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언론, 총선 앞둔 한국 극심한 언론자유 공격 우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다. 우리 정부는 과거 정권들과 같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언론인을 사찰하거나 국세청을 동원해 언론사 세무사찰을 벌인 적도 없고, 그럴 의사나 시스템도 없다." MBC 기자를 상대로 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협박성 '회칼 테러' 발언과 관련해 18일 대통령실이 언론 공지를 통해 해명한 내용이다.
황상무 대통령 시민사회수석의 언론 테러 위협 발언을 전하는 3월 14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홍콩 매체, 황상무 회칼 테러 발언 파문 보도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비판적 언론에 대한 탄압 행위가 광범위하게 자행됐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은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격이다. 이틀 후인 20일 결국 자진사퇴 형식으로 황 수석이 물러났다. 그러나 총선을 3주 앞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고전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윤 대통령은 황 수석을 놔뒀을 공산이 크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기사를 통해 황상무 '회칼 테러' 발언 사태를 상세히 다뤘다. 신문은 황 수석이 최근 점심 식사 자리에서 MBC 기자를 향해 "MBC, 내 말 잘 들어"라면서 1988년 당시 군부를 비판하는 칼럼을 쓴 오홍근 중앙경제 사회부장을 국군정보사 군인들이 허벅지를 회칼로 두 번 찌르는 테러를 자행했던 일을 거론했다고 소개했다. 이를 두고 신문은 "비판적 언론인들에 대한 테러 공격 가능성과 관련한 한 고위 대통령 보좌관의 으스스한 경고는 한국의 언론 자유가 우려할 만큼 훼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SCMP는 7일 공개된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의 '민주주의 리포트 2024'를 인용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2022년 5월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하강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해임 촉구 언론현업단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4. 03.18. 연합뉴스
"한국의 언론 자유 우려될 만큼 훼손돼"
SCMP는 황 수석이 16일 '사과 말씀 드립니다'란 입장문을 내고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지만, 한국의 언론인들은 황상무의 "너무나 충격적인 발언"은 일회성의 실수가 전혀 아니며, 한국의 집권 세력이 비판자를 어떻게 침묵시키고자 하는지를 보여준 장면으로 봤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신문은 2022년 9월 유엔 총회 기간에 '바이든/날리면' 보도와 그로 인한 해외 순방 때 MBC 대통령실 출입 기자의 대통령 전세기 탑승 배제, 이종섭 주호주 대사 임명 보도를 비롯해 윤석열 정부와 MBC의 악연을 거론하고 jtbc와 뉴스타파 등 언론사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사실도 보도했다.
SCMP는 "자신의 반대자나 비판자를 공산주의자와 그 추종 세력으로 여기는 윤(대통령)은 '가짜 뉴스'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린다면서 반복적으로 가짜 뉴스를 경고해 왔지만, 비판자들은 윤 정부가 비판적 보도에 '가짜'란 낙인을 찍어 비우호적 뉴스 매체를 침묵시키려고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운동권을 종북좌파나 반국가 세력으로 낙인찍는 것은 보수우파의 핵심 전략이다 -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광복절 연설 중에서
"총선 목전에 둔 한국서 극심한 언론 자유 공격"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UNC) 허스만 저널리즘미디어 스쿨의 박사 과정생인 장인수 씨는 '한국의 언론 자유가 공격받고 있다'란 제목의 <더 디플로매트> 14일 자 기고에서 한국이 역대 가장 중요한 선거 중 하나를 목전에 둔 가운데, 언론 자유에 대한 공격이 강화되고 있다고 썼다.
장 씨는 "현 윤석열 대통령 정부의 행위들은 한국의 언론 자유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며 "명예훼손과 관련해 언론인들을 겨냥한 특별수사 검사 설치와 보도국 및 언론인 자택에 대한 반복된 압수수색은 민주주의적 자유들을 무시한다는 우려할 만한 신호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사를 향한 윤 정부의 공격적 태도는 언론인을 상대로 한 법적 소송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졌다"며 윤 대통령 재직 18개월간 최소 11건의 명예훼손 소송이 있었다고 말한 뒤 "이는 법적 위협을 통해 비판적 언론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의도적 전략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수사기관을 통한 언론탄압 대응 방안' 토론회 참석자들이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5. 사진 민형배 의원실 제공
"윤 정부 공격적 태도로 언론사 소송 급증"
그는 이어 "윤 정부의 전술은 법적 행위를 훨씬 넘어선다"면서 "반대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한 다면적 접근에 따라, 언론사들은 재정 압박과 운영 방해, 그리고 다른 형태의 강압에 직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들로 비판적인 MBC에 대한 정부 광고 축소, 갑작스러운 YTN 민영화, 공영 방송인 TBS 재정 지원 삭감, 방송통신위원회 파행 운영 등을 들었다. 기고문에 따르면, 또한 32개 언론사와 협업하는 비영리, 비당파적 서울대 팩트체크 센터도 '편파성'을 주장하는 국민의힘의 비판과 소송 등으로 폐쇄 위기에 놓여 있고, 네이버도 갑자기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에 대한 재정 지원과 운영 협조를 중단했다고 소개했다. 장씨는 "한국에서 전개되는 사건들은 민주주의적 자유의 취약성을 냉혹하게 상기시켜 준다"며 "국민이 선출한 정부가 행정 권력을 반대를 억누르고 언론을 조종하는 데 사용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 자체의 심장을 타격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