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ESG트렌드 Top 10 ⑩】순환경제, 생물다양성, 자연자본 흐름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플라스틱, 생물다양성 등 글로벌 협약 2024년 연이어 개최… 생물다양성 투자 3배 늘어나며 중요성 점점 커지고 있어”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The Global Risks Report)’에서 향후 10년간 예측되는 10대 리스크 중 자연자본 및 생물다양성 손실은 세 번째 중대 리스크로 꼽혔습니다. 글로벌 보험 싱크탱크 제네바 협회(Geneva Association)에 따르면, 글로벌 GDP의 50% 이상인 58조달러(약 7경8068조원)가 자연자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순환경제,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 등은 더 시급한 문제로 여겨졌던 탄소 감축 및 이상기후 대응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글로벌 논의의 메인스트림에서 비껴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기후(Climate)와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는 쌍둥이처럼 함께 논의되고 있으며, 특히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은 공시 프레임워크인 TNFD(자연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가 발표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4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 5차 회의 예정...EU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제와 배터리 규제로 순환경제 가속화
출처: 언스플래시
올해 가장 주목받는 국제 협약 중 하나로 손꼽히는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은 오는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11월 한국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유엔환경계획은 지난해 9월 31페이지에 달하는 ‘제로 초안(Zero Draft)’을 발간했고, 이 초안에는 플라스틱 생산량 감소, 플라스틱 오염 저감을 위한 글로벌 목표 설정, 미세 플라스틱 단계적 제거, 생산자 책임 확대, 재사용 및 수리 시스템 활성화, 독성 첨가물(화학물질) 및 폐기물 처리에 대한 엄격한 통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특히 생산자 책임 확대는 플라스틱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증폭시키는 주요 사안입니다. 또 유엔은 이러한 회의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국제법적인 구속력 있는 기구를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플라스틱의 생산, 설계, 폐기 등 전체 수명주기를 다루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도입할 전망입니다.
한편, 유럽과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2024년 포장 및 포장폐기물에 대한 규제가 시행됩니다. 특히 2024년 말까지 발효될 예정인 EU의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제(PPWR, 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Regulation)’은 EU 전역에서 재사용 가능한 포장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유럽의회는 지난해 11월 PPWR 규정을 본회의 표결로 확정했습니다. EU 이사회, EU집행위와 제3자 협상이 이뤄지면 2024년 EU 회원국 전역에 곧바로 적용됩니다. 즉, 역내 플라스틱 포장재 총량을 2030년 10%, 2035년 15%, 2040년 20% 감축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와 생산자 책임이 확대됩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오레곤 주에서 포장에 대한 생산자책임제도(EPR)가 2025년 시행될 예정인데, 이에 따라 이 규정의 세부 규칙 개발하는 중입니다.
TNFD 공시 지지선언 기업과 금융기관 320개로 확대… SBTN과 CDP 또한 자연자본 공시 독려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의 경우, 그동안 통일된 측정방법이나 공시 기준이 많지 않았습니다만, 2024년에는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이하 TNFD)가 공시기준으로 부각되면서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TNFD는 자연자본 정보 공시에 관한 국제적 이니셔티브로, 2021년 6월 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자연기금(WWF) 등 국제기구의 주도로 설립되었습니다. 지난해 9월 TNFD는 최종 권고안을 공개했으며,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와 마찬가지로 지배구조, 전략, 위험 및 영향관리, 지표 및 목표 등 네 가지 트랙의 열 네가지 공시 권장사항을 포함하여 자연자본 위험과 기회를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TNFD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세계경제포럼(WEF) 브리핑에서 기업, 금융기관 등 46개국 320곳에서 향후 2년 내 자연 자본 공시를 시행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TNFD 채택을 약속한 기업 중 주목할 만한 기업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BBC, GSK, 홀심(Holcim), 이케아(IKEA), 케링(Kering), PwC, 소니(Sony), 베올리아(Veolia) 등이 있습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 노르웨이 은행 투자 관리(Norges Bank Investment Management), UBS, 일본 미쓰비시 UFJ 금융 그룹(Japan’s Mitsubishi UFJ Financial Group), 스토어브랜드 자산 관리(Storebrand Asset Management) 등도 포함됩니다.
