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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전기 없는 졸속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재검토할 적기

전기 없는 졸속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재검토할 적기
[환경]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충남 아산시에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후 박수치고 있다. 앞줄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명 대통령,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뒷줄 왼쪽부터 박홍근 기획처 장관, 최교진 교육부 장관,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박수현 충남지사, 허태정 대전시장, 조상호 세종시장. 2026.7.2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계획은 망국적 수도권 초집중과 지역차별 해소를 위한 큰 걸음이지만, 동시에 그간 잠복해 있던 우리 사회의 숙제들을 전면에  부각시켰다. 우선 현재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전력공급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용인의 기존 팹(Fab·반도체 생산시설) 증설계획를 줄이거나 폐기하지 않고서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이 가능할지. 늘어나기만 하는 전력수요을 감당하기 위한 에너지원을 어떤 에너지로 어떤 비율로 확보할 것인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그리고 여타 부문의 전기수요를 대폭 줄일 여지는 없는지 등을 공론의 장에 올려놓아야 한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수도권 집중해소 위한 큰 걸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용인 클러스터는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 에서 원래는 용인 다 끝내고 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며 이재용 삼성전자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한테서 (동시 건설) 약속을 받았다 고 말했다. 용인 국가산단 현장에서는 최근 부지조성 공사 입찰공고가 지연되고 전력공급 계획의 실행도 중단됐다는 불만이 나왔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부회장)는 앞서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3대 메가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회에서 용인 국가산업단지를 포함해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해 준다면 기업이 더 빠르게 투자하는 데 큰 힘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미 계획한 용인 투자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면 광주 투자도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기도 용인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2026.6.29. 연합뉴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호남과 동해안 전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 그러나 먼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 타당성 여부를 공론화해야 한다. 수십조 원 단위의 국가 재원이 들어가는 이 국가산단의 입지 선정과 인허가 과정이 법률의 예외 적용과 졸속으로 점철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내 이렇다 할 타당성 검토 과정도 없이 2023년 3월 15일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와 국가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애당초 전력과 물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용인에 전기 먹는 하마인 팹과 데이터센터 입지를 정한 것이 무리수였다. 여러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됐고, 환경영향평가도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국가산업단지에 필요한 전기가 2050년까지 10기가와트(GW) 규모에 이른다. 정부가 서둘러 마련한 전력 공급계획에 따르면 서·남해안과 동해안으로부터 원전 7기 분량의 전력을 초고압 송전망을 건설해서 공급하고, 나머지는 용인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6개를 지어서 원전 3기 분량의 전력을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호남의 풍력, 태양광 발전소 등에서 생산한 전력을 345킬로볼트(㎸) 고압송전선을 건설해서 용인으로 보내야 한다. 하지만 호남과 강원도에서 용인까지 초고압 송전선을 대규모로 건설할 경우 이는 비수도권 지역을 송전탑으로 뒤덮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특히 전라북도에서는 지금 시·군별로 송전탑 반대 대책위가 꾸려졌다. 수도권에서 쓸 전기를 보내기 위해 왜 지방이 희생해야 하냐는 것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기공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해 온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난 5월 18일 한 토론회에서 송전선로 건설 비용과 지역 주민 희생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전 유성구 학하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과 용인반도체 산단 골든 트라이앵글 전략 토론회 의 발제를 통해 송전탑을 짓는 비용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 이라며 특정 지역과 특정 기업이 혜택을 보는데, 비용은 국민 세금으로 부담하고 피해는 지역 주민이 떠안는 구조 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전이 주민 반발 속에 강행한 경남 밀양 765㎸ 송전탑. 2014년 11월 말에 촬영된 부북면 일대 송전탑 전경. 2014.12.17. 