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7개국 모두 건물에너지법 시한 넘겨…집행위, 침해절차 착수 [환경] EU 27개국이 건물에너지성능지침 전환 시한을 넘겼다. / 출처 = Unsplash
유럽연합(EU) 27개국이 건물 탈탄소법의 국내법 전환 시한을 모두 넘겼다.
EU 집행위원회는 15일(현지시각) 건물에너지성능지침(EPBD·Energy Performance of Buildings Directive)을 자국법에 완전히 반영하지 않은 모든 회원국을 상대로 침해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건물부문 감축 속도가 이미 목표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법 시행 준비까지 늦어지면서 2030년 신축 건물 무배출 전환 일정에도 부담이 커졌다.
27개국 모두 시한 넘겨…집행위, 침해절차 착수
EU 지침(Directive)은 회원국에 곧바로 적용되는 EU 규정(Regulation)과 달리 각국이 국내법으로 옮겨야 효력이 생긴다. EU는 2024년 건물에너지성능지침을 개정하고, 회원국에 지난 5월 29일까지 관련 법률과 제도를 정비해 집행위에 통보하도록 했다.
하지만 27개 회원국 모두 국내법 전환을 끝내지 못했다. 집행위는 전체 회원국에 공식통지서를 보내 침해절차에 들어갔다.
침해절차는 회원국이 EU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집행위가 시정을 요구하는 공식 절차다. 이번 조치는 첫 단계다. 회원국들은 두 달 안에 답변하고 국내법 전환을 마쳐야 한다.
그래도 시정되지 않으면 집행위는 위반 내용과 법적 근거를 담은 공식 시정 요구서를 보낼 수 있다. 이후에도 이행하지 않으면 사건을 EU 사법재판소에 넘기고 벌금 부과를 요청할 수 있다.
27개국 전체가 같은 시한을 넘겼다는 점에서 EU의 건물 탈탄소 정책이 시행 준비 단계부터 차질을 빚은 셈이다.
공공 신축 2028년부터 무배출…노후 건물도 단계적 개선
건물에너지성능지침의 핵심은 신축과 기존 건물을 함께 묶어 건물부문 전체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있다. EU는 2050년까지 모든 건물을 무배출 건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공공기관이 소유한 신축 건물은 2028년부터 무배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전체 신축 건물에는 같은 기준이 2030년부터 적용된다. 현장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 수요도 크게 낮춰야 한다.
기존 건물도 단계적으로 손봐야 한다. 주거용 건물의 평균 1차 에너지 사용량은 2030년까지 2020년보다 최소 16% 줄여야 한다. 감축분의 절반 이상은 에너지 성능이 가장 낮은 주택을 개보수해 달성하도록 했다.
비주거용 건물도 예외가 아니다. 각국은 2030년까지 에너지 성능이 가장 낮은 건물 16%를 개선 기준 안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노후 건물부터 우선 정비하도록 한 셈이다.
여기에 태양광 설비와 전기차 충전시설, 에너지성능 인증서, 개보수 이력 관리까지 포함됐다. 국내법 전환이 늦어질수록 건설사와 건물주, 금융기관의 투자 일정도 함께 밀릴 수밖에 없다.
이미 목표서 40% 뒤처져…법 시행 지연까지 겹쳐
문제는 EU 건물부문이 이미 감축 목표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는 점이다. 독립 비영리 싱크탱크 유럽건물성능연구소(BPIE)가 지난해 발표한 ‘EU 건물기후추적지표’에 따르면 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비, 재생에너지 비중, 개보수 투자 등 핵심 지표는 필요한 감축 경로보다 40% 이상 뒤처졌다.
건물 에너지 사용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5년 이후 14.7% 줄었다. 같은 기간 필요한 감축률은 27.9%였다. 건물의 최종에너지 소비도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속도로 줄었다.
개보수 투자도 부족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실제 투자는 필요한 수준의 60.6%에 그쳤다. 집행위가 밝힌 EU 건물의 연간 에너지 개보수율도 약 1%에 머물러 있다.
건물은 EU 최종에너지 소비의 40%를 차지한다. 에너지 관련 온실가스 배출에서도 건물 비중은 36%에 이른다. 건물 탈탄소가 늦어지면 EU 전체 감축 일정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럽건물성능연구소는 현재 속도로는 2030년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회원국들이 건물에너지성능지침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