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만든 새로운 이란 …이슬람국가서 민족국가로 [국제] 정치적 충성심의 시험대는 더는 당신은 충분히 이슬람적인가 가 아니라 당신은 충분히 이란인인가 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나르게스 바조글리 부교수(중동학)와 발리 나스르 국제관계·중동학 석좌교수는 새로운 이란의 대전략 이란 3일 자 공동 기고에서 작년 6월과 올해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법 공격으로 시작된 두 번의 전쟁을 통해 새로 탄생한 이란 공화국의 정체성이 기존의 이슬람 에서 이란 민족 으로 대체 중인 현실을 이렇게 요약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인 선박들.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풍경. 2026. 06. 01 [로이터=연합뉴스]
포린 어페어즈, 민족주의 국가 이란 조명
당신은 충분히 이란인인가 가 충성심 잣대
이 글에서 바조글리와 나스르는 올 1월 대규모 시위에서 보듯 이슬람 신정 정권의 실정과 탄압에 대한 이란 대중의 분노는 여전하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의 무자비한 융단폭격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석기 시대 와 문명 절멸 위협 등을 겪으며 그 분노의 방향이 외세 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최근 이란에서 기원전 4세기 페르시아 제국을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과 7세기와 13세기에 침공했던 아랍 군대와 몽골군의 역사를 소환하는 사례를 전한 뒤 저항은 이제 외적에 맞선 민족적 투쟁을 통해 굴절되고 있다 고 풀이했다.
두 교수는 지난 1월 이란을 특징 지운 국가와 사회 간 첨예한 분열은 설득이나 탄압이 아닌, 폭격을 견뎌내고 그 파괴를 목격한 공동의 경험을 통해 모호해졌다 고 지적했다. 이제 이란의 군대는 대중에게 더는 억압자가 아니라 외세에 맞선 수호자로 여겨지게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란인들은 수 주 동안의 폭격과 해상 봉쇄 속에서도 식량이나 연료 부족이 없었고 일상생활이 대체로 무리 없이 이어졌다는 점을 거론하고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라고 전했다.
두 교수에 따르면,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출범한 이란 공화국은 국민과 사회계약을 추진해왔는데, 그 조건은 혁명 초기엔 혁명적 전환과 부의 재분배였고, 1990년대엔 정치적 침묵을 대가로 한 경제성장과 제한된 사회적 개방을 제시했다. 그리고 2000년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땐 공식 이념에 대한 충성을 대가로 빈곤층에 석유 수익을 쏟아 부었고, 뒤이은 하산 로하니 대통령 때는 핵 합의와 제재 완화를 통한 경제 성장을 약속했지만 다들 실패했다.
8일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열린 미국 및 이스라엘 규탄 시위 도중 파키스탄 시아파 무슬림들이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2026. 04. 08 [EPA=연합뉴스]
두 차례 전쟁, 새로운 이란 탄생시켜
이슬람 혁명 국가서 민족주의 국가로
지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이끄는 새 이란 정권이 제시한 방안은 민족주의적-기술관료적(테크노크라트)이다. 여기선 정권의 정당성이 국가를 수호, 재건하는 능력을 입증하는데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조건은 이슬람적이 아니라 민족적이다. 이들은 이란 국영 언론이 히잡을 쓴 여성과 아닌 여성이 함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한 걸 예로 든 뒤 이란인의 정체성을 순전히 종교적인 것보단 문화적인 걸로 틀을 짜고, 청년층과 도시 중산층처럼 이슬람 공화국을 가장 철저하게 거부했던 사회적 계층을 향해 손을 뻗고 있다 고 소개했다.
두 차례의 전쟁은 새로운 이란 을 탄생시켰다. 바조글리와 나스르는 전쟁이라는 시련은 이란을 무너뜨리는 대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변화시켰다. 생존하고 새로운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이슬람 공화국은 적응하고 혁신해야 했으며, 전쟁을 치르고 국가를 운영하며 사회를 관리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했다. 그리고 전례 없는 속도로 이를 수행해야 했다 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 지도부를 표적 암살했지만 정권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고, 당연시했던 신속한 승리 도 실패로 돌아갔다.
두 교수는 전쟁 중에 부상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지배하는 이란의 새로운 지도부의 성격 에 주목했다. 다들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아흐마드 바히디 IRGC 사령관 등 소수의 최고 지도부만 쳐다보지만, 더 중요한 건 그 밑의 계급에서 일어난 변화라고 강조했다.
