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부동산 전쟁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이유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24.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을 시작하고 흔들림 없이 계속 걸어가고 있다. 사실 대선 캠페인과 정권 초기에는 실망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 는 발언 등으로 문재인 정권의 실패를 되풀이할 것 이라는 비관과 우울한 전망들이 많았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구조적 문제에 손대지 않고 공급 확대라는 손쉬운 카드만 꺼내 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렇게 실망하고 비판하던 이들도 지금은 이재명 정부의 태도 전환을 환영하며 감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치 일부러 기득권 세력이 공격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말을 아끼다가 정권의 기반이 안정되고, 주식시장이라는 퇴로를 만든 후에 본심을 드러내는 것 같다고 말이다. 집권 초반의 신중한 행보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지금의 흐름은 단순한 말의 변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정권들과는 다른 무게감을 갖는다.
특히 지금 두드러지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SNS로 메시지를 던지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는 양상이다. 이것은 이 나라의 족벌 언론과 주류 언론들이 대부분 부동산 공화국 의 대변자들이거나 부동산 투기꾼들의 광고지 구실을 해 왔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언론 채널을 우회해 대통령이 직접 시민들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부동산 개혁의 메시지는 언론의 필터를 거치는 순간 왜곡되거나 희석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출처 - 김의겸 전 의원의 페이스북
예컨대 조선일보 방상훈 사주 일가가 보유한 부동산만 시세가 2조 원이 넘었었고, 주요 언론사의 오너는 대부분 대형 건설사들이며, 주요 일간지의 광고 중에서 부동산과 아파트 분양 광고의 비중이 중심적이었다. 그들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정상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언론이 부동산 시장을 경제 활력의 바로미터 로 포장하고, 집값 하락을 위기 로 규정하는 방식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이처럼 뿌리 깊은 이해관계가 있었다.
부동산의 거품이 조금만 빠질 것 같으면 벌떼처럼 일어나 정부를 두들기며 공급 확대를 주장하고, 정부가 부동산 대출을 줄이려 하면 정부가 청년들의 꿈을 짓밟는다 거나 심지어 고소득 흙수저의 신분 상승의 길이 가로막혔다 는 기상천외한 논리까지 들고나와서 난리를 쳤다.
이런 논리가 기이한 이유는 집값이 이미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폭등한 현실 자체가 바로 청년들의 꿈을 짓밟고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걷어찬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거품 속에서 영끌 대출로 집을 산 청년이 투기판의 승자가 되는 것이 신분 상승 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이 사회가 얼마나 병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일 뿐이다.
그러니 대통령과 정부가 직접 시민들과 소통하며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정책 방향을 알리는 것은 불가피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물론 언론만이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주요 정당과 정치인, 고위공직자들도 대부분 부동산 투기와 불로소득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의 규제 대상이 된 지역의 아파트를 소유한 국회의원은 총 122명(민주당 61명, 국민의힘 61명)이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페이스북
특히 국민의힘은 부동산 자산가와 투기꾼들의 모임이라고 비판받아 왔다. 장동혁 대표부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전국에 6채의 집에서 실거주 한다고 우기고 있다. 장동혁은 전국에 논, 밭, 임야까지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원내대표 송언석도 강남에 50억 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지역에 토지, 임야도 갖고 있다. 40억~80억 원에 달하는 최고가 아파트 소유 상위 10명의 국회의원 중에 9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아파트 평균가액은 민주당 의원들의 평균보다 항상 높았고 두 배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 문제에서 민주당도 자유롭지는 않았다. 강남 4구에 주택을 보유한 의원들 중에는 국민의힘 소속만이 아니라 민주당 소속 의원도 있었다. 이재명 정부 고위공직자 중에서도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이한주 정책보좌관은 막대한 부동산 재산뿐 아니라 거래 수법과 횟수, 시세차익 등에서 투기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 개혁을 내세우는 정부 내에서조차 이런 모순이 발견된다는 것은, 이것이 단순한 정치적 의지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에 얼마나 깊숙이 각인된 구조적 문제인지를 말해준다. 한국 사회와 자본주의에 아로새겨진 너무나 뿌리 깊은 문제인 부동산 공화국 과 부동산 불패의 신화 를 보여준다는 말이다.
