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원의 ESG투자트렌드】ETF와 ESG의 만남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간 금융 시장에서 주목받는 트렌드 중 하나는 정성적 투자에서 정량적 투자로의 이동이다. 상장지수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 시장의 성장을 통해 정량적 투자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전 세계 ETF 시장 규모는 약 2조4000억달러(약 3502조원)였으나, 2023년에는 약 11조6000억달러(약 1경6921조원)로 10년 만에 5배 성장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2014년 19조원 규모였던 ETF 시장이 2023년 기준 121조원으로 무려 6배나 커졌다.
ETF는 대부분 사전에 미리 종목 선정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에 따라 투자를 수행한다. 이와 같이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투자하는 전략을 ‘패시브 투자’라 부른다. 적극적으로 산업과 기업을 분석하여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액티브 투자’에 비해 사람의 편향이 덜 개입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모든 ETF가 패시브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액티브 전략을 사용하는 ‘액티브 ETF’도 늘어나고 있다. 다만 아직 그 비중이 크지는 않다.
테마 투자 전략과 ESG통합 전략
ETF에 ESG를 적용하는 방법 중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것이 ‘테마 투자 전략’이다. ESG와 관련된 테마(중장기 트렌드)에 노출된 기업에 투자하는 ETF다. 재생에너지 ETF, 전기차 ETF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저탄소 전환이라는 트렌드와 관련된 제품이나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인구구조 변화나 정보보호 강화와 같은 사회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트렌드를 타겟으로 하는 펀드도 있다.
이러한 테마 ETF는 특정 테마를 먼저 정하고, 그 테마에 부합하는 기업을 선정하기 위한 규칙을 설정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그 규칙에 맞는 기업을 ‘패시브하게’ 선정해서 투자하게 된다. 테마에 부합하는 기업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 자연어 처리기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수많은 기업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기 어려우니 기업의 사업보고서, 뉴스기사 등을 통해 기업이 해당 테마와 관련 있는 사업을 영위하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ESG통합 전략’도 많이 사용된다. 사실 글로벌 ESG ETF 시장에서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통합 전략이다. 정량적 투자에서 통합 전략이라고 함은, 투자 종목 선정을 위한 규칙을 설계할 때 ESG 요소를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ESG점수나 등급을 사용해 가중치를 정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가중치를 조정하는 전략을 별도로 ESG 틸팅(Tilt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전 칼럼에서도 설명했지만, 테마 투자 전략의 경우 변동성이 큰 경우가 많아서 투자자가 핵심(Core) 전략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반면 ESG통합 전략은 전체 시장, 예를 들어 S&P나 코스피를 추종하면서 ESG를 고려할 수 있도록 설계되므로 핵심 투자 전략으로 사용하기가 용이하다.
다양해지는 ESG ETF
ESG를 통합할 때 ESG 전체가 아니라 특정 팩터만 사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 팩터가 대표적이다. 작년에는 기후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ETF가 무려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로 론칭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기후 팩터를 사용하는 펀드 내에서도 다양한 세부 전략이 있지만 기업의 탄소집약도(매출액 대비 배출량)와 온실가스 감축 전략 등을 평가하여 종목 선정 규칙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와 관련된 팩터를 고려하는 펀드도 다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HAPY’라는 재미있는 티커명을 가진 ETF다. 정식명칭은 Harbor Human Capital Factor ETF 다. 이 펀드는 이직률, 직원만족도, 직원 교육, 근로 환경 등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종목을 선정한다.
ESG통합 ETF를 설계할 때, 순수하게 ESG 관련 요소만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팩터들, 예를 들어 가치, 성장, 모멘텀 등의 팩터와 섞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가치주에 투자하는 가치형 ETF에 ESG 요소를 통합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전략의 필요성이 생긴 이유는 투자자들이 팩터 기반으로 자산배분을 하면서 ESG를 통합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ESG ETF는 기업에 투자하는 ETF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UBS자산운용에서는 농산물, 광물 등 원자재에 투자하면서 ESG를 통합하는 ETF(UBS ETF CMCI Commodity Transition SF ETF)를 출시하였다. 이 펀드는 각 원자재에 내재된 환경 및 사회적 리스크를 측정하고, 이를 반영하여 각 원자재에 대한 투자 비중을 조정한다.
ESG
투자전략
세부 구분
ETF명(티커명)
테마투자
환경 테마
First Trust NASDAQ® Clean Edge® Smart Grid Infrastructure Index Fund (GRID)
사회 테마
Global X Aging Population ETF (AGNG)
ESG통합
ESG팩터만 적용
[ESG] SPDR S&P 500 ESG ETF (EFIV)
[ESG] UBS ETF CMCI Commodity Transition SF ETF (원자재)
[환경] Xtrackers EM Carbon Reduction / Climate Improvers ETF
[사회] Harbor Human Capital Factor ETF (HAPY)
[지배구조] Global X MSCI Governance-Quality Japan ETF
타 팩터와 혼합
Amundi MSCI World Minimum Volatility Screened Factor ETF
Amundi MSCI World IMI Value Screened Factor ETF
Global X MSCI Governance-Quality Japan ETF
출처: 각 펀드 웹사이트 데이터로 필자 편집
전망과 도전
유럽 펀드 및 자산관리 협회에 따르면 유럽 시장에서 패시브 전략을 취하는 ESG펀드의 비중은 2023년 말 기준 전체 ESG펀드 37%에 달한다. 2020년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ESG펀드 시장에서도 패시브 전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패시브 전략을 채택한 ESG 펀드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부족하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ESG 데이터다. ESG 점수 간의 상관관계가 부족하고, 기초 데이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또한, 기업마다 ESG 정보 공시 방식이 달라 서로 비교도 어렵다. 이러한 한계점들은 ESG ETF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ESG정보공시 제도가 전 세계적으로 도입되면서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공시 의무화는 정보의 양뿐만 아니라, 균질성과 정확성 또한 개선할 것이다. ETF의 재료로서 ESG데이터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ESG 정보공시 활성화가 더욱 다양한 ESG투자 전략이 태동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박세원 팀장은
박세원 팀장은 국내 ESG리서치 기관에서 ESG리서치 및 의결권행사 등의 업무를 수행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5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종합자산운용사인 키움투자자산운용에서 ESG전담부서를 맡아 ESG 투자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자체적인 ESG평가 모형을 비롯한 ESG리서치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운용부서와 협력하여 ESG요소를 투자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