4일 목요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거리 축제에서 한 여성이 소녀의 손에 이란 국기를 그려주고 있다. 이 축제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자신의 후계자로 알리를 지명한 것을 기념하는 시아파 무슬림 명절인 이드 알가디르(Eid al-Ghadir)를 축하하기 위해 열렸다. 알리는 시아파에서 초대 이맘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2026. 06. 04 [AP=연합뉴스]
혁명 3세대의 기술관료적 민족주의 부상
이슬람 혁명 이념 아닌 국가 방위 중심
그러면서 1979년 혁명 이후에 성장한 IRGC 사령관들과 민간 안보 관료들로 구성된 새로운 세력이다. 그들은 이제 핵심 의사결정 직책에 있으며, 국가 경영과 안보에 대한 이들의 민족주의적 관점은 이슬람 공화국을 다시 정의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팔레비 독재정권과의 오랜 투쟁과 감옥, 망명 생활을 한 혁명 1세대와, 현재 최고 지도부인 혁명 2세대가 청년기에 이란-이라크 전쟁의 참호에서 단련된 것과는 달리, 이란의 정치·군사 세력의 새 관리자 계층인 혁명 3세대는 혁명 을 직접 체험하지 못했다. 이들은 군과 IRGC, 그 산하 안보 기관의 이 장교단 멤버들은 혁명 이념이 아닌 국가 방위를 중심으로 구축된 체계적이고 기술관료적 문화와 전략적 관점을 채택 했고, 실제로 세계 최강 미국·이스라엘과의 두 차례 전쟁에서 조국 수호에 성공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두 교수는 그들은 혁명을 수호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를 행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며 새 지도자들은 체제 내 주체들이다. 이란의 역량과 취약성을 냉철하게 평가한 뒤 행동하는 실용적이고 단련된 민족주의자들이다. 전임자들과 달리 그들은 전략적 인내를 발휘하고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6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폭발 직후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6. 03. 06. [WANA=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의 역량·취약성 냉철히 평가후 행동,
실용적이고 단련된 단호한 민족주의자들
바조글리와 나스르가 보기에, 새 지도부는 작년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의 핵시설 폭격 직후부터 미국이 개입한 또 다른 전쟁이 반드시 뒤따를 걸로 예상했다. 그때부터 이란의 대학, 연구 기관, 싱크탱크, 정부 기관들이 미·이스라엘 공격의 교훈과 필요한 변화에 관해 광범위한 토론을 벌였고, 지난 2월 8일 핵협상 중 다시 불법 침공할 때까지 8개월간 나름 철저한 대비 체제를 갖췄다.
그 제도적 변화를 보면, 무역, 농업과 경제·사회 서비스 관리에 관한 많은 행정적 결정권이 테헤란에서 지방 정부로 분산됐고, 대내·외 선전 조직의 세대 교체와 신속한 대응, IRGC 장성들이 이끄는 새 최고국방위원회와 신속한 군사적 의사결정, 재래식 군대가 아닌 마음이 맞는 게릴라형 부대들 로 이뤄진 작전 지휘망으로 이란군 재편, 드론·미사일을 이용한 비대칭 전쟁 전략 수립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4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시아파 명절 이드 알가디르(Eid al-Ghadir) 기념 행사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 지지 집회에 참가한 이란인들이 헤이바르(Kheibar) 미사일 모형 옆에 서 있다. 2026. 06. 04 [AFP=연합뉴스]
두 교수는 새 세대 지도자들의 최대 승리는 그들의 전략이 그대로 통했다는 점이다 라면서 국가는 참수 작전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이란은 미국의 치명적 폭격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견뎌냈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했으며, 미국의 해상 봉쇄에 정면으로 맞섰다 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이란은 전장을 페르시아만으로 확대하여 16개의 미국 군사 기지에 심각한 피해를 줬고, 여러 곳을 무력화했다. 지난 3월, 이라크 무장단체들은 미군이 2003년부터 점령해 온 바그다드의 주요 미군 시설인 캠프 빅토리에서 미군을 철수하도록 강제했다 고 덧붙였다. 그 결과, 이란의 공격을 받은 걸프 국가들 사이에서도 안보 보장을 공약했던 미국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촉발했다. 또한 호르무즈를 폐쇄하고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함으로써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무역에 막대한 비용을 부과했다. 이들은 테헤란은 교착 상태를 새로운 세력 균형으로 본다 며 이 교착 상태는 더 큰 전략적 대등함을 뜻한다 고 풀이했다.
4일, 이란 테헤란에 있는 호메이니 영묘에서 열린 1979년 이슬람혁명의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서거 37주기 추모식에 시민들이 참석하고 있다. 2026. 06. 04 [WANA=로이터=연합뉴스]
점점 우파 민족주의적 권위주의 국가 모습
케말주의 때의 튀르키예, 나세르 때 이집트?
호르무즈와 관련해, 이들은 이제 미국의 보장이 뒷받침되는 개방된 항로가 아니라 이란의 자산으로 모든 당사자에게 인식되고 있다 며 이란이 대미 협상에서 호르무즈 통제를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걸로 예상했다. 뒤이어 제재 완화는 우리에게 더는 중요하지 않다. 제재 완화가 이뤄져도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이제 호르무즈 관리가 핵심이다 라는 한 이란 분석가의 말을 인용했다. 라고 말했다.
새로운 이란에 대해 이들은 신정국가보단 점점 더 우파 민족주의적 권위주의 국가의 모습을 띠어가고 있다. 이슬람 이념은 지속되고 있지만, 민족적 단합이란 명령 아래 종속된다 고 지적했다. 이념보다는 민족주의, 혁명보다는 국가 경영, 성직자의 카리스마보다는 새 장교단의 자신감과 기술관료적 기풍 등에 의해 정의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념은 이어지되, 국익과 국가 권력의 명령에 종속됐던 20세기의 군사 주도형 민족주의 국가들, 후기 케말주의 하의 튀르키예나 가말 압델 나세르 하의 이집트를 닮았다 고 설명했다.
미·이란 협상 전망에 두 교수는 이란 지도자들은 미국이 전쟁에서 달성 못한 것을 회담에서 얻으려 하고, 미국이 원하는 건 합의가 아닌 이란의 항복이란 점을 알고 있다 며 이미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이란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거둔 성과를 내놓거나, 전쟁 이전 이란이 갇혀 있던 봉쇄의 틀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다 고 지적했다.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