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주권인가? 의회주권인가?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당원주권주의’인가? ‘의회주권주의’인가?
민주당 내부가 합당 논란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정청래 당대표를 향한 날 선 공세는 극에 달했고, 지도부는 초선부터 다선 의원까지 릴레이 회의를 이어가며 가까스로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잡고 있다. 하지만 이 소란스러운 이면에 도사린 본질은 누가 보아도 권력 투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1인 1표제 도입에서 시작된 당내 분란이 이제 합당 이슈를 불쏘시개 삼아 ‘당원주권주의’와 ‘의회주권주의’ 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번진 것이다.
의회주의라는 성벽 뒤에 숨은 ‘현대판 귀족들’
이번 갈등을 지엽적인 찬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기만이다. 이것은 당의 주인이 당원임을 선언하며 광장으로 나가는 세력과 국회 내 의원들의 기득권과 자율성을 방패 삼아 국회 안주를 고집하는 ‘의회주권주의’ 세력 간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이다. 의원들은 자신들의 판단만이 고결한 ‘정치적 결단’인냥 포장하며, 당원들의 요구를 ‘중우정치’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매도하며, 마치 스스로를 국민 위에 군림하는 ‘현대판 귀족’으로 착각하고 있다.
안팎으로 포위된 지도부,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상황은 더욱 가관이다. 정부 고위층은 늦은 입법 절차를 압박하며 훈수를 두고, 제2기 특검 추천 인사 문제를 정략적으로 활용해 당 지도부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여기에 합당 당사자인 조국 대표는 13일까지 합당에 대한 확답을 요구하며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날렸다. 명절 전까지 가타부타 결론을 내리라는 결정적인 마침표다. 외부의 압력과 내부의 반란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지금 외통수에 걸려들었다.
대의원 밀실 정치는 끝났다, ‘전당원 투표’만이 퇴로
이제 공은 민주당 지도부로 넘어왔다. 당내외가 벌집을 쑤신 듯 요동치는 지금, 지도부가 또다시 과거의 낡은 관행에 매몰되어 ‘밀실 마무리’를 시도한다면 그것은 당원들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다. 이 정도로 격렬한 공방이 오갔다면, 그 해법 역시 그에 걸맞은 민주적 권위를 갖춰야 마땅하다. 직접 민주주의 절차인 ‘전당원 투표’를 통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만이 현재의 불길을 잡을 유일한 퇴로다.
설마 이토록 격정적인 논란을 야기해 놓고서, 다시금 한 줌도 안 되는 대의원들의 손에 결정을 맡기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이번 합당 결정 과정은 민주당이 진정 ‘당원 중심의 정당’으로 거듭날 것인지, 아니면 의회 권력의 성벽 뒤에 안주하며 국민과 당원을 조롱하는 ‘귀족 정당’으로 남을 것인지를 가늠하는 마지막 시험대가 될 것이다. 명절을 앞두고 내려질 그 결단의 무게가 민주당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며, 당원들은 그 과정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