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 대서양·태평양 해역서 신규 석유 시추 금지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미지=언스플래쉬
퇴임을 앞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대서양과 태평양 연안, 멕시코만을 포함한 약 6억2500만에이커(약 253만㎢)의 미국 해역에서 신규 해양 석유·가스 개발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가 해양 생태계와 연안 지역 사회를 보호하고, 석유 유출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장기적인 보호 정책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11배 해역 신규 시추 금지
연방 법률에 기반해 뒤집기 쉽지 않아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계획했던 미국 내 석유와 가스 생산 확대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다른 화석 연료 개발 제한 조치와 달리 트럼프 당선인이 쉽게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가 제정된 지 72년 된 연방 법률인 '외대륙붕법'(Outer Continental Shelf Lands Act)에 기반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법률은 미국의 특정 수역을 석유와 가스 개발로부터 영구적으로 보호하는 광범위한 재량을 대통령에게 주고 있지만, 개발금지 지역 지정을 철회할 명확한 권한까지 주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이 차후에 이번 조치를 뒤집으려면 따라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CNN은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인 2017년, 연안 시추를 제한한 전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조치를 뒤집고 행정명령을 통해 북극과 대서양 등에서 연안 시추 작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2019년 알래스카 소재의 연방 법원은 당시의 시추 확대 명령을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환경 단체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 연안 지역 사회와 해양 생태계를 석유 시추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 비영리단체 시에라 클럽의 벤 질러스(Ben Jealous) 이사는 "해양 시추는 안전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공공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했다고 평가했다.
10명이 사망하고 수백만배럴의 원유가 유출된 2010년 딥워터 호라이즌 사고는 관광업과 경제가 얽혀 있는 해안 지역 사회에 해양 시추의 지속적인 위험성을 부각시켰다.
트럼프, "취임 즉시 조치 해제할 것"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위원회는 이번 조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인수위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Karoline Leavitt)은 "바이든의 결정은 미국 국민의 뜻에 반하는 정치적 보복"이라며, "바이든은 높은 유가를 그의 유산으로 남기길 원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취임을 불과 2주 앞둔 트럼프 당선인은 보수 성향의 휴 휴잇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가 "웃기는 일"이라며 "취임 즉시 조치를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 산업 역시 반발했다. 미국독립석유협회(IPAA) 해양위원회의 론 닐(Ron Neal)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석유·가스 산업에 대한 중대한 공격"이라며, "새로운 지역에서의 미래 석유·가스 탐사에 대한 가능성을 제한해 업계의 장기적인 생존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CNN에 따르면,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 석유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가정보서비스(OPIS)의 글로벌 에너지 분석 책임자인 톰 클로자(Tom Kloza)는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의 석유 공급, 수출, 수입에 실질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멕시코만에 이미 가동 중인 해상 굴착 장비가 많으며, 신규 해상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까지는 통상 6~8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기존 해상 임대 계약에 따라 진행 중인 에너지 개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가스가 풍부한 알래스카의 쿡 인렛(Cook Inlet)과 중부 및 서부 멕시코만 시추 지역 역시 이번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두 지역은 미국 전체 석유·가스 생산량의 약 14%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