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은 고용 불안 임원은 1억 유용 카카오 구성원 쁠났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이 19일 오전 서울경찰청앞에서 카카오 전 재무그룹장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고발하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황재희 기자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직원들은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데 임원은 법인카드로 게임아이템을 1억원 구매했다, 그런데 왜 임원 법인카드 내역을 비공개하나."
'공동체'를 강조해 온 카카오에 균열이 가고 있다. 코로나19로 급성장한 만큼, 카카오의 그늘은 짙어진 상황. 그러나 C레벨급의 무책임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회사가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재무 안정성을 이유로 공동체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가운데 그룹의 돈줄을 책임지는 최고 임원은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에 카카오 구성원들이 반기를 들었다. 노조가 직접 법인카드로 1억원의 게임아이템을 결제한 전 재무그룹장을 경찰에 고발한 것. 시민단체나 외부 기관에 의한 고발이 아닌 카카오 공동체 내부에서 직원들이 직접 나선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일탈행위를 일으킨 해당 임원은 징계를 받은 상태다. 그럼에도 카카오 노조가 고발조치까지 취한 배경에는 최고경영진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카카오 노조는 경영진의 향후 행보와 하반기 단체협약 결과에 따라 지난 8월 판교 일대 행진과 유사한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카카오 공동체에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카카오 리더십, '책임'은 빠졌다
19일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카카오 노조)은 법인카드로 게임아이템 1억원을 결제한 카카오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배임과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날 오전 10시 카카오 노조는 서울경찰청 앞 민원봉사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발장을 접수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고발장 접수에 앞서 고발 취지에 대해 설명하며 "피고발인은 카카오의 재무책임자이자 미등기임원이라는 중책에도 법인카드의 한도를 초과하는 방식으로 카카오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의 죄책을 범했다"라며 "피고발인이 등기임원으로 속한 주식회사 카카오게임즈의 매출신장 등 선의를 가져다주는 행위였다 하더라도 이로인해 주식회사 카카오에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 지회장은 "이로 인한 피해회복은 뒤늦게 사내 인사기구인 윤리위원회의 조사와 징계를 통해 이루어졌음으로 더욱 엄중한 책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이 카카오 공동체 내부에 알려진 것은 지난 1일 카카오 사내 징계 공지를 통해서다. 당시 익명의 징계 대상자가 법인카드 오용으로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는 내용만 올라왔다. 이후 4일 언론보도를 통해 사건 당사자가 전 재무그룹장이라는 것과 1억원이라는 금액 등 상세한 내용 등이 알려지게 됐다. 카카오 내부에 임원진에 대한 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경찰청에 카카오 전 재무그룹장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사진=황재희 기자
직원은 고용불안...임원은 게임 삼매경
특히 카카오 직원들과 노조의 허탈감이 더욱 큰 것은 이같은 사건이 회사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엑스엘게임즈 등 계열사들은 재무 위기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8월17일에는 폭염 아래 직원들을 포함한 카카오 노조 300여명이 판교 일대 1.5km의 거리를 행진하는 단체행동을 통해 경영진의 무책임 경영을 규탄하며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게임업계에서도 이번 사건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보통 게임회사에서 연구개발을 위해 타사의 게임 아이템을 여러 개 구매하는 경우는 있어도 자사의 게임 아이템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누적 1억원 이상 결제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3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라는 비판이다. 만약 같은 사건을 임원이 아닌 직원이 저질렀다면 해고 또는 민형사상 처벌까지 갈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배수찬 넥슨지회 지회장은 연대발언을 통해 "임원이 법인카드를 자회사 컨텐츠 구매에 사용한 것은 더욱 중징계가 필요하다"며 "규칙을 만들어야 할 사람이 규칙을 악용했고 (법인카드 사용 관리에 대한) 회사 메뉴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오치문 카카오지회 수석부지회장 역시 임원의 법인카드 사용행태를 문제 삼았다. 오 부지회장은 "직원들은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데 임원은 법인카드로 게임아이템을 1억원 구매했다"며 "임원의 업무 추진비에 게임아이템 구매가 왜 필요하며, (직원과 달리) 임원은 왜 법인카드 내역을 비공개하는가"라고 물었다.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이 19일 오전 서울경찰청에 카카오 전 재무그룹장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사진=황재희 기자
지속적인 경영감사..직원·주주에게 공개 필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해강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수석부지부장도 카카오 경영진들이 초심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부지부장은 "회전문 인사, 낙하산 자리 배정 등 그간 카카오 사내 임원 인사에 대한 실망을 금할 수 없다"라며 "회사 창립 때 100여개 스타트업을 만들겠다는 김범수의 의지는 어디로 갔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구조조정 위기에도 경영진은 스톡옵션으로 자기 몫을 챙기고 과도한 보수를 받아간다"며 "카카오는 가장 책임있는 자리에 있으면서 공동체의 신뢰를 배신한 사람에 대해 책임을 물어라"라고 소리쳤다.
서승욱 지회장은 이번 CFO 고발이 단순히 임원진에 대한 정당한 처벌에서 나아가 카카오 공동체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뼈아픈 계기가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불투명한 경영활동은 곧 이번 사건과 같은 개인적인 도덕적 일탈로 이어져 공동체에 피해를 끼치고 기업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경영진 감시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임원 선임 과정 역시 투명히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지회장은 사측에 △이번 사건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 △임원들에 대한 보상과 지원책 공개 △지속적 감사를 통한 경영 현황 공개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서 지회장은 "카카오는 항상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더이상 과거 인맥을 통해 무한한 권한을 주는 방식은 사라져야 한다"며 "결과야 어떻게되던지 이익만 취하고 가는 곳이 되면 책임을 벗어던지는 것이 당연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