연합뉴스 자료사진 보수정치인과 언론, 용인은 놔 두고 호남 반도체 우려 제기 그런데도 한동훈, 유승민 등 정치인들은 이런 문제에는 일언반구도 없다가 오히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 왜 호남이냐, 왜 영남은 아니냐 는 등의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대다수 언론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기와 물공급 우려에 대해서는 자세히 따지면서도 용인 국가산단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수도권 이기주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아예 호남지역 신규 원전의 건설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전영현 부회장은 30일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 에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원전 확대를 적극 추진해 달라고 대통령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삼성은 그동안 원전이 하나도 없는 경기도에 반도체 팹을 지어왔으면서 왜 호남 팹에만 원전이 있어야 하는지, 또 같은 논리라면 용인에 팹을 건설하려면 용인 근처 수도권 한강 변에 신규 원전부터 지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부터 답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 용인 국가산단 계획 승인처분을 취소해야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계획 취소소송의 소송대리를 맡고 있는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우선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그대로 추진할 것인지, 전면 재검토할 것인지부터 따져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반도체 산단 시작전, 반드시 해야 할 일 , 오마이뉴스, 6월29일). 하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산업입지의 개발에 관한 통합지침 에서 정한 용수, 전력 등 기반 시설 확보의 용이성 등의 사항을 검토해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는 조항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용인은 물이 없고, 전력도 이미 다른 지역에서 가져다 쓰는 곳인데 반도체 국가산단에 전력·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작성된 문서들(정부, 발전회사,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2023년 3월 15일을 시작점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중요한 것은 속도 라고 강조했고, 국가산단 인허가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리고 내란으로 국가가 혼란에 빠져 있던 2024년 12월 31일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가산단 계획을 승인하고 고시했다. 4년이 걸린다는 국가산업단지 계획수립 절차가 불과 1년 9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하승수 대표는 7월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재명 정부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계획 승인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청은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의 전부나 일부를 소급하여 취소할 수 있다 는 행정기본법 제18조 제1항에 따라 이재명 정부는 전력과 용수 공급의 용이성 이라는 산업단지 입지지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용인 국가산단을 직권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산단에서 삼성은 아직 법률적 당사자가 아니고 산단 사업시행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이므로, 국가와 토지공사 사이의 문제만 정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용인 국가산단에 2050년까지 필요한 전기 10GW 이외에도 SK하이닉스 일반산업단지에서 추진 중인 반도체 팹에서 필요한 전기도 5GW에 이른다. 모두 15GW의 필요 전력 가운데 3GW는 아직 확보계획도 없는 상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5년 8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서 용인의 좁은 지역에 원전 15기 분량(SK가 추진하는 일반산업단지에 필요한 원전 5기 분량 포함)의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 새울원자력본부 새울원전 3,4호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용인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모두 서·남해안 재생에너지 의존해야 우리나라는 전기를 만드는 곳과 쓰는 곳이 너무 분리돼 있다. 전기 소비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지만, 생산은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에너지 식민주의라고 할 수 있는 이 현상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의해 더 심화된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서화동핵(西火東核). 즉 화력발전소는 충청남도와 인천의 해안지역에, 원자력발전소는 동해안의 해안지역에 각각 몰려 있다. 먼 거리를 이동시키려니 송전손실도 크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초고압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주민 갈등이 지금도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밀양에서는 2012년 1월 초고압 송전탑으로 논을 잃게 된 한 농민이 자살했다. 서화동핵에 이제는 남풍(南風)까지 보태야 한다. 