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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과 ESG, 기업과 금융기관의 역할과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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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을 앞두고 ESG와 금융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이원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뉴스투데이는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밸류업과 ESG, 금융산업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대한민국 ESG 금융포럼 2024’를 개최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모델을 참고해 도입한 정책으로, 기업가치 제고 지원을 골자로 한다.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은 상장사가 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비교 공시하고, 기업가치 개선계획 등을 공표할 것을 권고하는 것이다. 5월 22일 ‘밸류업과 ESG, 금융산업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대한민국 ESG 금융포럼 2024’가 개최됐다.ⓒ임팩트온 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축사에서 “기업들이 스스로 경쟁력과 미래가치를 제고해야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자본시장의 몫이다”라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모든 시장참가자가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전했다.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안)의 핵심 및 작성 유의사항 지난 5월 2일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안)과 해설서의 공개초안을 발표했다. 황창기 한국거래소 밸류업지원부 밸류업제도팀장은 발제에서 “기업가치 제고계획은 코스피, 코스닥 상장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하며, 자율적 수립을 원칙으로 한다”라며 “5월 중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준비된 기업부터 자율 공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안)의 핵심 원칙은 ▲자율성 ▲미래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가능성 ▲이사회 책임 등 5가지다. 황 팀장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핵심적인 부분 위주로만 기술할 수도 있지만, 기업들의 편의 제고를 위해 ‘기업 개요-현황진단-목표 설정-계획수립-이행 평가-소통’의 작성 순서를 제시한다”라고 전했다. 기업가치 제고계획에 기업 지배구조를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건 아니다. 황 팀장은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의 핵심 지표와 세부 공시사항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작성할 때 유용한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라며 “다만,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를 단순히 붙여넣거나 요약·반복하기보다 핵심 요소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은 5월 중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황 팀장은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통합 페이지를 만들어 기업과 투자자가 비교할 수 있게 하고 지역 설명회를 열 것”이라며 “이후에는 밸류업 지수 개발, 관련 금융 상품 출시 등이 예정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견·중소기업의 공시 의무 확대 필요성 논의해야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4월 30일 발표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에 대해 “범국가적으로 규제가 확대되고 있는 기후 사안만을 의무공시 대상으로 규정한다”라며 “이를 제외한 사안 대부분에 대해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되 공시 자체는 선택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라고 설명했다. 투자자 관점에서 얼마나 유용한 정보가 공시될지는 상당 부분 기업의 의지와 시장 규율에 달린 셈이다.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에 대한 논의가 진전을 이룬 만큼, 앞으로는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에 관한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 연구위원은 “글로벌 규제 압박을 강하게 받는 대기업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개하고, 공시 수준도 글로벌 기준선을 표방하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최소한으로 고려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지속가능성 공시를 ‘누구’에게 ‘언제’까지 의무화할 것인가와 관련한 문제는 실질적으로 ESG 공시 의무를 중견·중소기업에까지 빠르게 확대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로 치환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는 중견·중소기업의 공시 의무를 확대하는 게 좀 더 시급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소규모 기업일수록 ESG 대응 수준이 낮고 규제 환경 변화의 위험에 대한 노출도가 높은 반면, 관련 비용을 내부화할 역량은 떨어지는 특성이 관측된다”라며 “중견·중소 기업에 대해서도 핵심적 사안은 공시 요구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는 신중하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 연구위원은 “ESG 공시 확대를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정책적 목표가 무엇인지 먼저 고민한다면 공시 로드맵 구체화 논의가 한결 수월할 것”이라며 “지속가능성 공시제도가 합리적으로 마련돼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가치에 대한 이해와 개선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시장 규율을 구체적으로 행하는 금융기관에 의한 밸류업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 번째 발제를 통해 금융산업의 의의와 장기적 지향점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빈 교수는 “금융기관은 금융 상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 서비스를 생산해 판매하는 서비스업 생산 주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업이 성장동력산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금융업은 실물 경제나 산업 성장을 위한 뒷받침 측면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실물 경제 중개 기능과 무관하게 부가가치를 크게 창출하기는 어렵다”라고 단언했다.  빈 교수는 금융업이 금융시장의 중개자 역할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러지 못한 사례로 네 가지를 꼽았다. ▲주가연계증권(ELS) ▲부동산 투기용 자금 공급 ▲핀테크 결제 시장 국가 경쟁력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다. 빈 교수는 “ELS는 여유 자본을 산업 부문으로 중개하는 금융 본연의 기본적 중개 기능이 전혀 없으며, 부동산 투기용 자금 공급 또한 금융의 중개 기능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핀테크 결제 시장은 정부가 초기에 외면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고, 데이터와 AI의 경우 은행이 과도하게 정부보증 대출이 많아 사실상 데이터 분석에 유효하게 카운트되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빈 교수는 금융업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세 가지를 제언했다. 첫째, 금융업은 기본적인 중개 기능에 충실해야 하며, 우수한 신생벤처기업을 발굴해 자본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금융기관에 의한 ESG와 밸류업이다. 빈 교수는 “정부의 규제나 압박이 아닌 시장 규율을 구체적으로 행하는 금융기관에 의한 ESG와 밸류업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은 금융업이 기업의 사전적·사후적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빈 교수는 “지금까지는 거의 정부 주도로 기업 구조조정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더 자유롭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제대로 된 밸류업 되려면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이뤄져야 토론은 정삼영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이뤄졌으며,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와 발제를 맡은 황장기 팀장, 이상호 연구위원, 빈기범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정삼영 교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과 ESG 공시제도 안착 여부를 물었다. 류 대표는 “제대로 된 밸류업이 되려면 시장의 메커니즘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라며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면서 장기투자자 중심의 외국 투자자 재유입을 위해 ESG 차원의 책임투자 강화를 추진한 점을 벤치마크 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문제는 ‘탈(脫)탄소’에 있다”라며 “한국 기업이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기업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기업의 자발적인 ESG 공시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이 ESG 성과를 공시하지 않으면 ‘성과가 좋지 않아 공시하지 않는다’는 의심을 받고, 이는 시장에 반영될 것”이라며 “이처럼 ESG 대응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면 시장의 자연스러운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연금의 국내 투자 비중 축소가 국내 증시 저평가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 팀장은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 국내 기업의 가치가 저하되고, 이로 인해 투자가 더욱 감소하는 악순환이 된다”라며 “국민연금이 선도적 역할을 하면서 국내 증시 상승에 기여하고, 그것이 국민연금의 수익성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빈 교수는 “금융산업은 자체적으로 상품이 있는 것이 아니고 결국은 서비스”라며 “금융기관이 ‘중개’라는 금융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부가가치를 최대한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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