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의 성공 이유는? 50조 매출 영국 마스(Mars)의 EoM재단 연구 결과 발표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업은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며,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고 장기적인 시야를 가져야 한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2019년 연례 서한에서 기업의 목적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사회적 목적이 분명한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글로벌 식품 기업인 마즈(MARS)의 사내 싱크탱크에서 2020년에 독립한 EoM재단이 개발한 상생의 경제학(Economics of Mutuality,EoM)이라는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한양대학교와 EoM재단은 지난 24일~25일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비즈니스와 투자 관행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EoM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누고자 ‘EoM-한양 넥스트 임팩트 포럼’을 개최했다. EoM재단은 두 개의 비영리 단체(Mutual Value Investments, Mutual value labs)와 두 개의 영리 단체(Human Flourishing Foundation, Economics of Mutuality Alliance)로 구성되어 있으며, EoM 관련 투자와 비즈니스 모델 컨설팅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콜린 마이어 교수와 마즈의 제이 자쿱 박사는 2014년 마즈의 인하우스 싱크탱크로 EoM 랩으로 공동 설립했으며, 2020년에 독립 법인으로 분사하여 EoM 재단을 창설했다./임팩트온
EoM 재단의 공동 설립자인 전 옥스포드 경영대학원 학장 콜린 마이어 교수는 행사에서 “기업도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중 하나이며, 기업의 존재 목적은 최대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많지도 적지도 않은 최적의 수익을 내는 솔루션을 마련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고 EoM의 개념을 소개했다.
그는 “기업의 역사가 2000년이 넘는데, 이익 추구가 기업의 유일한 목적으로 받아들여진 지는 60년밖에 되지 않았고, 그 기간 동안 기업은 경제적 번영과 국가적 성장을 이뤘지만 동시에 환경파괴와 생물다양성 약화, 불평등과 사회적 소외 같은 역효과를 가져왔다”며 전통적 자본주의 모델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최 측인 한양대학교 글로벌 사회혁신단의 단장 신현상 교수는 “기업이 금융 자본을 최대로 얻기 위해 인적⋅사회적⋅자연 자본을 경시하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얻을 수 있는 금융 이익이 줄어든다”라며 “최적의 이익을 내며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EoM은 새로운 비즈니스와 경제 모델을 창출해 낼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상생의 경제학(EoM), ‘스코어(SCORE)’ 프레임워크로 실현…4대 자본 고려해야
전통적인 자본주의는 가운데에 기업의 이윤이 있고, 이를 중심으로 이해관계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EoM의 개념은 사회와 환경의 도전 과제(Societal/Environmental Challenge)의 해결을 목표로 기업(COMMERCIAL BUSINESSES)도 다른 주체와 동일한 위상으로 협동하는 생태계 구성원으로 존재한다고 설명한다./EoM재단 홈페이지
EoM은 당면한 사회적 문제를 중심에 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금융기관, 정책입안자, 연구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협동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기업과 수익이 중심에 있는 게 아니라 기업도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하나의 생태계 구성원으로 존재한다.
마이어 교수는 EoM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스코어(SCORE) 프레임워크를 소개했다. 스코어는 ▲단순화(Simplify) ▲연결(Connect) ▲주인의식(Ownership) ▲보상(Reward) ▲사례화(Exemplify)의 알파벳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이는 해결하고자 하는 복잡한 사회문제를 단순화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기관과 협업해야 한다는 말이다.
관건은 임직원들에게 EoM 경영원칙을 납득시키고 실현에 동참하도록 촉구하는 데 있다. 단순한 이윤 추구가 아닌 단기적으로 손해가 예상되는 사회 문제 해결에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게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은 목적 달성을 위해 명확한 역할을 직원들에게 부여하며 성과 측정에 따라 보상을 해야한다. 또한, 성공과 실패를 사례와 내러티브를 통해 명확하게 설명하여 직원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성과 측정은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 자연 자본, 공유재무자본 네 가지 영역에서 이뤄진다. 제이 자쿱 박사는 “이해관계자에게 중요한 이 네 가지 자본에 대해 13개의 평가지표로 측정한다”라며 “예컨대 인적자본은 직원들이 겪는 고충을 해결했을 때 이들의 성과가 얼마나 오르고 좋은 인재는 얼마나 유치할 수 있는가를 보고, 자연 자본은 산업의 환경 발자국을 줄였을 때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측정한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 5곳, 사회적 문제 해결로 상생 수익 창출
EoM재단은 기업이 특정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업의 목적을 두고 수행했을 때, 비즈니스 혁신과 성과를 이룬 다섯 개 기업 사례를 소개했다.
비만 치료제로 유명한 글로벌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병 환자에게 필요한 인슐린을 공급하는 회사다. 즉, 당뇨병 환자가 많을수록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그러나, 노보 노디스크는 고객의 건강을 해치는 당뇨병의 근절을 목표로 선언했다. 이 기업은 솔루션을 고민하던 중 당뇨가 비만과 상관관계가 크다는 사실을 포착하여, 비만을 없애기 위한 치료제를 개발했다. 이는 회사에 상당한 수익을 안겨줬다.
