뮈토스 충격 에 공공재로서의 AI 모델 급부상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는 4월 16일자 커버스토리에서 이례적인 고백을 했다. 미국의 무분별한 AI 정책이 종말을 맞이하는 듯하다.” 이 주간지는 오랫동안 시장의 자율 조정 능력을 가장 신뢰해온 매체의 하나다. 그런 매체가 자유방임적 접근은 더 이상 정치적으로 용납될 수 없으며 전략적으로도 현명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4월 7일 앤트로픽의 ‘클로드 뮈토스(Mythos)’ 모델 사건이 결정적 계기였다.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인간 전문가보다 훨씬 잘 찾아내는 모델을 민간 기업이 개발했고, 일반 공개 대신 50개 안팎의 기간기업에만 제한 배포했다.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이 민간 CEO 한 사람의 자율 결정 위에 놓인 현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자유방임의 파산 선언
가 특히 주목한 것은 두 갈래의 압력이다. 하나는 안보다. 뮈토스는 잘못 사용되면 은행·병원·전력망을 위협할 수 있는 사실상의 사이버 무기에 가깝다. 다른 하나는 유권자의 정치적 반응이다. 미국인 10명 중 7명이 AI가 일자리 기회를 해칠 것”이라고 답한다. 1년 전보다 급격히 늘어난 수치다.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이 치솟는 가운데, 오픈AI CEO 샘 올트먼의 자택은 최근 두 차례 공격을 받았다. 자유방임은 이론적 매력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의 정치적 지속불가능성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 주간지가 기사 말미에 스탠더드 오일 해체, 연방준비제도 설립, AT&T 분할 같은 20세기 정부 개입 사례를 불러낸 것은 이 흐름을 ‘역사적 필연’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다.
이코노미스트 4월 16일자 표지
신뢰할 수 있는 소수’라는 새로운 함정
이 주간지는 신형 모델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기업·사용자만 먼저 접근하게 하고, 산업 주도 기관의 인증을 거치게 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언뜻 실용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모델은 세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경쟁을 위축시키고 기득권을 고착시킨다. 뮈토스를 받은 50개 기업과 받지 못한 수만 개 기업 사이의 격차는 그대로 규제 설계 위에 덧입혀진다. 접근권 자체가 권력이 되는 순간, 자유방임이 아니라 ‘자유배정’ 체제가 된다. 둘째, 부패 유인이 극대화된다. ‘누가 신뢰할 만한 사용자인가’를 판정하는 권한이 곧 시장권력이 된다. 스스로도 현대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부패한 행정부의 정직성과 역량을 시험대에 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셋째, 오픈소스 모델에는 무력하다. 앞으로 1~2년 안에 동급의 오픈소스 AI 모델이 등장할 것이 명백하고, 그 순간 ‘신뢰 체인’은 구멍 난 그물이 된다. 결국 이 대안은 ‘거대 AI 기업의 지대 보호 장치’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이는 유권자 반발을 진정시키기는커녕 더 날카롭게 만들 것이다.
OpenAI와 Sora 로고. 2025년 10월 21일 촬영된 일러스트 자료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공공재로서의 AI, 한국형 모델의 가능성
한국은 동일한 함정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미국 대비 세 가지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첫째, 전력·반도체·데이터라는 AI의 핵심 요소가 상당 부분 공공·준공공 자산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전·한수원·국가정보자원관리원·공공 클라우드가 그 예다. 둘째, 전국민 건강보험·국가통계·공공 교육 등 고품질 공공 데이터가 세계적으로 드물 정도로 축적돼 있다. 셋째, 기본사회라는 사회계약 프레임이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운영 기조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세 조건은 ‘공공재로서의 AI’라는 길을 설계 가능하게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네 가지 축으로 묶을 수 있다. ① AI 공공 인프라: 초거대 모델 연산 자원과 공공 데이터셋을 ‘국가 AI 공공 플랫폼’으로 운영해 중소기업·연구자·지방자치단체·비영리에 공정한 조건으로 개방한다. ② AI 배당: 공공 자원 사용료와 AI 초과수익 과세를 재원으로 전 국민 AI 배당기금을 조성해 분기별 정액 지급한다. ③ AI 공적 인증: 산업 주도 인증이 아니라 시민·노동·학계·행정이 함께 참여하는 공적 안전 인증 체계를 세운다. 의료·교육·금융 등 생활 기간 영역에 배포되는 AI는 반드시 이 체계를 통과해야 한다. ④ 노동자 공동결정: AI 도입이 일자리·노동강도·감시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장에서는 노사 공동결정 절차를 의무화한다. 독일의 공동결정(Mitbestimmung) 모델을 AI 시대에 맞게 이식하는 것이다.
