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란희의 TalkTalk】오스테드 해상풍력산업 도전과 기회, 재난 채권, 트럼프 시대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오늘도 뉴스레터가 좀 늦었습니다. 탄핵 이슈에 묻혀서, 이 뉴스레터의 오픈율이 많이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일은 해야겠지요. 연말이어서 그런지, 내년의 ESG 전망에 대해 ‘우울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트럼프의 등장 그 자체보다는, 그동안 ESG에 대해 쌓여왔던 피로감이 트럼프의 등장을 계기로 폭발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상하게도 ‘ESG’는 피곤하다고 하는데, ‘글로벌 ESS 및 전력망 산업 유망’과 같은 내용은 환호를 받습니다. 후자는 결국 ESG, 지속가능성, 재생에너지 확대와 매우 밀접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용어가 달라지니 신산업 취급을 받습니다. ESG는 귀찮고, 돈들고, 규제 지켜야 하는 ‘리스크 대응’ 혹은 ‘공시와 평가’만을 뜻하는 용어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2025년의 ESG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오늘도 3가지 픽을 준비했습니다.
오스테드, 해상풍력산업 도전과 기회 갈림길
먼저 화석연료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 성공모델로 가장 ‘추앙’받던 오스테드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FT에 실렸습니다. 한때 해상풍력 최대기업이었던 오스테드는 최근 몇년 동안 고금리와 탈탄소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커다란 위기에 봉착해있습니다. 경쟁기업이었던 에퀴노르는 지난 10월 오스테드 지분의 10%를 사들였습니다. 2021년 이후 주가가 70% 이상 하락한 오스테드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인수한 것이지요.
오스테드는 지난 15년간 탈탄소화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의 비용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오스테드의 전문분야인 해상풍력의 발전 단가는 2018년 MWh당 137달러에서 81달러로 하락했습니다. 참고로, 석탄발전소의 경우 72달러, 가스화력발전소의 경우 83달러입니다. 오스테드의 부대표인 마틴 노이버트는 FT에 “예전에는 기후목표에 기반해 재생에너지가 성장했지만, 지금은 매우 강력한 경제논리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등장은 고금리로 허덕이던 오스테드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첫날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폐기하고, 친환경 기술 비용을 인상시킬 수 있는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2020년 말까지만 해도 오스테드의 기업가치는 BP보다 높은 510억 파운드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11월초, 오스테드는 미국 뉴저지의 대규모 해상풍력 2건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4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이로 인해 주가가 한때 30% 이상 급락했습니다. 이후 오스테드는 CFO와 COO의 사퇴, 배당금 중단, 재생에너지 용량 목표 하향조정(2030년 50GW에서 35~38GW), 최대 800명 일자리 감축 등을 해야 했습니다. 노르웨이, 스페인, 포르투갈의 해상풍력 시장에서도 철수했습니다. 투자기관 LGIM의 기후솔루션 책임자인 닉스탠스버리는 FT에 “측정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청정에너지는 화석연료보다 금리 변화에 5~10배 더 민감하다”고 말합니다.
이런 상황이 에퀴노르, 바텐폴, EDP 등 다른 유틸리티 기업들도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친환경 수소산업에도 커다란 지장이 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곳은 어디일까요. 최근 유럽의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를 인수하며, 2030년까지 오스테드의 두 배인 100GW를 목표로 삼고있는 UAE의 청정에너지 개발업체인 ‘마스다르(Masdar)’와 같은 곳입니다.
위기 속에서도 오스테드는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 중입니다. 회사는 해상 풍력 외에도 육상 풍력, 태양광, ESS 등에 대한 투자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캐나다의 인프라 대기업 브룩필드에 영국 풍력 발전소 4곳의 지분 12.45%를 약 17억5000만파운드에 매각하며 자본 조달에 나섰습니다. 내년에는 영국 요크셔 연안에서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 혼시 3의 지분 매각이 다음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약 1150억 덴마크 크로네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입니다.
