럽·주요7개국(G7) 순방 결과 관련해 브리핑에서 여권 분열과 관련해 원수 싸우듯이 하지 말라 며 같은 입장에 있는, 같은 진영이라고 하는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전쟁을 해야 되겠느냐 고 작심 발언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 40%대로 하락한 것과 관련, 최근 지지율 변동은 민생경제 상황에 대한 국민의 체감과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본다 면서 청와대는 이를 엄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국민께서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바라고 계신지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 고 밝혔다.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