풍력과 태양광 등 주력 재생에너지원을 대규모로 개발할 수 있는 입지 조건을 갖춘 곳은 주로 서·남해안, 그중에서도 남해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시장에서 반도체 제품을 구매할 때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한 제품을 요구하는 알이백(RE-100) 원칙에 따라 용인 국가산업단지에서 쓸 전기의 상당 부분은 서·남해안에서 감당케 하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역시 서·남해안의 재생에너지 전기를 쓰려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이 계획이 중첩되면 결국 호남 충청권에 발전소를 대거 증설하지 않는 한 급증하는 전기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은 송전탑 건설의 어려움이다. 하승수 대표는 녹색평론 26년 여름호(194호)에 기고한 66개의 밀양을 만들 것인가 를 통해 수도권은 이미 동해안과 충청도 등지로부터 7개의 초고압 송전선로를 통해 전기를 공급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수도권의 전력 수요는 전국 수요의 44.0%이지만 자체 발전은 34.1%에 불과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이 비율의 격차가 더 커지면서 송전탑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2024년 확정된 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라 지역간 장거리 송전용인 345㎸ 송전선의 총길이는 2038년에 2023년 대비 2배로 늘어나게 된다. 345㎸ 변전소도 117개에서 179개로 늘어나게 된다. 한전은 이를 위해 2038년까지 72조 8000억 원을 쓴다는 계획이고, 그중 상당 부분이 용인 국가산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 대표는 말했다.    지난 2107년 6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765㎸송전탑반대대책위와 밀양송전탑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전하는 4대 요구안 발표 및 밀양송전탑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7.3.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역주민들, 전력 식민지 와 반민주적 절차에 분노 비용만이 문제가 아니다. 주민 수용성이 낮으니까 한전은 송전선 건설을 밀어붙이기 위해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이라는 법을 만들었다. 이 법에 따라 국가기간 전력망으로 지정, 실시계획이 승인되면 무려 35개 법률의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또한 주민들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초고압 송전선 1㎞당 20억 원의 막대한 지원금을 지방자치단체에 줄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송전탑이 지나가는 마을 주민을 분열시켜 온 돈뿌리기 관행 은 송전선에서 비교적 먼 곳에 사는 주민들을 회유해 반대 주민들과 이간질을 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혹세무민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 국가기간전력망법에 따라 지난해 10월 1일 70개의 송전선과 29개의 변전소가 국가기간 전력망으로 지정됐다. 송전선의 대부분인 66개는 육상으로 가는 345㎸ 송전선으로 그 길이가 2785㎞에 이른다. 하 대표는 밀양을 지나가는 초고압 송전선은 90㎞, 1개 노선이었지만, 지금 계획은 66개에 달한다 면서 66개의 밀양을 만들 것인가 라고 묻고 있다. 지금 현장에 있는 지역 주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정도이다. 주민들은 단지 송전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소음으로 인한 건강상 피해, 경관과 환경피해만 우려하는 것이 아니다. 비수도권 농어촌지역을 수도권의 전력 식민지 로 만드는 것에 분노하고 있고, 너무나 반민주적인 절차에 분노하고 있다. (하승수, 66개의 밀양을 만들 것인가, 녹색평론 194호, 77p.) 용인 1개 제외한 9개 팹 아직 시작도 안 해, 지금이라도 재검토해야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전력 소비자가 생산지 가까운 곳에 입지하거나 스스로 전력을 생산하도록 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실천하고, 분산형 전력망을 갖추는 것이다. 박상인 교수는 기존 송전망으로 용인의 두 산단에 공급가능한 전력 양은 6GW(필요량 15GW)에 불과하다면서 밀양 송전탑 사태 이후 추가 고압 송전망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 단언했다. 박 교수는 용인의 삼성 산단은 현재 토지만 수용하고 있는 단계 라며 SK하이닉스의 하나를 제외하면 나머지 9개 팹은 시작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전력망과 용수 문제까지 고려해 입지를 다시 검토할 수 있는 시점 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런 문제 의식을 갖고, 여러 차례 지산지소 원칙을 언급했다. 지난 2월 27일 전북타운홀 미팅에서는 생산된 전기를 외지로 쭉쭉 뽑아내는 방식은 가장 원시적인 방법 이라며 해당 지역에 대규모 전력 수요 시설을 만드는 것이 정답 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부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대규모 송전하려 하면 지역 곳곳에서 막혀 쉽지 않을 것 이라고도 했다. 정부도 정책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송전 비용을 전력요금에 반영해서 기업들이 가까운 곳의 발전소를 확보할 수 있는 곳에 입지하도록 유도하는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곧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장 큰 용인 국가산업단지의 입지를 취소하지 않고서 잔챙이들에게 지산지소를 외쳐봐야 수도권 집중 및 지방 수탈체제에 균열을 낼 수는 없다. 법 적용을 받는 가장 큰 사례들에 예외(특별법과 시행령)라는 특혜를 주고, 나머지에만 법을 강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새만금 방조제, 가덕도 공항 등 숱한 국책사업에서 보아 온 익숙한 모습이다. 용인 국가산단에서도 이런 법 쿠데타를 용인한다면 지방분산, 지산지소, 오염자부담원칙과 환경정의라는 대의를 모두 내팽개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임항 편집위원 hnglim8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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