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소원제, 비로소 명실상부 해졌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재판소원제)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한 투표가 시작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팻말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펼치는 가운데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한 뒤 국민의힘 의원들을 지나쳐 이동하고 있다. 2026.2.27. 연합뉴스
2월 27일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1996년 필자가 독일 유학을 마치고 헌법재판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목격해 왔고 그 개선을 외쳐 왔던 바, 우리 헌법소원제도의 왜곡의 근원이라고 볼 수 있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재판소원)이 드디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87년 헌법 하에서 헌법소원을 포함한 헌법재판제도가 새로이 시작되었지만 바로 이 재판소원배제조항과 소위 보충성의 원칙조항(헌재법 제68조 제1항)으로 인하여 사실상 사법부의 공권력 행사는 물론이거니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대부분의 일반적 공권력 행사(행정처분)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배제되어 사실상 헌법소원제도는 겉으로는 도입되어 있었으나 속으로는 텅빈 껍데기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기 헌법재판관들은 헌재가 껍데기 기관으로 전락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권력적 사실행위, 행정계획, 불기소처분 등 비정형적인 행정청의 공권력 행사들을 광범위하게 헌법소원의 대상에 포함시키고, 또한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까지 허용함으로써 헌법소원의 형해화를 막아내고 입법, 행정을 통제하는 실질적인 헌법재판기관으로 서기 위하여 애써 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을 뿐 아무리 국민의 기본귄을 침해하는 억울한 재판이 법원에 의하여 선고되어도 이에 대해서는 국민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었고 해 봐야 헌재는 허용되지 않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라는 이유로 각하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은 헌재의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며(가령 95누11405, 95재다14) 헌재 결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판결을 선고하기도 하였고, 존립목적에 대하여 위기를 느낀 헌재는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대법 판결을 위헌선언하고 취소하는 결정을 1997년에 한번 선고했었고(96헌마172), 최근인 2022년에도 또 다시 대법판결들을 취소했다(2013헌마242 등).
그러나 여전히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둘러싸고 헌재와 대법원 간의 분쟁이 해소된 것은 아니며 그 밖에도 최고 재판기관간의 권한다툼은 수없이 발생해 왔다. 최고 재판기관들이 권한다툼을 하면서 핑퐁게임을 하고 있는 동안 국민의 기본권침해는 구제받지 못한 채 억울한 상태로 소송비만 날리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 것도 모두 한정위헌결정에 대한 대법원의 기속력 부인 탓이 컸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러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소하면서 억울한 재판에 의하여 기본권침해를 받은 국민들을 구제할 수 있고, 최고 사법기관간의 권한분쟁과 그로 인한 헌법효력의 잠탈 또는 권리구제의 사각지대의 발생을 막기 위한 해결 방안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필자가 평소에 주장해 왔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의 도입이었던 것이고 그것이 비로소 이루어졌으니 얼마나 다행이고도 헌법학자로서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제 재판소원제도가 도입되었으니 헌법재판소는 명실공히 법원을 포함하여, 입법, 행정, 사법을 통제하는 온전한 헌법재판기관이 되었다. 1988변 9월에 헌재가 출범을 했으니 이제 38년 만의 일인데 늦었지만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헌법재판소에는 앞으로 수많은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사건들이 접수될 것이다. 그 많은 사건들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도록 연구관들을 비롯한 인력을 충분히 충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국민의 기본권침해를 구제할 필요가 있는 재판소원사건, 즉 진정으로 헌법사건이라 할 수 있는 사건들만을 잘 골라내서 기본권구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재판소원의 적법요건들도 잘 정비해서 좋은 판례들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38년간 국민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국가기관으로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확립에 결정적 기여를 해왔음을 고려해 볼 때 재판소원 도입으로 인하여 지게 될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부담과 과제들을 능히 잘 해결해 나가면서 이제 일반 재판에 까지도 헌법의 효력이 제대로 미치게 하는 진정한 헌법의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