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속죄와 반성이 먼저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2월의 첫 번째 월요일인 2월 2일 오전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의 대표회장과 공동대표회장 3인의 명의로 정교분리 원칙 확립과 사회 통합을 위한 한국교회 성명서”가 발표되었다. 성명서의 제목은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한 것처럼 보였지만, 부제에서 성명서의 본래 의도가 무엇인지를 단도직입적으로 드러냈다. 정통교회와 신앙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법 제정 시도를 재고하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교총은 한국교회 보수진영의 공기관을 자처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후속 기관이라 할 수 있다. 1989년에 출범했던 한기총은 한국교회의 진보적인 공기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88선언)을 발표하고, 문익환 목사가 방북하던 당시, 이를 반대하던 한국교회의 보수 인사들 중심으로 안기부의 사주 아래 만들어졌던 어용(御用) 기관이었다. 이번 한교총 성명서를 읽으면서 시의적절한 성명서를 발표했다는 생각보다는 왜 하필이면 이런 성명서가 지금 발표되었는가 의아할 뿐이다.
한교총이 이러한 성명서의 발표를 진정으로 원했다면, 먼저 ‘죄 고백’의 문서를 발표해야 했다고 본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12.3 비상계엄으로 헌법을 유린하고, 국지전(局地戰)까지 유도하려 했던 내란, 외환의 수괴 윤석열과 그에게 동조했던 내란 세력의 발본색원이자 상응한 징벌이다. 한국교회가 이 점을 직시했다면,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 후보 윤석열을 격려하며 당선되도록 하는 데 적지 않게 기여했던 것을 사과해야 했다. 무속에 젖어 있던 윤석열은 있는 죄를 무죄라고, 없는 죄를 유죄라고 임의로 둔갑시키는 검찰 세력을 등에 업고, 대통령 놀이를 하던 중 정치적 궁지에 몰릴 때는 언제나 한국교회를 방문해서 예배했다. 그때마다 한국교회는 윤석열을 환대하며 마치 한국교회가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해 주었다. 한국교회는 검찰 독재정권 대통령을 향해서 예언자의 역할을 외면한 채 제사장의 면죄부만을 남발했던 것을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한다.
3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국가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 무지개 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공동 주최한 혐오 앞에 중립 운운 안창호 국가인권위 규탄 및 공개 질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5.4.30. 연합뉴스
한교총에 속한 인사들, 특히 대표적인 대형교회 담임목사들은 한교총이란 기관을 활용해서 자신들의 사적 관심과 이익을 챙겨왔다. 어떤 대형교회는 불법적 건축물에 대해서 원상회복 명령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명령 취소 판결을 받았다. 어떤 대형교회는 800억 원의 비자금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교회 헌법을 무시하고 아들에게 교회 세습을 강행했는데도, 대법원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어떤 방송국의 이사장 목사는 채 상병 사건에 연루된 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해 로비했는데도, 특검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한교총은 교회법이든 사회법이든 개의치 않고 불법을 자행한 한교총 인사들에 대해 사과해야 했다. 한편 한기총은 이재명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설교한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나 미국의 MAGA 인사 ‘모스 탄’을 초청해 극우적 입장을 강화한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목사, 광화문에서 태극기 집회를 오랫동안 주도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씨 등 극우 인사들이 한국교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을 때 침묵하거나 방관했다. 한교총은 이들을 출교하거나 문제 삼은 적이 없었고, 오히려 그들이 주도한 행사에 동원되기까지 했다. 한국교회는 공기관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챙긴 한교총의 특권층 인사들과 교회의 성원임을 자처하는 극우 인사들의 부끄러운 정치 행동을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한다.
최근 국회와 일반 언론은 신천지와 통일교, 사이비 이단 세력이 역대 보수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서 어떤 불법을 자행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사이비 이단 세력이 보수 정치세력과 야합해서 선거 질서와 정치판을 왜곡했던 것에 대해 세상은 오래전부터 설왕설래해 왔다. 그런데도 한교총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과정에서나 대통령이 되어 대통령 놀이하는 과정에서 이들 사이비 이단 세력의 문제를 제기한 적이 전혀 없다. 한국교회는 소위 보수정권을 창출하겠다는 목적 하나로 사이비 이단 세력과 연대하고 협력한 셈이었다. 그러므로 한교총은 202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밝힌 ‘정교분리 원칙의 확립’과 신천지와 통일교 등 ‘반사회적 종교 집단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이라는 국정 기조에 원론적으로 동감하며 그 귀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고 하기 전에, 사이비 이단 세력들과 그에 야합한 정권에 대해서 진리에 비추어 ”아니오 해야 할 것을 아니오”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한다.
이처럼 한교총은 정부를 향해서 어떤 것을 요구하거나 제안하기 전에 자기 잘못을 돌아보고 사과하며 청산함으로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다면 한교총이 성명서에서 요구한 것은 정당했을까. 한교총은 현재 국회에 상정된 ‘차별금지법안’은 사이비 이단을 비호하는 ‘역차별법’이 될 것이다”라고 선언한다. 차별금지법이 사이비 이단 집단의 교리적 허구성과 반사회성에 대한 정통교회의 정당한 비판까지 차별로 몰아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징벌적 배상을 요구할 것이라며 정치권의 차별금지법 제정을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한교총은 정교유착 방지를 위한 ‘민법 일부개정안’은 반사회적 종교를 제재하는 데 적합한 방안이 아니다”라고 선언한다. 일명 ‘정교유착방지법안’은 기존의 민법 체제와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종교자유, 정교분리라는 헌법적 가치를 침해할 우려가 있기에 제정을 재고하고, 차라리 특별법(가칭 반사회적 종교인의 해산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제안하지만, 이는 ‘정교유착방지법안’ 제정을 반대하는 것이다. 한교총은 진정한 정교분리의 확립을 바란다.”라고 선언한다. 종교단체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정교분리’의 위반이란 포괄적이고 모호한 기준으로 종교법인을 해산하고, 그 재산을 몰수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시도하는 것은 과유불급의 제재이며 헌법의 가치와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교분리를 강화하는 법 제정을 반대하는 것이다.
한교총의 이번 성명서는 정치권과 입법부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 한교총의 정치적 입장을 강제하는 또 다른 형태의 정치적 행위라고 볼 수 있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입법을 처음으로 시도했던 차별금지법은 지난 20년 가까이 발의와 임기 만료 폐기의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차별금지법의 보편성을 외면하고 동성애 찬성법이라고 왜곡해 온 보수적인 한국교회의 반대가 자리잡고 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모든 인간의 예외 없는 존엄은 동성애자라 할지라도 창조주 하나님께서 친히 보증하신 것이라 어떤 차별도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해야 할 한국교회가 차별금지법을 오히려 반대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예언자적인 기독교 인사들에 대해서 정교분리의 입장에서 비판했던 보수적 한국교회가 정교분리를 주장하면서 보수정권에 대해서는 무조건적 지지와 지원으로 유착하고, 진보정권에 한해서는 적극적 비판과 반대를 견지하는 것 역시 자기모순이라 할 수 있다. 차제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공기관, 진보적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보수적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하나님의 하나의 사도적인 공적 교회”라는 차원에서 그동안의 모든 주장을 내려놓고, 차별금지법과 정교분리에 대해서 원점에서 심도 있는 토론과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