이 구조는 1960~70년대 박정희 정권의 국가 주도 압축 성장 속에서 만들어졌다. 당시에 독재 정권은 토지를 강제로 수용하고 기반 시설을 깔아 땅값을 올린 다음 되팔아 산업화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국가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규제를 풀고 대출을 늘리며 개입했다. 청약 저축 등을 통해 서민의 돈도 여기에 활용했다. 박정희의 개발 정책은 수도권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기도 했는데, 거기서도 강남에 대한 집중적 개발과 특혜가 이루어졌다. 이것은 교육 불평등과도 연결돼서 강남 8학군은 계급 재생산의 티켓 으로 발전해 갔다.
독재 정권이 자본과 자원을 몰아서 키워준 재벌들도 부동산 공화국의 핵심 주체였다. 그들은 대부분 건설 계열사를 거느렸고, 공장 부지나 업무용 토지를 대량 매입해서 땅값을 올리는 것을 자본 축적의 중요한 통로로 이용했다. 이렇게 형성된 구조적 유착은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까지 재생산되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토교통부와 건설 부처의 관료들이 대형 건설사나 부동산 기업으로 옮겨가는 낙하산 관행, 그 기업들이 다시 정치권에 자금을 대는 순환 고리가 작동해 왔다.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급매물 광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05년 이후 15년 동안 자산에서 실현된 양도차익, 즉 자산 기반 불로소득은 총 1375조 원이며, 전체 실현 불로소득 가운데 토지, 주택, 기타건물, 부동산으로 구성된 부동산 자산 기반 불로소득이 총 1145조 원으로 전체의 83.3%를 차지하고 있다. (, 김용창)
이 숫자가 가진 의미는 충격적이다. 15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실현된 불로소득의 83%가 넘는 돈이 노동이 아닌 부동산을 통해 흘러 들어갔다는 뜻이다. 그 돈이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갔는지는 자명하다. 상위 10%의 개인이 전체 사유지의 8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은 근본적으로 하층에서 상층으로의 부의 이전 장치이다. 매년 발생하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GDP의 약 20%에 달할 정도로 이 구조는 거대하고 불평등하다.
단지 소수의 집과 땅 부자들만이 이 구조에 이해관계가 있고 길들여져 있는 것은 아니다. 역대 정권들은 사회복지와 노후대책이 부족하고 고용은 불안하며 시장임금은 너무 낮은 조건에서,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을 통한 자산 형성에 뛰어들도록 사실상 등을 떠밀었다.
집을 짓고, 새로 이사를 오고, 가전제품을 사고, 외식을 하고, 상권이 형성되는 복잡한 시장 구조도 봐야 한다. 부동산은 건설업, 가전업, 요식업 등 그 관련 종사자만 수백만에 달하고 내수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 영역이 돼 있다. 이것이 바로 역대 어느 정부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지 못한 현실적 이유 중 하나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이명박근혜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대출을 늘려서 사람들이 빚을 내어 집을 사고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도록 부추겼다. 영끌 과 부모 찬스 까지 이용해서 갭투자에 뛰어드는 청년들, 평생 모은 돈과 퇴직금까지 털어 부동산에 뛰어든 자영업자나 노동자들이 많았던 이유다. 그래서 민주당 정부들도 경기 위축을 걱정해 이 영역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 자료 : 한국부동산원
부동산 거품을 꺼뜨리면 경기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부동산 담보 대출 회수가 가계부채라는 뇌관을 건드리며 은행, 기업, 경제에 연쇄적인 타격을 가할 수도 있었다. 그러한 경기 침체는 단지 대통령과 정부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문제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일자리와 소득의 감소로 연결돼서 보통 사람들에게도 고통을 가할 수 있었다.