오스테드 전 부사장인 마틴 노이버트는 “세상을 구하는 것이 세상을 파괴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며 재생에너지의 경제적 타당성을 역설했습니다만, 앞으로의 행보가 어떨지 궁금하네요.
재난 채권과 기후 이주
두번째 소식은 재난 채권과 관련된 소식입니다. 허리케인, 태풍, 산불 등 이상기후와 재난으로 인해 재난채권의 수익률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보도된 바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재난채권은 2023년 20%를 달성한데 이어, 올해는 약 16%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때문에 스위스 취리히의 보험연계증권 전문회사인 ‘플래넘 인베스트먼트(Plenum Investments)’의 경우, 유럽 UCITs 라벨로 판매되는 펀드의 재난채권 규모가 2022년말 이후 약 49% 증가, 9월말 기준 130억달러(약 18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보험연계증권 시장을 추적하는 아르테미스에 따르면, 2024년 전체 재난채권 발행액은 165억달러(약 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캣본드(catastrophe bond, 대재해 채권으로 보험사들이 자연재해 리스크를 금융시장으로 이전하기 위해 개발한 보험연계증권)’ 시장의 비공개 시장 거래를 포함하면 약 480억달러(약 68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스위스리는 2024년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손실이 1350억달러(약 192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5년 연속 1000억달러 문턱을 돌파한 기록이라고 합니다.
만약 이러한 재난이 가속화될 경우, 어떻게 될까요? 유럽의 경우 지리적 위치와 특성으로 인해 전 세계 평균의 두 배로 온난화되고 있습니다. 유럽환경청(EEA)의 엘리스 핸콕(Alice Hancock) 수장은 “기후변화와 이주 사이의 연관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FT는 밝혔습니다. EEA는 지난 3월 발표된 첫번째 기후위험 평가 보고서에서 “여러 기후위험이 이미 임계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주 이슈는 향후 매우 중요한 평가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EEA의 일레 모노넨 최고책임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5년을 내다봤을 때, 이주로 인한 EU의 물공급 경쟁은 매우 치열해질 것”이라며 “이는 유럽 안보와 전반적인 복지에 대한 장기적인 위협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제평화연구소(Institute for Economics and Peace)에 따르면, 자연재해와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2050년까지 12억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2050년까지 10억명이 물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기후전쟁’의 암울한 미래를 암시하는 소식이네요.
트럼프시대, CSO의 할일
세번째 소식은, ‘트럼프 시대에 CSO(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가 해야할 일’이라는 주제입니다. 임팩트ROI의 스티브 로클린 CEO는 지속가능미디어 트렐리스와 함께 ‘2025년 기업 지속가능성 전략을 설정하는 방법’ 보고서의 공동저술을 통해, 향후 CSO들이 격동의 바다를 헤쳐가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정리했습니다.
먼저, CSO의 역할은 ESG나 지속가능성을 옹호하거나, 특정 공시(보고) 프레임워크를 준수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CSO는 중요한 ESG주제에 대한 영향과 성과에 ‘무자비하게’ 집중해야 합니다. 용어와 사소한 논쟁으로 인해, 지속가능성의 진정한 목적이 방해받지 않도록 하셔야 합니다.
둘째, 안티ESG공격의 시대에 지속가능성을 주장하려면 강력한 비즈니스 사례가 필요합니다. 1)기업 밸류체인에서 지속가능성이 경쟁우위를 주도한다는 점 2)지속가능성이 운영비용을 절감한다는 점 3)지속가능성이 새로운 성장기회를 주도한다는 점 등을 알려야 합니다.
셋째, 이해관계자 관여(engagement)를 되살려야 합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미국 사람들은 주류 뉴스나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ESG와 DEI를 훨씬 더 잘 알고,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후변화, 양극화 증가, 불평등 심화 등 점점 더 혼란스러운 시대에, 이해관계자들의 힘을 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러모로 어수선한 시국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부디 다음번 뉴스레터를 보낼 때쯤이면, 많은 현안들이 해결되어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독자 여러분, 평안하세요.
박란희 대표 &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