이 네 축은 개별적으로 분산된 아이디어가 아니다. 공공 인프라가 선(先)투자되고, 그 인프라에서 발생한 성과가 AI배당으로 국민에게 환류되며, 배포 전에는 공적 인증이 안전과 형평을 점검하고, 사업장에서는 노동자가 실제 운영에 참여하는 단일한 순환 구조다. 이를 단일 프레임으로 묶어내는 사회계약이 바로 기본사회다. 바꿔 말해, 한국의 AI 거버넌스는 ‘새로운 규제기관’이 아니라 ‘기본사회의 확장’으로 먼저 시도되어야 한다. 행정 비용은 최소화하고, 시민 체감은 극대화하는 설계다.
기본사회가 AI 거버넌스의 프레임이 되는 이유
왜 기본사회인가. 첫째, AI 충격은 소득만 흔드는 것이 아니다. 주거·의료·교육·돌봄까지 동시에 재편한다. 단일 규제 영역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둘째, 기본사회는 최소 보장을 권리로 라는 원칙을 공유한다. 이 원칙이 AI 시대에 필요한 기본적 기술 접근권 을 자연스럽게 포섭한다. AI 진단, 공공 AI 상담, 전 생애 평생학습 AI 튜터 같은 서비스가 시혜가 아니라 권리의 일부로 편입되는 것이다. 셋째, 기본사회는 재원·거버넌스·정치적 동원이라는 세 요소를 이미 통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AI 규제만 따로 떼어내는 미국식 접근보다 정책 효율이 훨씬 높다. 2025년 기본사회위원회가 5대 영역 로드맵 을 확정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AI 거버넌스는 별도 기구를 신설하는 대신 기본사회 체계 위에 얹히는 방식으로 빠르게 가동될 수 있다.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대
는 글의 말미에 AI 안전은 결국 국제협력을 요구한다”고 썼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 국제협력이 미국·영국·유럽·중국의 ‘G4 AI 카르텔’로 귀결된다면,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남아공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AI 시대의 새로운 주변부로 밀려난다. 한국은 ‘기본사회+공공 AI’라는 지역 경험을 패키지로 재편해 이들 국가와 공유할 수 있다. 이는 외교적 선의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AI 기업의 해외 진출, K-공공 플랫폼의 표준화, 기후·보건 위기 대응까지 연결되는 전략 자산이다. G4 카르텔에 포섭되는 것과, 글로벌 사우스와 함께 ‘공공 AI 연대’를 구축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장기적 국익에 부합하는가. 답은 분명하다.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가운데)이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AI혁신위원회 3차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4.10. 연합뉴스
규제냐 방임이냐의 이분법을 넘어
뮈토스 사건은 하나의 선택을 강요한다. 다섯 명의 천재에게 미래를 맡길 것인가, 시민의 삶에 AI를 동기화할 것인가. 미국은 전자를 거부하기 시작했지만, 후자로 나아가는 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의 공백을 메우려 등장한 것이 신뢰할 수 있는 소수 기업 인증 이라는 절충안이다. 한국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기본사회라는 사회계약 위에 공공 AI를 얹고, 시민의 소득·주거·의료·교육·돌봄 권리를 AI 시대의 조건 속에서 재확인해야 한다. 규제와 방임의 이분법을 넘어, 공공이 먼저 설계하는 AI 민주주의 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가 고백은 했지만 끝내 내놓지 못한 대안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은 그 대안의 설계자가 될 자격과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