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전 시장금리부터 뛴다…‘빚투족’ 패닉 [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않았는데 시장금리는 벌써부터 뛰고 있다. 한은이 오는 7월과 8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은행권 대출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상승 중인 것이다. 코스피 폭등에 무리하게 빚을 낸 일명 ‘빚투족’들의 금리 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신용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 중이다. 당국은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대출금리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39∼7.33%로 집계됐다.
지난달 8일(연 4.40∼7.00%)과 비교해 불과 한 달 만에 금리 상단이 0.33%포인트(p) 높아진 상태다. 작년 12월 말(연 3.93∼6.23%)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상단이 1.10%p, 하단이 0.46%p 각각 뛰었다.
5대 은행 고정금리가 7.3%를 넘은 것은 지난 2022년 10월 말(7.33%) 이후 3년 8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한은이 물가를 잡기 위해 2021년 8월부터 시작한 통화긴축 기조가 사상 초유의 빅스텝(0.5%p 인상) 등으로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은행 대출 금리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2022년 10월 말 당시 기준금리는 연 3.00%로, 현재 기준금리인 2.50%보다 0.50%p 높았다. 그만큼 최근의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상을 선반영하는 분위기다.
또한 고정금리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8일 4.019%에서 이달 5일 4.413%로 한 달 만에 0.4%p 가까이 치솟았다. 이 금리가 4.4%를 넘은 것도 2023년 11월 14일(4.463%) 이후 2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신용대출 금리는 5일 기준 연 4.31∼5.93%(1등급·1년 만기 기준)로, 상단이 6% 돌파를 목전에 뒀다. 역시 한 달 전보다 상단이 0.31%p, 하단이 0.24%p 각각 높아졌다.
지표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0.385%p 상승한 탓이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연 3.83∼6.23%)의 상·하단 역시 같은 기간 0.18%씩 상승했다.
시중은행 대출 금리. 채권금리 추이, 자료 :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자료 등 취합
한국은행의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봐야
은행채를 비롯한 시장금리는 중동 전쟁 발발 후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지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신현송 한은 총재가 취임 후 첫 주재한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뒤 시장금리 진정 기대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더구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2024년 3월(3.1%)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 투자자 국내 주식 매도세 등의 영향으로 1,55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가파른 금리 인상 경로에 한층 힘이 실렸다.
특히 신 총재는 최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금리차가 (환율에)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며 금리차가 줄게 되면 원화 절하 압력도 해소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환율을 잡으려면 금리를 2.00%p, 3.00%p 올려야 한다”며 한은의 고환율 책임론에 선을 긋던 전임 이창용 전 총재의 지난 1월 발언과 상반된 입장이다.
연내 1∼2회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다음 달에 이어 8월에도 연속으로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는 지난 4일 보고서에서 올해 7월과 10월, 내년 1월과 4월에 0.25%p씩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코스피 폭등에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이런 가운데 금융시장 안팎에선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경고음이 울린다.
고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레버리지 투자에 나선 차주들이 가파른 증시 조정에 직면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금융 리스크로 패닉 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금융권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 전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1월 1조원 증가에서 그다음 달인 12월 2조 5000억원 감소로 돌아선 뒤 올해 1월(-1조 1000억원), 2월(-1조원), 3월(-2000억원), 4월(-8000억원)까지 줄곧 전월비 감소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8천피’(코스피 8,000)를 달성한 지난달 빚투 수요가 폭증하며 은행권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총 104조 9000억원으로 전월 말(102조 8000억원)보다 2조 1000억원 증가했다. 전월엔 3000억원 감소였다.
이달도 신용대출이 불어나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지난 4일 기준 5대 은행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전월대비 9894억원 늘었다. 단 3영업일 만에 증가폭이 1조원에 육박한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직장인들이 그동안은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을 개설만 해두고 안 쓰고 있다가, 최근 강세장에 투자 수요가 급증하자 마이너스통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실제 대표적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29일 처음 38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소폭 줄었으나 지난 4일 기준 약 37조 7400억원으로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 마이너스통장을 중심으로 신용대출이 계속 늘고 있다”며 주식 투자를 위해 대출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당국, 고금리 속 추가규제 한계…고심 깊어가는 당국
그간 당국은 부동산 시장에 쏠린 자금을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한다는 기조 아래 증시 활성화에 정책 무게추를 맞춰왔다. 이 과정에서 빚투가 증시 활황의 부수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신용대출 급증으로 이어지자 관리 방안 모색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당국이 추가 규제를 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6·27 규제 당시 신용대출을 활용한 주택 구입을 방지하기 위해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 소득 100% 이내로 제한했다.
여기에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으로 최소 1.5%의 가산금리도 부과되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금리에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로, 스트레스 금리가 붙으면 대출 한도가 그만큼 줄어든다.
고금리 현상도 겹쳤다. 지난 5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4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882%로, 약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로 장을 마쳤다.
이처럼 현행 신용대출 규제가 이미 강력한 데다가, 최근 금리 상승세도 가팔라지자 당국도 더욱 신중해진 모습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줄이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금리 부담이 이미 커진 상황에서 규제를 일률적으로 강화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증시 곳곳에서 빚투를 부추길만한 과열 요인을 집중 단속 중이다.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과열 조짐을 보이자 금융위는 지난 5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을 소집해 점검 회의를 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을 판매한 미래에셋증권을 대상으로 불완전판매 및 허위·과장광고 여부를 단속하기 위해 점검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증시 곳곳에 나타나는 과열 양상을 ‘핀셋 단속’하며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다만 가뜩이나 고금리인 상황에서 당장 대출 문턱을 더 높일 수도 없어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위에서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연합뉴스
이태경 편집위원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