마즈도 2007년 EoM 개념을 산하 브랜드들에 도입하면서 당시 220억달러(약 30조원) 였던 기업가치가 현재 460억달러(약 63조원)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마즈 산하의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인 로얄 캐닌도 사료 판매가 아닌 모든 고양이와 개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로얄 캐닌은 이 목표를 위해 맞춤식 사료를 개발하고 반려동물의 주인, 동물병원 등 이해관계자들이 겪는 고충들을 고려하여 이에 대한 교육과 각종 솔루션들을 내놓으면서 수익을 확대했다.
또다른 브랜드인 세계 1위 껌 제조 기업 리글리는 아프리카 케냐의 빈민가에서 저렴한 가격에 껌을 판매했다. 수익은 고가의 제품을 선진국에서 판매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경제적 상황과 관련 없이 껌을 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목표로 전환한 것이다. 자쿱 박사에 따르면, 이는 투자대비수익률(ROI)이 40배 증가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로얄 캐닌은 'Cats and dogs first(고양이와 개 우선)'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맞춤형 사료부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까지 여러 솔루션들을 제공하고 있다./로얄 캐닌 홈페이지
말레이시아의 마이택시는 카카오 택시나 우버와 같은 택시 호출앱을 운영하는 기업인데, 아동과 여성을 범죄, 가난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회사는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무슬림 여성은 집 밖에서 일을 할 수 없어서 가난에 노출되기 쉽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마이택시는 이들이 집에서 음식을 만들고 이를 자사의 택시를 통해 판매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는 회사와 무슬림 여성과 택시 기사에게 새로운 수익원이 됐다. 마이택시는 현재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회사 가치는 140억달러(약 19조원)에 달한다.
라반타는 미국의 헬스케어 기업으로 AI를 통해 병원의 행정업무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 회사는 환자, 병원 종사자(간호사), 병원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라반타는 먼저 간호사들이 너무 많은 시간을 행정 업무에 쏟다보니 환자들에게 그만큼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포착했다. 그래서 AI를 통해 행정업무를 줄이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라반타는 환자의 입원일이 길어질수록 환자와 병원에게 모두 손해인 점도 확인했다. 회사는 AI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환자가 입원일을 줄이고 병이 재발하여 재입원하지 않을 최적 입원 기간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을 증진했다.
포스코와 SK사회적가치연구원, EoM 선례로 소개돼
국내 기업과 기관으로는 포스코와 SK사회적가치연구원이 발제를 맡았다. 김용근 포스코 기업시민실 기업시민전략그룹장은 “중요한 고객사인 오스테드나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블랙록이 이해관계자와 동반성장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겠다고 선언했다”라며 “주요 글로벌 고객사와 투자자들이 이런 가치로 기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목표는 산업의 성장기반 마련이었는데, 이제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기업 시민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했다. 김용근 그룹장은 “포스코의 지난 50년은 철을 생산하고 보급하여 우리나라의 산업 성장에 이바지한다는 제철보국이 목표였다면,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용감한 시민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다음 100년을 위한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동반성장과 협력을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솔루션의 개발(Challenge with POSCO) ▲탄소와 환경 발자국을 줄인 공정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개발(Green with POSCO) ▲저출산 문제와 같은 사회문제 해결(Life with POSCO)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사회의 부흥과 협업(Community with POSCO) 등의 새로운 목표를 세워 실천하고 있다./포스코
김용근 그룹장은 포스코가 목표를 전환하고 성과로 이어진 사례는 2022년 힌남노 태풍으로 인해 포항제철소가 침수됐을 때였다고 설명했다. 김 그룹장은 “침수됐을 때, 고객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경쟁사들까지도 포항제철소 복구를 위해 나서줘서 6개월 안에 시설을 회복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한편, 박성훈 SK사회적가치연구원 기획실 실장은 “2015년부터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성과에 비례해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SPC(Social Progress Credit)을 수행하고 있다”라며 “현재 SK 멤버사 전체와 사회적 기업 400곳의 성과를 측정하고 있으며, 누적 603억원의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이익을 추동하는 기업의 특징을 고려하여 설계됐다. 박성훈 실장은 “기업은 못하는 점을 제재하기보다 더 잘한만큼 인정해주는 포지티브(positive) 인센티브 방식이 효과적이므로 이런 인센티브 방식을 고안했다”라며 “지원금의 용처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했다. SPC 참여 기업의 20%는 사업 개발비, 또다른 20%는 부족한 인건비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사회적 기업이 현금 인센티브를 사업과 기업 운영에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고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가 클수록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으니 목표 달성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박성훈 실장은 "SPC 프로그램이 세계경제포럼(WEF)에 소개됐는데, 사회적 기업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아니라 대기업이 사회적 가치 측정을 도입했다는게 핵심이었다"고 말했다./SK사회적가치연구원
SK그룹도 내부 직원을 설득하는 일이 상당한 도전과제로 남아있다. 박성훈 실장은“스코어(SCORE) 프레임워크에서도 직원 보상(R)을 언급했듯, 사회적 가치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를 회사 내부에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박 실장은 “예전 최태원 회장님이 쓰레기로 사업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을 때, 임직원들의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었다”라며 “SPC 참여 기업 중 수퍼빈이라는 소셜벤처는 10억원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받아서 AI기술을 활용한 재활용 쓰레기 수거 및 분류 기술을 개발했다. 이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면서, SK가 오히려 배우고 협업하는 경험을 통해 혁신의 기회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