집과 땅 부자들만 아니라, 빚을 내어 집을 사고 힘겹게 이자를 갚고 있던 사람들까지 고통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거품이 커지지도, 꺼지지도 말아야 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와 경기를 지탱해야 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렸고, 그 결과는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두 배 이상 폭등하는 쓰라린 실패로 귀결됐다.
그러나 언제까지 우리 사회가 이 부동산 공화국과 불로소득 자본주의에 발목이 잡혀있을 수는 없다. 자연의 산물이며 공공의 가치인 토지의 사적 소유와 독점, 이를 통한 불로소득과 불평등 확대처럼 부조리한 것도 없다. 이것은 대부분의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2차적 착취 이다.
2차적 착취 개념을 적용하게 되면 일반 노동자와 한계 자영업자 계층, 특히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하는 이들 계층은 생산영역과 재분배 영역(생산순환과 자산순환 영역) 모두에서 이중적 부의 이전(또는 착취, 부의 탈취)을 당할 수밖에 없다. (, 김용창)
노동자는 직장에서 이미 한 차례 착취를 당하고, 집으로 돌아와 월세와 대출 이자를 내는 방식으로 또 한 번 착취를 당한다. 이 이중 착취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소득 불평등이나 복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가깝다. 헨리 조지가 19세기 말에 목소리 높였듯이, 토지 불로소득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어떤 사회 개혁도 근본에 닿기 어렵다.
토지는 공공의 것이며 불로소득은 환수돼야 한다. 코로나 기간에 마스크에 대한 공적 공급과 통제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구나 필요하고 생존에 필수적인 마스크를 돈벌이로 맡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토지와 주택에 이것이 적용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주거는 생존의 조건이지 투기의 대상이어서는 안 된다. 주거권을 기본권으로 명시한 헌법의 정신도 그것을 요구한다.
보유세 대폭 인상,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와 회수 등의 실행과 강화가 필요하다. 이것이 부동산 거품을 꺼뜨리면 돈을 빌려준 은행, 그 돈으로 투기한 기업까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경제 구조의 더 과감한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보여줄 뿐이다.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혼란을 두려워해 구조 전환을 무한정 미루는 것은, 결국 더 큰 폭발의 뇌관을 키우는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 캡처]
더욱 과감한 국토 균형 발전과 지방 분권을 추진하면서, 유휴 공공 부지를 이용해서 청년과 무주택자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공공 임대 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유럽의 사례가 하나의 참조점이 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빈은 전체 주택의 60% 이상이 공공 또는 사회주택이며, 시장 임대료의 절반 이하로 제공된다. 싱가포르는 국민의 80% 이상이 공공 주택에 거주하며, 투기적 거래를 차단하는 강력한 규제가 작동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출을 통해 집을 사고 겨우 빚을 갚고 있는 이들도 힘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최배근 교수의 제안처럼 한국은행이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그러한 가계 부채들을 인수하고 장기 임대 주택으로 전환하는 정책적 해법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면 돈 없는 사람도 당장의 파산을 면하고 낮은 임대료를 내면서 주거를 유지할 수 있다. 거품 붕괴의 충격을 감당 못 할 사람들을 방치한 채 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보호하는 안전망을 함께 구축할 수 있다.
이런 방향이 부동산이 아니라 이제는 주식에 투자하라 는 것에 그쳐서도 안 된다. 주식 시장 또한 불평등과 불안정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보다 대주주와 기관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형성된 정보 비대칭 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주식으로의 유도는 또 다른 수렁이 될 수 있다. 결국 부동산 공화국에서의 탈출은 양질의 일자리와 복지 확대, 부의 재분배와 불평등 해소라는 방향과 연결되어야 한다.
기본적 소득과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세상이 온다면 누구도 더 이상 빚을 내면서 투기판에 뛰어들어 각자도생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대중의 소득을 높여 가계 소비와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면서, 더 고도화된 산업 구조와 공정하고 효율적인 경제 생태계로 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 부동산이 아니라 기술과 땀, 노동의 가치가 정당하게 보상받는 사회, 그것이 이 나라가 도달해야 할 다음 단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