이 기업들은 2023년, 2024년 또는 2025년 회계연도에 걸쳐 TNFD 권고사항을 채택하고 연례 기업 보고서에 공시할 예정입니다. TNFD는 오는 10월 콜롬비아에서 열리는 제16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6)에서 두 번째 참여기업 명단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제16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6) 10월 콜롬비아에서 개최,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 및 실행계획 제출해야
기업이 자연자본 및 생물다양성에 관한 공시를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지난 2022년 쿤밍-몬트리올(Kunming-Montreal)에서 열렸던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채택된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s)’의 핵심 사안으로, 프랑스를 포함해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국가에서 채택되기 시작했습니다. 또 EU는 회계연도 2024년부터 500인 이상 대기업에서 CSRD(지속가능성보고지침)에 따라 공시를 하는데, 이 보고기준(ESRS)의 E4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ESRS E4 표준에는 육상 및 해양 생태계, 생물종, 생태계 다양성과 관련한 영향과 상호의존성에 대해 공개해야 하는데, 기업은 위험과 기회, 관련 전략, 조직과 재무적 영향 등을 공개해야 합니다.
이처럼 생물다양성에 대한 국제협약이 매년 진전을 거듭하고, 국제적인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올해 10월 21일부터 11월 1일까지 콜롬비아에서 열리는 제16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6)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COP 16 회의에서는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 및 실행계획(NBSAPs)을 제출해야 하는데, 2023년에는 일본(7월), 유럽연합(11월), 프랑스(12월) 등이 수정 업데이트된 국가 목표를 제출했습니다.
MSCI, “2023년 신규 녹색채권 4분의 1이 생물다양성 프로젝트 관련, 지난 5년 동안 3배 증가”
최근 몇 년간 생물다양성과 자연자본이 글로벌 규제 이슈로 부각되자, 투자자들의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졌습니다. MSCI 보고서는 “2023년 신규 녹색채권 발행의 4분의 1이 생물다양성, 삼림, 지속가능한 농업 등 자연기반 프로젝트와 관련있었다”며 “이 수치는 지난 5년 동안 3배로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연채무스와프(Debt for Nature Swap, 일명 DNS)가 민간에까지 등장한 것도 새로운 흐름입니다. 원래 자연재무스와프는 선진국의 정부나 NGO, 금융기관, 환경단체 등이 개발도상국의 부채를 떠안는 대신 해당 지역의 환경보전을 약속받는 것인데, 이는 1980년대부터 있었지만 이전에는 개인투자자 차원에선 접근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MSCI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6월 기준 전 세계 생물다양성 자금조달 격차가 2030년까지 7000억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면서 자연채무스와프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대다수 개도국에서 환경보전을 위한 재원확보 및 채무 경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어, 이런 스와프를 더 많이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출처: 픽사베이
하지만 이는 리스크도 큽니다. 가봉의 경우 스와프 교환을 완료한 지 불과 2주 만에 쿠데타로 정권이 교체됐습니다. 하지만 MSCI는 “다자간개발은행(MDB)이 자연채무 스와프 거래에 대한 리스크 보증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 MDB들도 그렇게 움직이거나 관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미주개발은행과 미 국제개발금융공사, 세계은행, 유럽투자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이 주축이 된 ‘자연·기후를 위한 지속가능성 연계 주권 금융 태스크포스(Task Force on Sustainability-linked Sovereign Financing for Nature and Climate)’가 출범했습니다.
자발적 탄소시장의 경우, 2024년에는 고품질 탄소배출권을 찾는 투자자들의 까다로운 눈높이에 따라 시장이 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MSCI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자발적 탄소시장에는 숲, 농지, 해안생태계의 천연 탄소저장을 겨냥한 프로젝트는 850개 이상이 등록돼 있으며, 또 다른 2100개 신규 프로젝트가 개발 및 등록되고 있습니다. MSCI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자연기반 프로젝트에 160억달러(약 21조원)가 투자됐는데,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에 2025년까지 90억달러(약 12조원), 2030년까지 추가로 200억달러(약 27조원)가 투자될 것으로 보입니다”며 “하지만 고품질 탄소배출권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습니다.
GSK, 지속가능한 조달 표준 발표하고 S&P는 생물다양성 리스크 평가 서비스 출시
기업과 ESG 생태계에서는 생물다양성 규제에 대한 대응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기업인 GSK는 “2025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6년부터 첫 번째 TNFD를 공시하겠다”고 밝히며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GSK는 SBTN의 파일럿 프로젝트에 17개 회사 중 유일한 제약회사로 참가했으며, 지난해 8월에는 유당, 젤라틴, 야자유, 종이, 설탕 등 핵심재료에 대한 지속가능한 조달 표준을 개발했습니다. GSK의 지속가능한 조달표은 토지이용 변화, 수자원 관리, 생물다양성, 동물 복지, 유해물질, 온실가스 배출, 노동권 및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포함했습니다.
TNFD를 비롯한 생물다양성 공시가 확산될수록, 향후 수년 안에 기업의 생물다양성 정보와 대응은 기후 대응에 맞먹을 정도로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임팩트온 특별취재팀= 박란희(편집장), 송준호(취재팀장), 김환이, 이재영, 송선우 editor
* 이 기사는 CSES(사회적가치연구원)의 후원을 통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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