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후쿠시마 핵폐수는 쏟아져 나온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지난 5월 17일 6차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가 시작되었다. 6월 4일까지 7800t을 방류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염수에 포함된 29개 방사성 핵종 농도에 대해 각각의 고시농도한도 대비 총합이 1보다 작다고 한다. 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제염한 뒤 방류를 개시한 처리수는 삼중수소를 제외한 29개 핵종의 측정 농도 값을 각각의 고시농도한도로 나눈 29개 값을 모두 합한 것이 0.17이라고 발표했다. ALPS로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 농도는 17만Bq/L였다. 해수로 약 740배로 희석하면 삼중수소는 고시농도한도(6만Bq/L) 대비 0.0038이 된다. 따라서 29개 핵종과 함께 희석된 전체 오염수 방사능 농도는 총합이 1보다 훨씬 낮은 값이 되므로 방류해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희석해서 천천히 버린다고 핵오염 총량이 달라지나
이 기준은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부지 경계에서 피폭한도인 1mSv/년에 부합하기 위해 제정한 것이다.(다핵종제거설비 등 ALPS 처리수의 해양방출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보고서, 참고자료 A 2023.2. 도쿄전력) 하지만 이 규정은 부지 경계에서 연간 1mSv의 피폭한도가 이미 초과되는 지역이라는 점은 무시한다. 또한 우리나라 등에서 법으로 금지하는 “희석 등에 의해 배출 한도를 맞추는 것”을 허용하여 국제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배출 총량에 의한 영향보다 장기적인 희석, 방류로 환경 효과가 미미함만 강조하고 있다.
측정분석 결과는 정확도를 보여주기 위해 3자검증 결과와 함께 공개하고 있다. 그 값은 29개 핵종에 대해 0.16이고 삼중수소 측정값은 16만Bq/L로 도쿄전력의 측정 결과와 값이 거의 같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도쿄전력의 결과가 조금 높아 도쿄전력이 보수적으로 측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배출 핵폐수를 평가하는 3자 기관은 JAEA이다. JAEA는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법에 의해 2005년 설립된 「국립연구개발법인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이다. 재처리 연구시설인 도카이무라 재처리시설, 아오모리연구개발센터 등을 보유하고 핵 처분을 위한 지하연구시설(URL)도 운영한다. 도쿄전력의 자체 측정분석은 도쿄전력기술(Tokyo Power Technology Ltd.)에 위탁하며 별도의 독립적인 3자 검증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자체적인 연구실과 3자 기관을 두고 도쿄전력의 측정분석과 JAEA가 수행하는 3자 검토내용을 모두 검토한다. 하지만 한국의 참여 여부와 활동 내용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도쿄전력의 3자 기관은 하청이며, IAEA, JAEA 모두 원자력 이용기관이므로 독립안전기관이라기보다는 안전심사 대상기관으로 봐야 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제6차 일본 후쿠시마 해양투기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 17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6차 해양 방류를 개시했다. 2024.5.20. 연합뉴스
과학의 가면을 쓴 일본의 정치·외교적인 계략에 넘어간 윤 정부
초기 배출단계인 지금은 농도가 낮은 저장수를 처리하며 점차 농도가 높은 저장수를 처리할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지역의 측정분석은 도쿄전력이 담당하며, 적정 품질 확보를 이유로 3자 기관의 분석에 도쿄전력이 ‘관여’ 한다는 점이 우려된다.
오염수 시료도 중요하다. 도쿄전력이 시료를 어떻게 수집하여 자체 위탁기관, 자체 3자 기관, 그리고 NRA(원자력규제위원회), JAEA, IAEA에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결과에 따라 방류를 중단할 수 있을 정도의 엄격한 측정분석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배출되는 방사능 총량은 무시되며, 바다 곳곳에 와류(Gyre)가 있음에도 일정한 농도로 오염수가 희석되어 전체 바다에 퍼진다는 가정으로 평가하여 환경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결과를 제시한다.
간혹 심하게 오염된 생선이 잡히는데도 생태계에 큰 영향이 없는 낮은 수치가 평균값으로 제시된다. 이들이 제시하는 평균값의 함정으로, 평가되는 과정에서 생태계 오염 정도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간과할 수 있다. 인근 해양에서 잡히는 수산물 오염 수치의 신뢰도는 관리자의 신뢰도에 의존한다. 지난 과거 도쿄전력의 신뢰도로 보면 제시하는 자료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 곳곳에서 방사능 영향이 우려됨에도 낮은 평균값을 제시하여 영향이 무시될 수 있는 것처럼 보여지게 하기 때문이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학적 논란은 처음부터 무의미했다. 애초부터 일본은 과학의 가면을 쓴 정치·외교적인 계략으로 미국 동의를 받아 오염수 배출을 추진한 것이었다. 이를 간파한 중국 시진핑은 작년 8월 첫 방류를 시작하자 바로 일본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를 천명하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우리 해역에 도달하는 해수 오염도 수준과 음용 가능성 논쟁이나 일으키며 초점을 흐리고 여러 지원정책을 내세워 오염수 반대논의를 잠재우기 급급했다.
국민안전이 우려되기 때문에 수입되는 일본 수산물과 가공식품 오염도를 제대로 평가하자는 과학적인 방법론을 무시하고, 오염수 반대를 비과학적인 탈원전 이념으로 몰아갔다. 일본을 다녀온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산하 기관장의 사인도 들어가지 않은 결과보고서를 공개했다. 10가지 오염수 괴담이라는 홍보자료를 돌리다 국민적 핀잔을 들었다. 한국은 IAEA 활동과 3자 검증에 참여하지만, 안전하다는 주장만 있을 뿐 참여 연구원은 국민과 외부 접촉이 금지되었다. 미심쩍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핵폐수 감싸는 한미일 정상들, 지지도도 최하위 어깨동무
지난 5월 16일 오염수 방류 하루 전, 푸틴과 시진핑이 만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에 쌍방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공동성명에서 밝혔다. 이에 일본 정부는 외교 경로로 항의했다고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밝혔다. 후쿠시마 핵폐수 배출은 명백한 생태계 위협이지만 과학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면 국제정치의 문제가 된다. 일본은 미·중 대립각을 이용해 후쿠시마 핵폐수 문제를 한미일 3국 동맹이라는 외교의 틀에 끌어들여 한국의 윤 정부로 하여금 끽소리도 못하고 끌려가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게 만들었다. 이들 3국 정상들은 ‘모닝 컨설트 평가’에서 최하위에 머물며 공산주의 정상들보다 못한 평가를 받으면서도 일말의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들이 최하위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지구를 핵으로 오염시키거나 그것을 방조하는데 앞장서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구적 핵오염 위기를 바로잡기 위해 한미일 3국 민주시민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